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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귀니 May 17. 2024

육아휴직은 배려인가 무기인가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기업은 임신한 여성을 원하지 않는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당연시되는 요즈음 임신과 출산, 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는 저출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 중 가장 상위욕구인 자아실현의 욕구. 커리어에 열과 성을 쏟은 여성일수록 경력단절을 향한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남녀고용평등법이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법이 그러하듯 분명한 한계가 존재한다.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육아휴직)

① 사업주는 임신 중인 여성 근로자가 모성을 보호하거나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입양한 자녀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양육하기 위하여 휴직(이하 "육아휴직"이라 한다)을 신청하는 경우에 이를 허용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개정 2010.2.4, 2014.1.14, 2019.8.27, 2021.5.18] [[시행일 2021.11.19]]
②육아휴직의 기간은 1년 이내로 한다.
③사업주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되며, 육아휴직 기간에는 그 근로자를 해고하지 못한다. 다만, 사업을 계속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④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같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제2항의 육아휴직 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한다.
⑤ 기간제근로자 또는 파견근로자의 육아휴직 기간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사용기간 또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에 따른 근로자파견기간에서 제외한다. [신설 2012.2.1, 2019.4.30 제16413호(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020.5.26 제17326호(법률용어 정비를 위한 환경노동위원회 소관 65개 법률 일부개정을 위한 법률)]
⑥육아휴직의 신청방법 및 절차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개정 2012.2.1] [[시행일 2012.8.2]]
[전문개정 2007.12.21] [[시행일 2008.6.22]]



임신 주수와 관계없이 임신사실이 확인되면 1년 이내의 육아휴직, 3개월간의 출산휴가를 법적으로 부여받게 되어 있다. 단, 재직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실상은 어떨까?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육아휴직 사용 현황을 알 수 있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첫 집계 당시인 2012년엔 15.2%에 불과했지만 2017년엔 20.8%을 기록하며 20%대를 넘어섰다. 그러다 올해(2023년)엔 처음으로 30%선에 진입한 것이다.

부모 육아휴직 사용률 모두 증가 추세다. 아빠의 육아휴직 이용률은 6.8%을 나타내며 전년보다 2.7% 포인트 늘었다. 엄마의 경우 70%를 기록하며 4.6% 포인트 확대됐다.

다만 육아휴직 사용에서 대·중소기업 간 격차는 여전히 뚜렷한 상황이다. 엄마의 경우 300인 이상(79.2%)과 50~299명(80.2%) 사업장에서 모두 80% 안팎의 사용률을 보였지만, 5~49명의 종업원을 둔 기업에선 대상자 중 62.6%만 육아휴직을 썼다. 5인 미만 사업장을 보면 이용률이 32.7%로 급격히 떨어진다.

‘아빠 육아휴직’도 마찬가지다. 300인 이상 사업장에선 9.3%로 사용률이 10%에 육박하지만 5인 미만 기업에선 3.2%만 육아휴직을 썼다.

(출처 : 서울경제 23.12.20)


내가 근무하던 직장은 5인 미만의 직원이 근무하는 심리상담센터였다.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좋았고 열심히 일한 덕분에 괜찮은 성과를 냈다.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에 가입되어 있었기에 육아휴직이 부여되는 건 정해진 수순일 줄 알았다. 그러나 임신 이후 다가온 현실은 너무도 냉혹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사실이 내 발목을 잡기 시작한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의 재량에 따라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가 가능하며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예전부터 센터장은 기분에 따라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곤 했다. 대부분의 상담사가 이내 그만두고 떠났다. 나 역시 견디기 힘들었지만 성장을 원했기에 인내하며 1년 6개월을 근무했다. 사고 이후에도 통원치료를 다니며 묵묵히 버텨왔지만 임신 이후 컨디션이 악화되면서 예전처럼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다.


"내가 임신 안 해본 건 아니잖아요?"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거부하는 건 계약위반이에요."

"요즘 상담실 정리가 왜 이리 안되어있죠?"

"1년 6개월 근무하고 이런 혜택 받는 건 드물죠."


갖은 트집을 잡으며 눈치를 주기 시작했다. 위탁계약으로 계약서를 변경하자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나의 경우 기본급이 적고 인센티브가 주요 수입원이었기에 법에 따라 사업장이 아닌 고용노동부에서 전액 휴직급여를 지원받고 있다. 또한 내가 근무했던 사업장의 경우 우선지원대상기업에 속하여 나에게 육아휴직을 부여한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자신에게 불리할 것이 없음에도 그저 시키는 일을 묵묵히 해내던 시절과 달리 이전처럼 성과를 내지 못한다는 이유로 갖은 악담을 퍼부었던 센터장.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었지만 오로지 육아휴직 급여를 받겠다는 일념으로 버텼다.


기사를 보니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무하는 임산부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다른 사업장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이것이 비단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노동시장의 현주소를 인식하게 되었다. 임신한 몸으로 폭언을 견디는 것이 힘들었지만 휴직급여를 받는 지금, 부모가 되기 위한 책임감의 무게를 깨닫게 되었다.


다시 복직해 달라는 센터장님의 연락을 받았지만 거절했다. 건강악화와 양육으로 그럴듯하게 이유를 꾸며댔지만 사실 내 건강과는 관련 없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오래 일하기 힘든 환경이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선생님이라면 센터 개업을 해도 잘할듯해요."


실컷 괴롭혀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일까? 당황스러웠지만 태연한 척했다.


"아직 센터장님 따라가려면 멀었죠."


진짜 내 마음을 밝히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그것이 사회생활이기에.


육아휴직은 배려인가, 무기인가?


믿기지 않을 수 있지만 이것이 23년 3월부터 현재(24.5.17)까지 육아휴직 및 출산휴가를 부여받고 육아를 하고 있는 나의 이야기다. 그나마 나는 영세업장 소속으로 육아휴직급여를 받고 있으니 상황이 괜찮은 편이라며 위안 삼곤 한다. 그러나 진정 이게 최선일까?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지만 기업은 임신한 여성을 원하지 않는다.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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