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 미셸은 같이 살고 있는 파트너 벤과 갈등이 생기자 약혼반지를 빼버리고 짐을 싸서 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난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세상은 캄캄하고, 벤으로부터 계속 전화가 오는데 전화를 받지 않자 “돌아와, 도망 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라는 문자가 오고, 그녀는 그것을 읽다가 어떤 차와 부딪쳐 큰 사고가 난다.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는 허름한 방 바닥에 링거를 꼽고 다리에는 족쇄가 채워져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하워드라는 중년 남자가 들어와 사고로 미셸의 다리가 부러졌다며 자신이 그녀를 구해주었다고 하며 족쇄를 풀고 목발을 준다.
그에 따르면 밖에는 외계인 같은 세력이 침입하여 세상을 초토화 시켜서 사람들은 다 죽고 방사능으로 공기는 다 오염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말을 믿지 않았는데 이 공간에 에밋이라는 또 한사람이 거주하고 있었고, 그도 하워드의 말이 맞다며 자신은 이 벙커에 억지로 들어오려다 팔도 다쳤다며 깁스한 팔을 보여준다. 그래도 믿지 않자 하워드는 미셸을 지상으로 창이 나있는 에어록 공간으로 데려가서 그의 마당에 있는 가축 우리안에 양이 피를 흘리며 죽어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녀는 마당에 주차되어 있는 그의 트럭이 자신을 들이받은 차라는 것을 기억해 낸다.
에밋에게 들은 이야기와 그 공간에서 본 정보를 종합해 보면, 하워드는 전직 해군으로 종말론에 심취해 있고 자신의 전재산을 들여 둠스 데이 벙커를 지어 이런 사태에 대비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미셸이 자신을 차로 들이받아 납치한 하워드를 불신하고 그에게서 열쇠를 훔쳐 탈출을 시도하려 할 때 어떤 피 흘리는 여자가 창을 두드리며 자신을 들여보내 달라고 하다가 죽고, 하워드도 자신이 실수로 미셸의 차를 박았음을 시인한다. 또한 자신에게 메간이라는 10대 딸이 있는데 전처가 데리고 가버렸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모든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미셸과 에밋은 한정된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나름 즐겁게 살기로 마음먹고, 게임도 하고 요리도 하고 서로 속마음도 털어놓고 과거 이야기도 주고 받는다. 에밋은 동네를 벗어나 본적이 없는 젊은이였고 대학을 갈 때 자신이 유일하게 밖으로 나갈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두려워서 주저앉았다는 고백을 한다. 미셸은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심한 학대를 받았고 그때마다 오빠가 대신 맞으며 그녀를 지켜주었는데, 성장한 뒤 밖에서 어떤 남자가 그의 어린 딸을 때릴 때 자기는 나서주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밖에서는 커다란 굉음이 들리고 벙커에도 진동이 전달되며 지하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여과기가 고장 나고, 그곳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은 몸집이 작은 미셸밖에 없어서 그녀가 파이프를 통과해 그곳에 도달한다. 그곳에서 문제를 해결한 그녀는 천창에 안쪽에서 쓴 “HELP”라는 글씨와 귀걸이 한 짝을 발견하고 충격을 받는다. 에밋과 함께 찾아낸 사진에서 하워드가 딸 메간이라고 했던 소녀가 그의 딸이 아니라 몇 년 전 실종된 소녀라는 것과 발견한 귀걸이가 사진속의 그녀가 착용한 것과 같다는 것을 알아낸다.
둘은 하워드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그와 즐겁게 지내는 척한다. 그와 단어 게임을 하는데, 그는 ‘여자’라는 답 대신 ‘소녀’, ‘어린 공주’라는 말로 대답한다. 그러나 탈출계획을 눈치챈 하워드가 그들을 추궁하고, 그녀를 보호하려던 에밋은 하워드의 총에 맞아 죽고 만다. 그는 미셸에게 그를 처리했으니 벙커에서 둘이 행복하게 살자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방호복을 몰래 만들다가 들키자 그는 기껏 돌보아 주었더니 이렇게 되갚는다며 노발대발하고, 놀란 그녀는 에밋의 시체를 녹이던 약품을 하워드쪽으로 쏟아서 그에게 화상을 입히고 근처에 있던 전선이 녹아 불까지 난다. 같이 있자며 따라오는 하워드를 피해 방호복을 입고 밖으로 탈출한 미셸은 벙커가 폭발하는 것을 지켜본다.
멀리서는 헬리콥터가 보이고 가까이에는 거대하고 이상한 생명체가 입으로 가스를 뿜으며 날아 다니고 있다. 전에 들여보내달라고 하다가 밖에서 죽은 여자의 옷에서 자동차 열쇠를 찾아 그녀의 차를 탔지만 괴생명체가 그것을 들어 올린다. 화염병을 만들어 괴물의 입에 던지자 자동차는 땅에 떨어지고 그것도 떨어져 죽는다.
미셸은 차를 달려 드디어 클로버필드 10번지를 벗어난다. 라디오에서는 아군이 남부를 탈환했다는 방송을 하고, 안전지대로 피하거나 휴스턴으로 와서 생존자를 도와달라고 한다. 안전지대와 위험하지만 할일이 있는 휴스턴의 갈림길에 다다른 미셸은 잠시 망설이다가 휴스턴 방향으로 차를 좌회전하여 달려간다.
이 영화의 겉 이야기는 밀폐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스릴러이다.
미셸이라는 젊은 여성이 외계인이 침공해서 초토화된 지구에서 하워드라는 중년 남성의 안전한 지하벙커로 피신했다가 그안에 있었던 에밋이라는 젊은 남성을 만나 소통하지만, 하워드가 어린 여성에게 집착하는 소아성애 성향을 가진 종말론자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에밋까지 죽이자, 그로부터 탈출하여 다른 사람들을 돕겠다며 위험한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이야기이다.
다음으로는 심리학적으로 매우 내향적인 성향의 주인공이, 지하벙커로 상징되는 안전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마음속에 갇혀 있다가, 위험하더라도 자신이 바꿀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마음 밖의 외계인과의 전투가 벌어지는 현실 세계로 뛰어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가장 중요한 주제인 젊은 여성의 트라우마 이야기이다.
미셸의 트라우마는 어릴 때 아버지에게 받았던 신체적 정신적 학대이다. 이제는 성장하여 독립해서 살지만, 삶의 위기 때마다 해결되지 않은 이 경험은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남편의 목소리이기도 하고 내면의 목소리이기도 한 전화 메시지는, 도망치는 것(회피)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심리치료 기법중에는 ‘사이코드라마’라는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이 과거의 사건에 붙잡혀서 움직이지 못할 때 그때의 사건을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는 일로 세팅하여 연기하게 하는 것이다. 당사자는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한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언어적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것을 구체적인 장면속에서 행동으로 연기하는 과정에서, 그사람은 문제를 더이상 회피하지 않고 직면하면서 그것의 본질을 파악하고 거기서 진정으로 빠져나올 수 있게 된다.
이런 관점에서, 미셸은 지하 벙커라는 사이코드라마의 세팅에서 과거의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과거의 아버지를 의미하는 하워드와, 오빠를 의미하는 에밋, 수퍼에서 구해주지 못했던 어린 소녀와 사진속 메건까지 모두가 그녀의 사이코 드라마의 등장 인물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하워드를 어린 메간을 납치하여 살았던 인물로 설정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자녀들을 장악하고 때리는 것 뿐만 아니라 소아 성애적인 성향까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는 아버지의 역할이란 먹이고 보호하는 것이 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그에게 반대하면 은혜를 모르는 인간 취급을 하며 학대한다.
어릴 적 그녀 대신 매를 맞았던 오빠처럼 에밋도 그녀를 보호 하려다 죽임을 당하고, 그녀는 그것을 막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은 다른 희생자를 보호해주지도 못한다는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 왔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 내적 에너지를 키운 미셸은 이제 아버지에게 맞설 수 있다. 그를 저지하고, 죽이고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늘 도망만 다니며 문제를 회피하던 미셸은 마음을 외부화한 드라마 세팅인 지하 벙커 상황에서 문제를 똑바로 바라본다. 아버지의 본질을 파악하고, 자신보다 더한 희생자인 오빠에게 연민을 갖고, 나아가 어린 시절의 자신의 상징인 수퍼마켓 소녀와 메간을 구하기로 마음먹는다.
미셸은 트라우마에 사로잡혀 늘 제자리에서 돌다가 지하벙커안에서 과거의 상황을 현재로 가져와서 제대로 바라보고 해결하게 되었다. 어릴 때는 심리적 자아가 너무 약해서 감당하지 못했던 상처도 이제는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셸의 먼 과거인 수퍼마켓 소녀는 너무 어려서 아버지의 전적인 영향 아래 있었고, 조금 더 자란 미셸의 상징인 메간은 반항하고 탈출을 시도했으나 역부족으로 실패하였지만, 어른이 된 미셸은 키도 아버지만큼 컸고 마음도 그보다 단단해졌다.
결국 미셸은 아버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여 그를 마음속에서 제거하고 용감하게 세상속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