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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병옥 Apr 01. 2024

그리운 사람은 음식으로 기억된다

소고기 떡갈비

    

아들아~

세상에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가 정겹지 않겠냐만 너희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는 참 좋은 분들이셨다. 너희에게 많은 사랑을 베풀어주셨지. 부모는 자식을 너무 사랑하지만 책임감에 짓눌리기도 하고 욕심이 앞서기도 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기가 어려워. 그런데 조부모들은 손자 손녀들에게 그런 사랑을 주시는 경우가 많지. 본인들이 더이상 일을 하시지 않아서 시간적 여유가 있고,  긴 세월 살다 보니 자식들을 성취하라고 등 떠미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낳지도 않는다는 것을 지혜로 알게 되셨기 때문에 손주들을 무조건 수용하고 존재만으로 사랑하시는 거지.

그분들의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을 많이 받아본 너희는 복이 많은 사람들이다. 스스로 초라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와도 불현듯 할머니 할아버지의 사랑이 떠올라 힘이 생길거야.

엄마 때는 조부모님들이 일찍 돌아가시고, 교통도 불편해서 자주 오가시지도 못했고, 게다가 엄마는 막내여서 외할머니만 한두 번 뵌 게 다였단다.

    

외갓집에 함께 갈 때 외할아버지가 고기를 좋아하시니 고깃집을 많이 갔는데 나중에 연세가 많아지시니 틀니가 불편해서 좋아하시던 구운 고기를 못 드시게 되었었지. 그 후로 바뀐 메뉴가 떡갈비였어. 떡갈비는 다진 고기로 만드니 치아가 부실한 할아버지가 드시기가 편했단다. 마침 그 집이 떡갈비도 잘하는 식당이어서 너희들도 아주 좋아하고 외갓집 갈 때마다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았었지. 돼지고기를 안 드시니 소고기 떡갈비를 먹었었는데 마늘을 곱게 다지지 않고 씹힐 정도로 크게 넣어서 풍미가 좋았단다.

이젠 두 분은 이미 돌아가셨고, 얼마전 그 앞을 지날 때 보니 그 식당도 없어져서 가려고 해도 갈 수도 없게 되었더라. 외할아버지 기일을 앞두니 두분 생각이 많이 나서 그걸 다시 가서 먹으면 그래도 외할아버지랑 외할머니 기억이 더 많이 날 것 같은데 식당조차 없어지니 많이 허전하네.

     

그때 먹었던 떡갈비를 기억해 가며 한번 만들어 보았단다.

떡갈비가 요즘 젊은 사람들이 많이 먹는 햄버거 패티와 무슨 차이가 있냐고 하겠지만, 주재료만 다진 고기로 같을 뿐 양념은 완전히 다르다고 봐야 . 서양 고기 패티는 소금으로 간을 하고 볶은 양파와 계란과 빵가루가 들어가고, 한식 떡갈비는 간장으로 간을 하고 설탕과 다진 양파, 대파, 마늘과 전분(또는 찹쌀가루)이 들어간단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을 내려고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기도 하지만 엄마와 외갓집 식구들은 돼지고기 냄새를 좋아하지 않으니 항상 결론은 소고기 100프로란다.(재료 정하는 것은 요리하는 사람의 특권이지)

아빠가 먹어보고 그때 그 맛과 비슷하다고 하니 성공이지?

역시 음식의 맛과 향은 잃어버린 시간의 기억을 불러오네...

    

<소고기 떡갈비>

-소고기 다짐육 1kg을 준비한다.

-양파 한 개를 칼로 곱게 다진다.(강판에 갈면 물이 생겨서 안된다.)

-대파 두 대에서 흰 부분만 잘라 곱게 다진다.(입자가 크면 고기와 잘 섞이지 않는다.)

-진간장 6큰술, 다진 마늘 4큰술, 설탕 4큰술(스테비아인 경우 2큰술), 참기름 4큰술, 맛술 4큰술, 생강가루 1작은술, 후춧가루 2작은술을 넣고 설탕이 녹을 때까지 잘 젓는다.

-위의 재료를 모두 섞고 전분가루(또는 찹쌀가루) 6큰술을 넣고 점성이 생길 때까지 한 방향으로 돌리며 섞는다.

-냉장고에 넣어 한두 시간 숙성시킨다.

-숙성될 동안 배 1/4개를 강판에 갈아 물 반컵을 섞고, 간장 6큰술, 설탕 2큰술, 꿀 4큰술(조청이나 올리고당, 메이플시럽, 알룰로스도 가능), 참기름 4큰술, 생강가루 1작은술, 후추 1작은술을 넣고 잘 저어서 양념장을 만든다.

-10개 정도가 나오게 덩어리를 나누고 양손으로 던지며 치대서 공기를 빼고 타원형 모양으로 만든다.(원형이나 사각형도 좋다.) 남으면 냉동 보관한다.

-팬에 기름을 두르고 중 약불로 천천히 익힌다.

-양면이 노릇해지면 떡갈비 한 개당 양념장 2큰술을 넣고 뚜껑을 덮고 약불로 뒤집어 가며 익힌다. 마지막에는 뚜껑을 열고 중불로 키우고 액체를 졸인다.

-접시에 담고 잣가루를 고명으로 뿌린 다음 맛있게 먹는다.

 

*계량은 밥숟가락으로 했으며, 쿠키키친님 유튜브  레시피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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