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에도 들어있고, 볶음밥에도 들어있고, 잡채에도 들어있고, 어묵볶음 감자볶음에도 들어있는 재료가 뭘까? 물론 당근이지, 하하. 때로는 갈비찜에서도 발견되고, 채소 수프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사과랑 섞어서 주스로도 먹었었지.
비타민 A가 많이 들어서 눈에도 좋다고 하고, 때로는 색이 예뻐서 고명으로 섞을 때도 많았지만 맛이 특별하게 좋은 것도 아니고 즙이 아주 많은 것도 아니고 식감도 다소 딱딱한 편이라 단독으로 많이 먹거나 주인공 요리가 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러던 중 요즘 브런치 카페에서 색이 예쁜 샌드위치가 많이 보이더라. 유럽에서 많이 먹는다는 당근 라페를 넣은 샌드위치였어.
‘라페’란 채를 썬 것을 의미한다고 하니 결국 당근을 채 쳐서 하는 요리인데, 보통은 부드럽게 만드는 방법으로 찌거나 볶는 방법을 쓰는데 이 경우는 소금에 절이는 방법을 쓰네. 잘 절여지도록 채는 곱게 썰어야 해서 고운 채칼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단다. (엄마도 채를 그다지 가늘게 썰지 못해서 채칼을 썼다.)
또 당근 속의 비타민 A는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먹는 게 흡수가 잘 된다고 하는데 올리브유를 듬뿍 넣어서 만드니 과학적으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홀그레인 머스터드의 감칠맛과 상큼한 레몬즙까지 넣으면 나물처럼 밥반찬으로도 좋고, 고기와 곁들이면 느끼함을 잡아주고, 무엇보다도 샌드위치나 김밥을 했을 때 맛도 좋고 색감이 예뻐서 기분까지 좋아지는 요리였다.
영양면으로나 색으로나 이렇게 훌륭한 당근이 다른 주재료의 곁다리 역할이나 하다가 라페요리로 급부상한 것을 보면서, 사람도 인생에서도 장점이 많은데도 돋보이지 않아서 남들 빛날 때 배경 역할만 하는 게 아닌가 속상한 경우가 많지만, 때를 만나면 반드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줄 기회가 온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꼭 과시적인 성공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만이 유일하게 가진 개성과 장점으로 스스로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게인생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은 당근 라페를 만들어서 그것으로 샌드위치와 김밥을 만들어 보려고 해.
당근이 주인공이니 나머지 재료는 너희가 좋아하는 것과 집에 있는 것을 활용해서 만들어 봐.
너희도 기왕 만들 때 많이 만들어서 그냥 먹기도 하고 여러 요리에 넣어 먹기 바란다.
<당근 라페>
-당근 500g(중간크기 3개 정도)를 씻어서 필러로 껍질을 벗긴다.
-고운 채칼로 채 썬다.
-꽃소금 1큰술을 넣고 섞어서 20분쯤 절인다.
-손으로 물을 꼭 짜서 다른 보울에 넣는다.
-올리브유 5큰술, 홀그레인 머스터드 2큰술, 레몬즙 5큰술, 후추 약간, 꿀 1큰술을 넣고 잘 버무린다. 끝.
<당근 라페 김밥>
당근라페 김밥
-계란을 얇게 부친 후 채 썬다.
-초록색 재료(오이 절임, 시금치나물, 상추 중 선택)를 준비한다.
-불고기를 채 썬다.
-위의 재료와 당근 라페를 듬뿍 올리고 김밥을 싼다.
<당근 라페 샌드위치>
-빵의 한 면에는 마요네즈, 다른 면에는 홀그레인 머스터드를 바른다.
-계란 2개를 풀어서 사각 팬에 넓게 편 후 두 번 수직으로 접어서 샌드위치 크기로 만든다.(약불로 부드럽게 부친후 식혀서 쓴다.)
-치즈나 햄은 취향껏 넣는다.
-상추는 3장 이상 겹쳐서 넣는다.
-당근 라페를 듬뿍 올리고 빵을 힘을 주어 눌러서 덮은 후 랩이나 유산지로 싸서 2 등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