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이 맞는 소수의 친한 친구들과는 긴 세월을 함께 하며 마음을 나누어 왔다. 대부분 학교 때 친구들이나 직장에서 친해진 친구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나니 새로운 친구를 사귀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냥 자주 본다고 친해지지는 않는다. 취미 생활에서 만난 사람들도 활동을 할 때만 모였다가 연락을 안 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가 드니 각자 생각도 확고하고 업무적인 이해관계가 얽히지도 않으니 억지로 어울리기가 어렵다.
나이가 들어 운동을 하면서 같은 클래스에서 만난 친구가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솔직하고 담백한 성품을 가졌다.생각이 복잡하고 말을 아끼는 나와는 다른 분위기이지만 그래서 매력이 있다.
이 친구와는 나이가 동갑이기도 하고 나서기 싫어하는 성향도 서로 비슷해서 서로 잘 맞았다.
아들만 둘인것도 똑같고, 동시대에 학교 다닌것도 비슷해서 눈빛만 봐도 대충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이 된다.
간신히 운동하는 나와는 달리, 체력이 좋은 이 친구는 요즘 텃밭을 빌려서 농사도 짓고 있다.
요즘 같은 여름 무더위에 뙤약볕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채소를 키운다.
어느 날은 풀독이 올랐다며 울긋불긋해진 피부 상태로 운동하러 올 때도 있었다.
그렇게 고생해서 지은 작물을 이고 지고 나에게 가져다준다. 더워서 빨리 집에 가서 씻고 싶었을텐데도 기어이 우리집앞까지 와서 주고간다.
개미와 베짱이가 따로 없다. 나는 레시피 쓴다고 요리하며 잘난척 하지만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어떻게 수확하는지도 모른다.베짱이처럼시원한 집에 편안히앉아서 개미 친구가 가져다주는 것만 받아 먹는다.(서울에서만 자란 나는 밭이 무섭다.)
그나마 친구가 텃밭에서 고생하며 가져다준 채소에 대해 요리한 결과라도 보여주어야 고맙다는 인사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부지런히 요리하고 글을 썼다.
가져다준 푸성귀는 쌈으로 싸서 잘 먹었고, 감자는 국 끓이고 부쳐 먹고 쪄서 먹으며 여름 내내 우리 집 식량이 되고 있다.
가지는 평소에는 쪄서 무쳐만 먹었는데 이번에 가져다준 양이 많아서 날씬한 것들만 나물을 해 먹고 뚱뚱한 가지는 골라서 튀김을 해 먹었다.
한 바구니 가져다준 청양고추는 그냥 두면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경상도에서 많이 먹는다는 멸치를 넣은 고추 다짐장을 만들어 보았다.
<청양고추 다짐장>
-청양고추 400g을 잘 씻어서 체에 밭쳐서 꼭지를 딴다.(매운 것을 잘 못 먹으면 보통 고추를 반쯤 섞는다.)
-고추를 십자로 갈라서 칼로 다지거나, 찹퍼를 이용해서 다진다.(맨손으로 만지면 화상을 입으니 반드시 조리용 장갑을 끼고 한다.)
-국물용 대멸치 100g을 머리와 내장을 떼어 다듬는다. 그러면 50g 정도가 된다.
-다듬은 멸치를 전자레인지에 1분 넣어 비린내를 날린다.
-멸치를칼로 굵게 다지거나 찹퍼로 대충 다진다.
-양파 반 개 다진 것과 다진 마늘 1큰술을 넣고 팬에 볶다가 다진 고추를 넣고 더 볶는다.
-국간장 3큰술, 멸치 액젓 2큰술, 물엿 2큰술, 멸치 육수 반컵(없으면 생수), 붉은 고추 1~2개 다진 것을 넣고 국물이 반이 되도록 중불로 조리다가 멸치 다진 것을 넣고 약불로 국물이 거의 없어질 때까지 조린다.
-쌈싸먹을때쌈장 대신 넣어 먹어도 되고, 조림요리에 넣으면 액센트를 줄수 있고, 된장찌개나 칼국수 같은 국물 요리에 조금씩 섞어 먹어도 칼칼해서 좋다.
<가지 튀김>
-통통한 가지를 어슷하게 썰어 소금을 조금 뿌리고 20분쯤 놔둔다.
-배어 나온 물을 키친타월로 닦고, 계란 흰자 2개와 동량의 전분가루를 섞고 동량의 식용유를 조금씩 떨어트리며 마요네즈 같은 상태가 되도록 저어서 튀김옷을 만든다.(보통 튀김옷보다 훨씬 고급지다.)
-식용유를 넉넉히 부은 팬에 튀김옷을 입힌 가지를 넣어 바삭해지도록 튀긴다.(부침과 튀김의 중간이 될 정도의 기름량이면 충분하다.)
-진간장 4큰술, 식초 2큰술, 레몬즙 2큰술, 매실청 2작은술, 다진 쪽파, 다진 붉은 고추 약간을 넣어 초간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