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병옥 Jul 22. 2022

돼지고기 수육

만만한 초대 음식

     

아들아~

친구들을 집에 불러서 술 한잔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다면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게 답이지.

그러나 가끔 너희가 직접 요리를 해서 대접하면 감동이 백배란다. 자기 공간으로 불러주는 것도 특별한데 거기에 요리까지 해주면 진한 정성이 느껴지지.

모든 음식을 다 할 필요는 없어. 적당히 사 오기도 하고 섞어서 하되 주요리를 한 두 개 골라 눈치 보지 않고 먹을 정도로 푸짐하게 직접 만들어서 대접하면 정말 즐거운 모임이 될 거다.

비용도 크지 않으면서 대부분 좋아하는 돼지고기 수육을 만들어 보렴. (간혹 돼지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으니 알아보고, 있다면 다른 주요리를 하나 더 만들든지 배달시키든지 하는 배려를 해야 한다.)

     

열 사람이 하면 열 가지 방법이 있을 정도로 고기 삶는 방법은 다양하단다.

인생이 그렇듯, 모든 방법이 옳지만 자기는 어떤 한가지를 선택해서 거고 그 고유한 길은 다 맞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엄마가 예전에 어른들에게 들은 레시피는 된장을 고기 삶는 물에 약간 풀어 넣으라는 것이었다. 된장이 구수한 향으로 돼지 냄새를 없애주니까 맞는 방법이지. 또 향이 강한 채소를 넣거나 인스턴트 커피 가루를 넣는 것도 방법이고, 소주를 조금 넣고 해도 냄새 제거에 좋다고들 하셨다.


이제는 엄마가 이런저런 시행착오 끝에 선택한 방법을 알려줄 테니 참고해서 만들어 보아라.

그리고 너희도 나름의 시행착오를 해보고 너희만의 고유한 레시피를 찾기 바란다.

술을 넣는 이유는 물보다 끓는점이 낮은 알코올이 나쁜 냄새를 잡아서 날아가기 때문인데 거기에 더해서 술의 풍미까지 고기에 배어들면 더 좋지. 그래서 엄마는 소주, 청주, 먹다 남은 와인 등을 다 써보았으나 맥주가 가장 풍미를 좋게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단다.

그외에 돼지고기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신채는 생강이야. 중국 요리에서 돼지고기와 재료 볶을 때 생강을 꼭 넣는 이유도 그래서란다. 그래서 삶는 물에 파와 통마늘에 더해 생강 한 조각을 넣어주면 맛있는 수육을 만들 수 있어.

혹시 내려놓고 안 마신 원두커피가 남아 있다면 그것도 넣으면 좋단다.

참고로 엄마는 된장은 안 지만, 다른 집에서 넣고 한 거 먹어보면 그것도 맛이 좋았어.

     



-돼지고기를 통삼겹이나 통 목살로, 3~ 4인분이면 1kg 정도 준비해서 나중에 썰기 좋은 모양을 고려해서 몇 도막 낸다.

(나중에 플레이팅 한 모양은 삼겹이 훨씬 예쁘지만, 엄마처럼 기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목살이 낫다.)

-일단 맥주 한 두 캔을 붓고 모자르면 재료가 잠길 만큼 물로 보충한다.(맥주로만 하면 좋은데 아빠가 아까워하더라.)

-대파 한 대, 마늘 대여섯 알, 생강 밤톨크기 두 개 만큼을 넣는다.

(파뿌리를 흙을 잘 씻어서 넣으면 향이 특별해진다. 냉장고에서 말라비틀어지는 과일도 씻어서 껍질채 반 잘라서 넣어주어도 향이 좋아져. 늘 강조하지만, 없는 건 빼고 해라.)

-뚜껑을 열고 강불로 가열해서 거품이 생기면서 맹렬하게 끓으면, 뚜껑을 닫고 약불로 줄여서 50분쯤 끓여준다.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푹 들어갈때까지 가열해야 한단다.)

-뜨거우면 부스러지니까 한 김 식혀서 고기 모양이 예쁘게 나오는 방향으로 썰어준다.

-접시에 나란히 담고, 물에 씻어서 꼭 짠 김치, 무 말랭이를 곁들이고 새우젓을 따로 담아낸다.

(식당처럼 보쌈김치를 내거나 김장때처럼 절인배추와 김치속을 곁들일 수는 없어도 집에 있는 김치 씻어서 꼭 짠뒤, 시판 무말랭이랑 싸서 먹어도 맛있단다.)

-친구들과 와인이나 좋아하는 술 곁들여서 맛있게 먹어라.


   


이전 10화 청경채 소고기 볶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