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라인하르트가 마법의 숲을 지나면서 어부의 양녀인 운디네와 사랑에 빠져 결혼을 하지만 운디네는 사실 물의 정령이다. 결혼을 통해 영혼을 얻지만 만일 사랑을 잃게 되어서 그 남자가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하면, 그 사람을 죽이고 물로 돌아와야 한다.
마법의 힘이 사라지자 라인하르트는 운디네 대신 어부의 친딸 베르탈다를 좋아하게 되고 물가에서 운디네를 비방하게 되는데 이는 금기 행동이었다.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는 운디네는 물로 돌아가면서 결혼 뒤 절대 샘물의 뚜껑을 열어놓지 말라고 당부하지만 베르탈다가 실수로 열어놓게 되고 거기서 나온 운디네가 남자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가서 죽이게 된다.
감독은 운디네 신화로부터 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든다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를린의 어느 카페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던 요하네스는 다른 여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며 운디네에게 이별을 고한다. 운디네가 이별하면 상대방을 죽여야 하니 마음을 바꾸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결국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역사학자인 그녀가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는 박물관에서, 지금과는 달리 과거에 습지였던 베를린에 대해 해설을 하고 다시 카페로 요하네스를 만나러 가지만, 요하네스는 사라졌고 카페 수족관 속에서 그녀를 부르는 환청을 듣게 되어 들어간다. 그때 수족관이 깨지며 그녀의 해설에 반해 따라온 크리스토프와 함께 넘어진다.
운디네는 그녀의 몸에 박힌 유리를 빼주는 자상한 크리스토프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그는 물속에서 용접을 하는 산업 잠수사였는데 수족관 안에 있던 잠수사 인형을 주워서 운디네에게 선물한다.
운디네는 도시에서, 크리스토프는 해안에서 각자 일을 하며 둘은 기차를 타고 서로에게 간다. 바닷가에서 둘이 함께 물에 들어갔을 때 침몰된 배의 선체에는 운디네라는 이름이 쓰여 있었고 운디네는 산소마스크도 없이 커다란 메기 군터와 인어처럼 유영한다. 놀란 크리스토프가 운디네를 데리고 나와 인공호흡으로 그녀를 깨우지만 사실 그녀는 기절하지도 않았고 그녀의 폐에는 물이 들어가지 않았다.
크리스토프와 함께 베를린에서 다정히 다리를 건너다가 반대편에서 옛 남자 친구와 그의 새 여자친구가 걸어오는 것을 발견한 운디네는 놀라서 한순간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 뒤 요하네스는 운디네를 찾아와서 관계를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그날 밤 운디네에게 크리스토프로부터의 전화가 온다. 그는 카페에서 그들이 처음 만났을 때 누구를 찾고 있었던 중이냐고, 다리를 건널 때 만난 사람이 그 사람이냐고 물으며,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이 뛰지 않는 것을 느꼈었다고 말한다. 전화에서 운디네는 사실을 부인했으나 다시 크리스토프에게 전화를 걸어 음성 녹음으로 지금은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말한다. 다음날 그가 있는 해안가로 달려간 운디네는 크리스토프가 잠수 중 사고로 혼수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가 전화를 걸었던 시간은 이미 사고 후 코마 상태로 병원에 누워 있었던 때였다.
의식 없이 누워있는 크리스토프를 보고 돌아온 운디네는 옛 남자 친구의 집에 가서 풀장에서 수영하고 있는 요하네스의 뒤로 다가가서 조용히 그의 머리를 물속으로 집어넣어 물속으로 데려가고, 같은 순간혼수상태의 크리스토프는 운디네의 이름을 부르며 깨어난다.
운디네가 사라진 지 2년 후 다시 산업 잠수사를 하고 있는 크리스토프는 임신한 새 여자 친구와 살고 있지만 다시 물속에 들어가 운디네를 만나는데 그녀는 잠수부 인형을 그에게 도로 건네주며 그와 임신한 여자 친구가 같이 걸어가는 것을 물속에서 지켜본다.
운디네는 영화 초반에서는 평범한 캐릭터로 보이지만 진행될수록 보통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수중에서 마스크 없이 지낼 수 있다던가, 건장한 남자를 힘으로 물속으로 집어넣는 것과, 심지어 살던 곳이나 직장에서 흔적이 사라지기까지 한다. 세이렌이나 인어공주 같은 신화나 전설 속 인물처럼 환상이나 마법의 이미지를 가진다.
결국 운디네는 마음의 구조에서 보면 남성 속에 존재하는 ‘아니마’이다. 관계가 좋을 때는 영감을 주는 존재이나 나쁘면 남자의 존재 자체를 파멸시키는 팜므파탈이다.
요하네스는 외부만 번드르르한 ‘페르소나’를 나타낸다. 그는 수영도 잠수가 아닌 물의 표면에서만 한다. 마음의 구조에서 페르소나가 표면의 껍질 부분을 차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랑의 마법에서 깨어난 남자인 요하네스는 외부에서 끊임없이 다른 존재를 찾는다. 마법이란 한 사람이 무의식 속의 아니마와 연결되었다는 것인데 여기서 깨어났다는 것은 그와 아니마가 멀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자아의 상징인 크리스토프는 잠수사라는 직업에서 암시하듯 지상과 물속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즉 무의식과 늘 소통할 수 있는 특별한 남성이다.
어떻게 보면 요하네스와 크리스토프는 같은 사람의 두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한 남자가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 선택해야 했을 때 아니마는 요하네스를 죽이고 크리스토프를 살리기로 결정한다. 한사람이 상반된 태도로 살아갈수는 없는것이다.
크리스토프는 내면의 여성성도 외면하지 않고 현실의 삶도 포기하지 않는 성숙한 태도를 가진 남성이다. 무의식을 상징하는 물속에서 운디네를 만나면서도 현실에서 여자 친구와 자식도 낳고 잘 살아갈 수 있는 남성이다.
크리스토프는 물속(무의식)에서 운디네(아니마)로부터 잠수부 인형을 받아 손에 쥐고 땅으로 나와 임신한 여자 친구와 나란히 걸어간다.
잠수부인 크리스토프가 물속에서 운디네의 이름이 적힌 폐선을 찾아내고 그 근처에서 발견한 거대한 메기 군터는 ‘자기’의 메타포이다. 운디네가 군터와 물고기처럼 나란히 유영하는 장면은 모든 것을 압도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바다라는 무의식에서 자기와 아니마가 조화롭게 헤엄쳐 다니는 것의 은유이다.
코마에 빠진 크리스토프의 전화는 마음의 중심으로부터 온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한 사람이 두 개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로 인생을 살 수는 없다는 경고인 것이다. 그는 아니마의 메시지를 받아들여 천박한 페르소나를 벗어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