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맛있는 반찬을 먹었을 때의 반응은 대부분 ‘어릴 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맛’이라는 거였어. 할머니는 음식을 잘하셨고 엄마는 할 줄도 모르는 상태로 결혼했으니 처음에 엄마가 만든 음식 맛이 오죽했겠어. 하하하. 그런데 나중에 그래도 먹을만하게 되었을 때도 좋을 때는 꼭 그 표현이 나왔단다.
아빠가 그리워하는 맛있는 음식 중의 하나가 할머니의 강된장이었어. 할머니가 집에 오시면 아빠가 끓여달라던 음식이란다. 그러면 할머니가 “비법이랄 게 별로 없어”하시면서 있는 재료 툭툭 썰어 넣고 해 주시곤 하셨지.
강된장은 국물을 먹는 된장찌개와는 달리 농도를 진하게 해서 밥에 비벼 먹거나 양배추나 호박잎 같은 쌈채소를 쪄서 익힌 다음 쌈장으로 넣어 먹는 음식이란다. 맛있지만 너무 짜서 나트륨을 줄여야 하는 식단에는 맞지 않아. 또 들어간 재료가 부실하면 영양적인 균형이 맞지도 않게 된단다. 그래서 단백질이 들어간 재료와 여러 채소를 듬뿍 넣어야 하고 짠맛을 잡는 비법도 필요하겠지.
엄마 친구 중에 요리 잘하는 예쁜 친구가 맛도 좋아지고, 짠맛도 잡고, 농도도 걸쭉하게 만들어 주고, 심지어는 영양학적으로도 완벽한 방법을 알려주었는데 완전히 신의 한 수였단다. 그건 바로 요리의 마지막 단계에서 생감자를 갈아서 넣는 거였어. 감자에는 칼륨도 많이 들어있는데 나트륨이 많은 식품을 먹을 때 칼륨이 들어있는 식품과 같이 먹으면 나트륨을 배출시켜준다고 하니 강된장에 이보다 잘 어울리는 재료는 없을 거야.
앞으로 너희도 음식을 해 먹고 아내가 해주는 음식도 먹을 텐데 생존법을 알려줄게. 음식을 하려면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들고 거기에 사랑도 들어있단다. 결과가 맛있을 때도 있고 별로일 때도 있을 거야. 그러나 맛이 없어도 정성까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솔직한 평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렸다. 건강한 맛이다. 새로운 맛이다.”등등,할 수 있는 표현은 많고, 엄마가 아는 외국인 친구는 심지어 “흥미로운 맛이다”라는 표현까지 쓰더라. 또 하나, “우리 엄마는 이렇게 했는데...”같은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라. 엄마의 엄마의 엄마가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다면 원시인이 제일 요리를 잘한다는 거겠지?
그리고 어쩌면 줄 서서 먹는 식당의 비법은 msg일지도 몰라.(어차피 각종 소스에도 이미 많은 msg가 들어가 있단다.) 집밥의 매력은 심심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맛이란다.
그럼 이제부터 재료를 보강하고 짠맛을 잡은 엄마표 강된장 만들어보자. 단백질 재료로 우렁이를 넣기도 하고 조갯살을 넣기도 하는데 엄마는 외국에서 재료 구하기 어려운 둘째를 위해 소고기를 썼다.
<4~5인분>
-다진 소고기 150g을 준비해서 키친타월로 핏물을 빼라.(더 많이 넣어도 좋아.)
-버섯(표고버섯6송이, 또는 새송이 버섯2대), 양파 한 개, 호박 반개, 청양고추 3개, 두부 한 모를 작은 사이즈로 깍둑썰기해.
-웍에 다진 파를 듬뿍 넣고 파 기름을 낸 후 다진 고기를 볶아.
-고기가 익으면 호박과 두부를 제외한 나머지 재료를 다 넣고 더 볶아라.(부서지기 쉬운 재료는 볶으면 망가지니까 마지막에 끓일때 직접 넣는다.)
-뚝배기에 재래된장 2큰술, 고추장 1큰술을 넣고 멸치 다시마 육수 400ml를 조금씩 부어가며 잘 풀어주고.
-아까 볶아둔 재료와 나머지 호박, 두부, 다진 마늘 1큰술까지 한꺼번에 뚝배기에 넣고 중불로 끓여라.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강된장이야. 여기에 멸치육수를 더 넣어서 국물을 많게 하면 된장찌개이고.
-모든 재료가 잘 익었으면 *감자 한 개*를 강판에 갈아서 넣어주고 익을 때까지 더 끓여.(이 부분이 셰프의 킥이다.)
-밥 위에 얹어서 비벼 먹어도 되고, 찐 양배추나 찐 호박잎에 밥 넣고 강된장 듬뿍 올려서 쌈으로 먹어라.(두부와 고기까지 들어있어서 카레처럼 일품요리로 먹어도 손색이 없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비벼먹을땐 덜어서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쌈장으로 먹을땐 그냥 차게 먹어도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