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정희 Apr 15. 2024

처음으로 상담을 받았다

 나의 불안과 긴장이 살면서 크게 불편한 적은 없었다.

 다들 이러고 살겠거니, 누구에게나 여린 부분 하나쯤을 있겠거니 하며 살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한잔 하며 취기에 잠들어 버리면 끝나는 일상적인 감정이었다. 여독을 푸는 것처럼, 난 매일 하루가 끝날 때쯤이면 여독을 풀어야 했다. 남들에게는 그저 술 좋아하는 평범한 사람으로 보였을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니 내 행동이 별로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만 파괴되는 것이 아닌, 그걸 지켜보는 사람도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래서 술 말고, 혼자 삭이는 것 말고 부정적인 감정들을 건강하게 해소하고 싶어졌다. 우연히 한국 예술인 복지재단 사업 중 '예술인 심리상담'이라는 것을 보게 되었다.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일단 신청했다. 

 친구들에게도 속 마음을 잘 터놓지 않아 섭섭하다는 얘기를 듣곤 했는데, 생판 모르는 남한테 어떻게 내 얘기를 해야 할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걱정과 의심이 들었지만 일단 한번 받아보기로 했다. 별로면 안 하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첫 상담을 받게 되었다. 


 생각보다 괜찮았다. 오히려 나랑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속 마음을 터 놓기가 훨씬 편했다.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했던 일들, 괜찮은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던 예전 상처들, 나도 알 수 없는 아리송한 감정들까지 조금씩 꺼낼 수 있게 되었다. 입 밖으로 뱉어내니 별일 아니었던 것도 있었고, 상담사님께서 나보다 더 분개하실 만큼 억울한 일도 있었다. 내 입으로 나에 대해 얘기하고 누군가가 공감해 준다는 것 만으로 짓눌려왔던 어느 한 부분이 활짝 펴진 것 같았다. 


 나는 요즘 내 생활에 아주 만족한다. 

 첫 상담 또한 아주 성공적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천년의 이상형을 찾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