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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Jan 21. 2024

입원 준비 (2)- 영양찰밥

입원할 땐 먹거리 챙기는 게 최우선!

약 6개월 만에 다시 엄마의 입원 준비. 사실 남들은 1~2시간 머물면 끝나는, 입원도 필요 없는 수술이다. 다만 엄마가 복용하고 있는 심장약 때문에 수술 후 출혈 위험이 있어서 짧으면 1박 2일, 길면 3박 4일이 될지도 모른다. 보호자님 스케줄 넉넉하게 빼두라고 의사가 몇 번이나 당부했었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아빠가 병원 생활을 하실 때부터 내게 입원 준비는 음식 준비였다. 돌아가시기 전 8개월 정도 병원 생활을 하신 아빠와 간병으로 덩달아 병원에 갇혀 계셨던 엄마. 돈도 돈이지만 아빠는 간병인들의 기피 1순위인 건장한 체격에 정신이 말짱한, 게다가 까탈스러운 편인데 다리를 쓰지 못하는 힘든 환자였기에 간병인 찾기도 쉽지 않았다. 덕분에 엄마가 고생을 참 많이 하셨다. 차라리 내가 근무 중이었으면 휴직을 했을 텐데 파견 연수중이라, 연수를 중도 포기하면 물어내야 하는 돈이 어마무시해서 난 주말에나 병원에 가곤 했다. 합숙 연수 중 금요일이면 외출이 가능해서 집에 오자마자 음식을 하곤 했다.  곰국도 잔뜩 끓여가고, 열무김치도 해가고, 온갖 건나물에 들깻가루 들이부어 나물볶음도 만들고. 그땐 채식에 별 관심이 없었으니 아빠가 넘길 수만 있다면, 그리고 옆에서 간병하는 엄마를 위해 고기든 나물이든 일주일치를 해다 바치는 게 일이었다. 해본 음식도 있고, 인터넷 찾아가며 만든 음식도 있고, 감으로 하는 음식도 있고. 병원음식에도 적응을 하면 좋을 텐데.. 경험상 병원에 있을 땐 몸이 힘들어 그런지 내가 먹어도 어느 병원이든 밥이 맛있는 경우가 드물다. 간이 싱거운 게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 있는 상황이라 입맛이 없는 걸까? 그래도 집반찬이 하나 있으면 밥이 더 잘 넘어가니 꼬박 준비하는 편이다. 여전히 엄마는 아빠 간병하실 때 내가 만들어준 열무물김치 덕분에 먹고살았다고 하실 정도다. 하필 그 물김치는, 첨 해보며 간을 잘못 맞춰서 2주에 거쳐 수정을 했던 거라... (잔뜩 벌여 놓은 김치거리 몇 통을 몽땅 버리는 줄 알고 조마조마했었다.) 그때 그 맛을 다시 낼 수가 없다. 아마.. 힘들 때 '다른 사람이 해 준 집음식'이라 더 맛있게 느꼈던 게 아닐까.


여하튼 며칠간 입원하는 정도라면 특별할 것 없이 찰밥, 장조림, 조미김만 있으면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심장에 문제가 생겨도, 하다못해 감기를 걸려도 수술을 미뤄야 하기 때문에 며칠간 엄마의 컨디션을 지켜보느라 조마조마 하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내일이 입원. 짐이야 후다닥 싸면 되고, 병원밥 안 좋아하시는 엄마와 간병할 나를 위해 영양밥과 버섯장조림을 준비했다. 장조림은 에 올렸으니 오늘은 영양찰밥을 소개해 보기로 한다.


* 재료 - 컵은 쌀컵 기준

팥 1컵반,  찹쌀 7컵, 대추 12알, 밤 12알, 은행 30알, 식용유 한 스푼, 굵은소금 한 꼬집, 고운 소금 반티스푼

밤, 대추 등은 더 넉넉하게 넣어도 상관없다.

(말린 표고버섯도 한 줌 씻어 넣으면 좋다. 난 버섯 장조림이 있어서 버섯은 패스)


막 따온 햇팥이면 그냥 넣고 밥을 하기도 하던데.. 보통 마트에서 사 오는 팥은 말라있고, 익는데 오래 걸리므로 미리 손질하는 게 좋다!

시간을 잘 맞추면 팥을 삶는 동안 다른 반찬을 준비할 수 있다. (실제로 팥삶는 동안 나머지 재료와 장조림 준비도 다했다. 순서가 중요!)


1. 팥을 잘 씻어 미지근한 물을 팥이 푹 잠기게 담가 30분 불린다.

2. (팥이 불는 사이) 대추를 씻어 씨를 빼고 3~4조각으로 자른다.

3. 껍질 깐 밤도 먹기 좋게 3~4조각으로 자른다.

4. 은행은 한번 헹군 뒤 물기를 빼고, 프라이팬에 기름을 한 숟가락 두르고 굵은소금 한 꼬집 넣은 뒤 2분 정도 볶아준다.

5. 깨끗한 마른행주 또는 키친 타올로 볶은 은행을 살짝 문질러 속껍질을 까준다.

6. 불려둔 팥을 그 물 그대로 냄비에 넣고 뚜껑을 연 채로 10분 삶는다.

7. 찹쌀을 씻어 채반에 받쳐둔다.(물에 담가두면 너무 불어 죽밥이 될 수 있음)

8. 팥삶은 물을 버리고 다시 깨끗한 물을 넣어 30분 정도 끓인다. 씹어 봤을 때 익었는데 살짝 사각한 정도면 멈추기.

9. 팥을 체에 밭치고 팥물은 버리지 말고 받아둔다.

10. 밥통에 팥을 넣고 쌀, 대추, 은행, 밤 넣고 소금 반 티스푼 추가, 두 번째 팥 삶은 물을 포함하여 물을 총 7컵(쌀과 동량) 부은 뒤 취사버튼 꾹!

 - 밥알이 살아있는 좀 고두밥이 좋으면 쾌속 16분 정도, 푹익은 밥을 좋아하는 편이면 일반 취사(30분) 정도


밥이 되면 잘 섞어준 뒤 김, 장조림과 함께 맛있게 먹으면 된다!

병원에 가져가기 위해 밥을 큰 스텐 통에 덜어 식혔다. 보통 병원에 전자레인지가 있으니 밥그릇 하나 들고 가서 먹을 때 덜어서 데워 먹으면 밥포장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덧. 한달에 한편이라도 올려야지~하던 브런치 글을 왜이리 못썼나 생각해봤다.

문제는 그림이었다. 음식 그림과 함께 글을 올려야지~했는데, 기왕하는 거 브런치 글을 올릴 땐 디지털그림을 그려보자!하고 마음 먹었던 것이다. 디지털 드로잉이 익숙지 않으니 그리는 일을 미루고, 글감이 있어도 그림을 핑계로 포기하곤 했다.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게 낫지! 하는 생각으로 요즘 다이어리에 그리고 있는 일일 스케치를 첨부한다. 언젠가는.. 디지털 드로잉도 슥슥~ 휘리릭, 완성! 하는 날이 있을까?


암튼 별거 아니지만, 별것이 되어버린 엄마의 수술이 잘 마치길 기도하며... 이상,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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