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택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선택이었다
과거에도 지금도 나는 동물들을 좋아한다. 동물과 함께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몽글해지고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대가 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존재, 따뜻한 온기,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두 눈망울.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존재이지 않은가. 하지만 동물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과는 달리 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내 가슴속에는 영원히 덜어지지 않을 무거운 짐이 생기고 말았다. 바로 두 번째 직장에서 말이다.
동물원에서 일하는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마음속 짐이 점점 무거워지는 느낌이었다. 저 좁은 곳에 갇혀사는 저 동물들의 불행이 느껴졌기 때문일까. 매일 같이 치우는 당근색의 변을 보며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동물원은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지옥과 다름없었다. 매일 같이 죄책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 날, 경악할만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던 당시, 동물원에는 뱀이 7마리 정도 있었는데 뱀들에게 살아있는 햄스터들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겠는가. 사유는 뱀들에게 먹이용으로 주는 냉동 마우스와 냉동 랫을 먹지 않고 거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과 햄스터 같이 작은 쥐과의 소동물들은 번식이 빨라 개체수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간 정성껏 돌봐왔던 작은 아이들이 뱀들에게 먹이로 던져지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 했고, 순식간에 뱀의 먹이로 전락당할 위기에 있던 다른 쥐과 아이들이었던 펫테일 저빌들을 구조하여 집으로 데려왔다. 그 아이들이 망고(현재 나의 반려묘) 이전에 내가 반려했었던 나의 작은 천사들이었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한 후로 동물원으로 출근할 때마다 구역질이 나는 듯한 느낌이었다. 동물이 좋아서 그곳에 입사했던 지난날의 내 선택이 미치도록 후회스러웠다. 충격받은 내 모습에 동물원의 본부장님은 내 앞에서 다시는 살아있는 아이들을 뱀의 먹이로 던져주지 말라는 말을 건넴과 동시에 보기엔 그럴듯한 중재를 했지만, 이미 목격한 것이 있었기에 뒷북이나 다름없는 겉만 번지르르한 중재는 내게 아무런 안정도 그 어떤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가주지 못했다. 내 선택을 뼈저리게 후회하며 ‘더 이상 다녀서 좋을 것 하나 없겠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비윤리적인 사건들이 하나둘씩 계속 발생하기 시작했다. 아픈 아이들을 제때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방치하거나 최소한의 돌봄조차 진행치 않아 죽게 만들었고, 죽은 아이들에 대한 마지막 예도 지키지 않았다. 그저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이용하기 급급했고, 미니돼지들은 작은 체급을 유지하겠다는 사유로 고작 사료 몇 알을 물에 불려 먹이는 게 일상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 아이의 최후는 결국 아사였다. 계속되는 동물들의 죽음에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나는 건강 문제로 전이되어 종종 응급실로 실려가는 일이 많았고, 갑작스레 출근을 하지 못하는 일이 몇 차례 발생하기도 했다. 그 정도로 나는 이미 한계에 다 다른 상황이었다.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퇴사 결심이 선 후, 나의 결심에 불을 지피고 더 확고히 만든 사건 하나가 발생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해설 업무를 마치고 동물원 곳곳을 살피던 날이었다. 동물들에게는 외부 음식 급여가 절대 금지가 되어있었는데, 어떤 가족이 동물들에게 초코파이를 먹이고 있다는 다른 손님들의 제보가 이어졌다. 동물을 반려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초코파이의 초콜릿이 동물들에게 얼마나 위험한 음식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분명 수차례 외부 음식을 동물들에게 먹일 경우, 위험할 수 있으니 절대 금지라는 설명을 직원들에게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초코파이를 동물들에게 먹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이 씹고 뱉은 초코파이를. 그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나기 시작했다. 어떤 아이들이 초코파이를 먹은 건지 제대로 된 파악도 할 수 없었을뿐더러 그 와중에 직원들의 모든 주의사항을 무시한 채 자신들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는 그 가족들을 보며 환멸감까지 느껴지기 시작했다. 무전을 통해 해당 사건을 다른 직원들과 본부장님께도 공유를 드렸고 그 가족을 예의주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의주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사고는 터지고 말았다. 손을 물릴 수 있으니 먹이는 반드시 먹이삽에 올려서 주라는 사전 내용과 경고 문구도 무시한 채, 자신의 아이에게 먹이를 쥐여주며 먹여보라 강요하던 아이 아빠의 모습에 화가 나 다가가던 그때였다. 결국 아이는 토끼에게 손을 물리고 말았고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우선 아이의 손 치료를 위해 안내소 쪽으로 이동했고 아이의 치료를 마친 후 아이의 아빠에게 왜 직원들의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고 동물들에게 초코파이를 주고 다녔으며, 아이이게 손으로 먹이를 주게 했는지를 따져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씨X년이 쫑알쫑알 말이 많네. 뭘 자꾸 따져 물어?!’라는 어처구니없는 욕설이었다. 본인이 주의사항을 따르지 않아 죄 없는 동물들이 초콜릿을 먹고 최악의 경우 죽을 상황이 올 수도 있고, 자신의 아이가 다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사람에게선 그 어떤 반성의 기미조차 없었다. 사람 같지도 않은 모습에 그 순간은 정말 눈에 보이는 게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그래도 서비스직이니 참았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서비스직이 생명의 무게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가족 손님과 싸운 후 동물원의 팀장님은 당일 비번이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으면서 ‘쟤 저럴 줄 알았다’ 라며 손가락질을 했다. 하지만 그런 손가락질보다 더 화가 났던 건 초콜릿을 먹은 동물이 어떤 아이인지에 대한 조사도 그 후속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마지막까지 진절머리 나는 동물원의 대처에 환멸감이 극에 달한 나는 이후 바로 퇴사 의사를 밝혔고, 지옥 같던 동물원을 그만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