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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글씨 Jan 18. 2024

상처 열|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어떤 직장이든 다 똑같이 힘들고 내 맘에 드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랑 맞지 않는 사람 또한 있기 마련이고, 모든 사람이 날 좋아할 수 없다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다. 적당히 타협을 보며 사회생활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고, 내 마음가짐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는 내 관점 또한 바뀐다는 것 역시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이 모든 융통성을 뒤로하고서라도 한 개인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급여를 제때 받을 권리, 일을 하며 업무에 대한 내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권리, 직원으로서 최소한의 대우를 받을 권리, 정당한 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갖은 무시를 받아야 했고 하지도 않은 일에 오해를 받거나 비난을 들어야 했으며 사람에 대한 배신감에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너덜해지기도 했다. 누군가의 안일함과 무례함은 나비효과가 되어 또 다른 누군가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벼랑 끝에 내몰린 나는 살기 위해 도망치는 길을 택했다. 도망치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잘못된 선택을 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릴 것만 같았다.


 현재는 가장 최근까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휴식과 안정을 취하며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 마지막 직장은 여전히 나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 정당한 사유 없이 퇴직금 지급이 미루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그 어떤 양해의 연락조차 오지 않고 있다. 끝까지 예의 없는 모습을 보며 그만두길 잘했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비록 다시 직장을 찾는 일이 힘들고 또 다른 스트레스겠지만, 그곳에서 직원 대우도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하는 것보단 낫겠지 싶었다. 


 회사를 그만둔 후, 우선은 담당 주치의의 권유대로 출근할 때 먹던 안정제 복용을 중단했다. 마지막 출근일까지 무사히 잘 버텨보자며 처방해 주었던 안정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됐고, 잠도 이전보다 좀 더 잘 잘 수 있게 되었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었고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이유 없이 손에서 갑자기 땀이 흐르는 일도 거의 없어졌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구역질이 날 것 같았던 증상도 스트레스의 원인이 사라지니 신기하게도 말끔하게 사라졌다. 이런 것들을 돌이켜보면 난 참 스트레스적인 환경에서 취약한 인간이었구나 싶었다. 누군가는 내가 나약하다고 느낄 수 있겠지만 난 이 과정 역시 내가 좀 더 단단해지기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남들보다는 더디겠지만 결국은 나 역시 남들처럼 언젠간 도착지에 무사히 도착할 것이다. 


 내가 힘들 때는 주변을 둘러볼 겨를이 없어 몰랐는데, 실제로 내 주변에서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지인들이 꽤 있다는 것에 놀라웠다. 그들 역시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고 누군가는 나와 같은 선택을, 또 다른 누군가는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며 저마다의 힘듦을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다. 상처를 극복하는 방법은 모두 다르겠지만 모두가 부디 그 상처를 극복하고 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길 진심으로 응원하고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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