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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로그림 노운 Dec 19. 2023

인생은 타이밍이다

시간적인 조화


두 번째 레슨이 시작되었다. 주 2회 이어지는 다다음날 레슨이다. 소화 불량인 채 점심 먹지 않고 갔다가 손 떨려 식겁했다. 바로 이어지는 백핸드 공치기. 헛스윙도 없이 제법 잘 맞혔다. (신동인가..?) 풀스윙까지 이어졌다. 곱게 잡은 두 손을 넘기면서 팔꿈치를 턱선 정도까지 넘기면서 채를 떨어트릴 것. 첫날 배운 포핸드 스윙에 비해서 손목이 덜 꺾이는 것 같아 통증이 덜했다.


20분이지만 빠른 속도로 레슨은 이어진다. 이번에는 바로 서 있다가 자세를 돌려 백스윙하는 것을 해보고, 곧이어 다시 포핸드 정면에서 옆으로 돌리면서 풀스윙하는 것까지. 왼손을 채 윗부분에 올린 채 테니스 면을 거울 보는 듯 돌려 공을 밀어내듯 치고 연이어 풀스윙으로. 이게 말로 하니 어려운데 실제 한 동작이다. 몸에 익히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몸을 돌리면서 자세를 잡고 발을 돌리고 채를 올리고 나서 중심을 옮겨가며 스윙을 하고 피니쉬까지 한큐에 이어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공이 잘 맞아줄 때도 있지만 타이밍 맞추기 힘든 경우도 많고.


타이밍.
1. 동작의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순간. 또는 그 순간을 위하여 동작의 속도를 맞춤.
2. 주변의 상황을 보아 좋은 시기를 결정함. 또는 그 시기.
[테니스] 상대방이 친 볼에 대하여 적당한 자리에서 라켓의 적당한 위치에 맞추는 것. 즉 볼의 바운드에 맞추어 라켓을 대는 것을 말한다. 이 시간적인 조화가 없으면 볼을 잘 쳐 보낼 수가 없다.


타이밍이란, 시간, 상태, 박자 등을 맞추는 것. 즉 시간적인 조화를 말한다. 매사 힘 빼기와 타이밍이다. 힘을 빼고, 공이 하나, 둘, 셋 잠시 떠서 멈춘 그 순간을 기다렸다가 여유 있게 스윙. 이 일련의 동작과 타이밍이 참 쉽지가 않다. 힘을 빼고 기다린다. 최적의 순간을 노리고 최선을 다해 스윙한 다음, 다시 힘을 빼고 피니시. 꾸준하게 손에 익고, 몸이 기억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그렇게 한 발씩 나아간다.


연애도, 결혼도 어쩌면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든다. 호감을 가지고 있다가 그것이 발전하는 것도 썸의 단서들이 쌓이고 타이밍 좋게 어떤 사소한 계기로 연인 관계로 발전하는 게 아닐까. 결혼 또한 나이와 상황들을 고려했을 때 최선의 시점에 낚아채는 어떤 타이밍일지도 모른다. 부동산이나 주식도 마찬가지다. 오르락내리락 언제가 고점일지 예측하고 잠시 멈춘 순간을 기다렸다가 그 찰나의 순간을 잘 노리고 사고팔아야 한다. 그 타이밍은 잘 관찰하고 있다가 그 찰나의 순간을 잘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이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나의 사적인 그림>에서 우지현 작가는 말한다.

"냉장고에 질 좋은 고기가 있어 스테이크를 해 먹기로 했다. 두툼한 고깃덩어리에 소금과 후추를 골고루 뿌리 밑간하고, 올리브유를 넉넉하게 둘러 로즈메리와 함께 재워 두었다. 잠시 후 뜨겁게 달군 팬에 겉을 튀기듯이 지져 바삭한 크러스트를 만들고 한 조각의 버터로 풍미를 더한 뒤 레스팅시키니 완성! 비교적 쉽고 간첩하게 요리할 수 있지만 알맞은 숙성과 불의 온도, 그리고 정확한 조리시간을 맞추기가 제법 까다롭다. 엄청난 손재주나 고난도의 기술을 요하는 일은 아니나 시간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고기의 육즙과 식감은 물론 전체적인 맛이 결정된다. 스테이크의 생명은 타이밍이다.”

“같은 맥락에서 보면 삶의 상당 부분도 타이밍에 좌우된다. 그 시기를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있다. 주어진 기회를 잡지 않으면 꿈은 저 멀리 날아가고, 고백할 시기를 놓치면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빨리 오해를 풀지 않으면 관계는 소원해지고, 드디어 효도할 수 있는 때가 오면 부모는 이 세상에 없다. 거꾸로 서로에게 적절한 시기에 만났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어지는 인연도 있고, 딱 그 시점에 방문했기에 좋은 기억으로 남은 여행지도 있다. 나아가야 할 때도, 멈춰야 할 때도, 또 기다려야 할 때도 적기가 있는 법. 모든 것은 때가 있고, 그 시기를 놓치면 좋을 것이 없다.”

스테이크에 이어 삶의 상당 부분이 타이밍이라는 데에 동의한다. 타이밍을 맞추고 여유를 찾는 것. 그것이야말로 테니스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하는 테니스 햇병아리의 짧은 단상이다.


하나, 둘, 셋, 탕. 마음이 바쁘다. 몸에 익을 때까지는 조급함이 앞선다. 공이 오는 속도와 방향을 쉬이 예측하지 못해 몸 앞으로 오는 공을 느닷없이 쳐야 할 때도 있고, 너무 멀리 튀어 팔을 크게 뻗으면서 자세가 망가지기도 한다. 공을 맞추는 데 여념이 없으면, 자세가 무너진다. 여유를 가지고 예측해야 한다. 거리감을 익히고, 공이 바닥에서 튀는 순간을 잘 본다. 공기의 흐름을 읽고, 적정한 거리에 도달하는 그 순간을 노린다. 마음이 급하면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직선으로 보내야 할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 버린다. 쉬운 일이 아니다. 테니스는 타이밍이다. 인생사도 결국 타이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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