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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가불 이슈로 시내 살랑살랑

터키 브런치, 마트, 빅토르최 동상

by 해일

바로 전날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

알마티 6일차의 체력까지 몽땅 끌어써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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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티 시내로 돌아온 뒤로는 미드나잇 샤우르마를 갈겼고,

흙투성이 옷을 벗어놓은 후 문명의 핫샤워를 체험했다.

그리고 그대로 침대로 다이빙, 푹 퍼져버렸다.




실눈만 떠도 날씨 좋은 티가 온 방안에 팍팍 나고 있었다.

시계는 오전 11시.

가장 마지막으로 침대에 누웠는데 그만큼 늦게 일어난 것 같다.


먼저 일어난 고객님들이 옷더미를 수습하여 빨래를 돌리고 계셨다.

화장실에 휴지가 다 떨어져서 근처 슈퍼마켓으로 나갔다.

* 입실 당시 쓰던 휴지 한 통만 걸려있었다. 호스트 센스가 살짝 아쉬웠던 부분. 기껏해야 몇백원짜리 두루마리 휴지 하나 갖다달라고 연락하거나 일부러 만나는 건 그닥 효율적이지 않은 것 같았다.


늘 이용하던 곳에서는 낱개로 파는 상품이 다 떨어진 듯 했다.

근처 다른 슈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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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입구에는 정겨운 환영 메시지가 걸려있었다.

'С новым годом'

저건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뜻이다.

지금 6월 말인데 어지간히도 귀찮으셨던 것 같다.

그대로 5개월 좀 넘게 더 쓰면 곧 유효한 장식이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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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역해서 '백설'이라고 적힌 휴지 하나 겟.

이걸로 모두의 화장실 라이프가 좀더 안정되었다.


돌아오니 빨래가 거의 끝났다.

재빨리 같이 널고나서 지난 밤에 계획했던 대로 터키 식당에 브런치하러 출발했다.

숙소 위치가 워낙 괜찮아서 한가롭게 오후 햇빛 맞으면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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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9747.JPG 오후 2시의 식사

화덕빵, 살랸카, 률랴 케밥(고기 넉넉하고 길다란 동그랑땡 정도로 생각하면 될 듯)

화덕빵에는 터키식 딥(가지, 토마토, 후무스, 요거트)이 같이 나온다.

고기는 쇼케이스에 있는 것을 보고 고르면 그것을 구워다 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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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콤달달하게 기력회복용으로 타슈켄트차도 주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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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클라바가 보이길래 디저트로 시켰는데 크기가 다소 옹졸하다.

그리고 닿는 즉시 이가 썩을 것 같은 단맛이었음.

현재까지 먹어본 바클라바 중 원탑은 dizengof/99의 슈퍼 바클라바

* 따끈바삭하게 데워서 진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올려준다.



오랜만에 평화로운 식사를 한 것 같다.

현장에서 3일 내내 밤샘 작업하다가 행사 마치고 먹는 제육볶음 된장찌개 정식같은 바이브였다.




식당을 나와서 산책할 겸 지인들에게 돌릴 선물을 구매하러 마트로 갔다.

3일차에 갔었던 마트 유빌레이니(Юбилейны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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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근하고 샤우르마 테이크아웃할 때 같이 사던 아이란

빨대 툭 꽂아서 마시면 된다.

전혀 달달하지 않은 요거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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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아 와인 구경 중

말이 그려진 와인도 사왔다.

바로 전날 말타고 등산다녀온 터라 말 금지 표시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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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즈마라울리(киндзмараули) 세미스위트

지금껏 마셔본 와인이 '흥, 옛다 포도' 같은 거라면,

얘네들은 '프워도으우아아아아아악'

밴쿠버에서 시음했던 아이스와인이 생각나는데 가격면에서 이쪽이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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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마티니 샴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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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쇼케이스

아무것도 사지않았지만 기웃거려봤다.

케이크들은 왠지 맛을 알 것 같은 비주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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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기념품으로 사가라고 꿀을 진열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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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맛 꿀, 그리고 파인애플, 코코넛, 블루 스피루리나가 들어간 파란색 수플레꿀

무거우니까 굳이 사지는 않았다.

집 근처라면 호기심에 구매했을 듯

* 그런 마음으로 언젠가 새파란 라벤더 치즈를 집에 들였다가 실패의 쓴맛을 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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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철수했다가 체력되는 사람들만 저녁거리와 기념품 사러 도스틱 플라자 갈마트에 갔다.

감자퓨레+버섯 만두 맛있으니까 궁금할 경우 마트나 식당에서 보이면 사드시는 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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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초코파이는 롯데보다 오리온이 더 맛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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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시키리아 약꿀(липовый мёд)

생산지도 바시키리아 지역이고 러시아 품질 보증마크 같은 거 붙어 있길래 선물용으로 몇 개 구매했다.


이날 구매한 기념품 겸 전리품은 초콜릿, 꾸르트, 체칠 치즈, 베풍긴(бефунгин).

베풍긴은 차가버섯 엑기스인데 은근 판매하는 곳이 많이 없다.

약국별로 가격도 상이한데 여러 군데에서 비교해가며 살 열정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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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일단 저녁식사는 스테이크

갈마트에서 산 소고기와 엊그제 시장에서 샀던 채소들 잘라서 오븐에 간단히 구워버렸다.

이것저것 구매, 체력 회복, 빨래, 편한 식사까지 야무지게 마친 하루였다.




IMG_8770.jpg?type=w773 색감이 예뻐서 찍었는데 카메라가 덜 닦였다..

하지만 밤산책은 나가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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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릇푸릇 알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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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니 판필로바 거리인데 양쪽에 현란한 왕사과들이 놓여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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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으로 들어가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 것 같은 구조물


SE-206490e6-6a5d-4afa-8f3a-613c964978ac.jpg?type=w773 잘은 모르지만 어딘가 랑콤스러운 랑콤 카페

모스크바에 있던 카페, 식당도 몇몇 보였다.

그리고 말 그대로 그냥 걷다보니 근처에 빅토르최 동상이 있길래 그곳을 찍고 돌아오기로 했다.


IMG_0239.jpg?type=w773 따봉 아니고 라이터에 불 켠 거임

바닥에 적힌 것은 'игла', '바늘'이라는 뜻이고 빅토르최가 출연했던 영화 이름이다.

배경이 알마티였던 것 같은데 사진을 찍는 사람이 몇명 있었다.

저 손을 한번씩들 어루만져줬는지 반짝반짝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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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1시 옛 시청을 지나 복귀.

보바씨께서 현재는 대학 건물이라고 설명해주셨었다.


알마티 시민들은 여전히 여름 밤을 최대치로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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