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마지막 날, 알마티의 소소한 모습들
체크아웃 전에 남은 과일, 채소 때려먹기
온갖 베리와 여름 복숭아들을 아이란에 말아먹었다.
결국 큰 통으로 재구매한 모벤픽 바닐라드림도 클리어
가방 정리 중
나눔 초콜릿, 닭가슴살용 시즈닝 시트, 할바 초콜릿, 땅콩 웨하스, 쁘랴닉*, 뉴로펜 익스프레스**
* 잼이 든 퍼석한 티푸드
** 두통에 효과굿. 한국에는 없는 것 같아서 간 김에 사왔다.
정오 10분 전에 깨끗하게 체크아웃했다.
[팁 : 귀국 항공편 출발 시각이 늦다면 물품보관소보다는 저렴한 숙소 하나가 낫다]
자정 비행기였다.
물품보관소도 알아봤는데 맡길 캐리어가 대형 4개다.
가격이나 동선 고려하다보니 차라리 시내 저렴한 숙소 방 하나가 이득이다.
공항 출발 전에 잠깐 쉬면서 씻을 수 있는 최소 시설을 기준으로 숙소를 수배했다.
* 숙소 후기는 별도로 쓰려고 함.
택시를 부르고 짐을 실으려는데 기사 아저씨가 내리더니 온갖 짜증을 터뜨렸다.
이걸 다 어떻게 싣냐, 더 큰 차를 찾았어야 하지 않냐, 이런 도로에서 차를 잡냐...
첫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짐을 내렸던 같은 차량 모델의 기사님과는 매우 상반된 반응이었다.
간혹 있는 폭탄 기사님 중 하나다.
* 러시아 우파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그땐 심지어 사람 두 명에 캐리어 하나밖에 없었다.
한두마디 대응하다가 고객님들 앞에서 본격적으로 싸우기는 좀 그래서 그냥 우겨넣고 출발했다.
가는 내내 투덜대는 소리가 나왔지만 어쨌거나 무사히 숙소에 도착은 했다.
체크인을 마친 후 점심을 먹으러 갔다.
꽃집 앞에 슈렉도 사는 한적한 동네에 있는 그루지야(조지아) 식당
⭐️ 고객님들 대만족 ⭐️
⭐️ 인생 힌깔리 확정 ⭐️
조지아 식당은 반드시 고객님들 모시고 가려고 대기타고 있었다.
이것저것 기본적이고 대표적인 음식들과 차를 주문했다.
왼쪽부터 가지 프할리*, 하르초**, 트빌리시 샐러드
пхали бадриджани, харчо, салат тбилисури
* 견과류로 만든 속을 가지로 돌돌 만 것
** 시원뜨끈한 갈비탕
소고기 힌깔리*, 차슈슐리**
хинкали из говядины, чашушули
* 육즙 빵빵 만두. 평생 먹은 힌깔리 중에서 제일 훌륭했다. 육즙이 어찌나 많은지 과장 좀 보태면 국 한 그릇 들어있는 수준이고, 잡내 아예 없고, 반죽도 튼튼한데 부드럽고.
** 갈비찜과 제육볶음 사이 그 어딘가
아자르식 하차푸리
хачапури по аджарски
* 하차푸리 자체는 메그렐식(хачапури по мегрельски)으로 처음 접했었는데 메그렐은 치즈 피자처럼 둥그렇게 생겼다. 둘다 치즈가 졸졸 흘러넘쳐서 맛있음.
식사도 훌륭했는데 처음에 딱딱하던 담당 직원도 어느새 사근사근해져서 고객님들 기억에 좋게 남았을 것 같다.
* 이쪽 지역에서 친절한 미소와 부드러운 손짓은 기본 탑재 사양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추가 옵션이다. 그래도 더 과거에 비해서는 많이 변한 게 체감된다.
카페 갔다가 산책하기 좋은 위치로 택시를 타고 이동했다.
알마티 곳곳에서 길을 건널 때 이런 게 보이면 꾹 눌러줘야 함.
그렇지 않으면 영원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가 있다.
바닐라(Vanilla) 카페
흥미로운 메뉴가 많이 보이는게 몹시 MZ스러운 카페다.
말차 메뉴가 빨간색으로 표시돼있어서 더욱 그래보인다.
5가지 시럽 중 하나를 골라 넣는 아이스티, 호지차 토닉, 에콰도르/브라질/베트남 카카오빈 중에 고를 수 있는 초콜릿 음료같이 신박한 게 많았음.
'여성 동지에게 커피 한 잔 살 돈 아끼지 말라'
카페 컵 디자인 모양 과자, 말차 쿠키
그리운 디저트들도 있었다.
일단 나폴레옹 접수
좌석은 창가를 따라 늘어져있고 분위기는 차분하이 굿.
화장실도 깨끗함.
한시간 정도 쉬다가 나서는데 출입구 옆에 뽀짝한 엽서들이 있다.
낙서같은 알마티 지도
<의역: 내가 우유 핫바지로 보이겠지만 각성하면 치즈도 되고 스메따나도 되고 칵테일도 될 수 있단다.>
카페에서 나와 산책 겸 조지아 와인 살 곳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알마티에서 술 사기 좋은 곳으로 추천받은 곳인데 과연 종류가 일반 마트보다 훨씬 많다.
가는 길에 카페인가 했더니 아주 예쁜 치과
크게 자란 나무가 많아서 푸짐하게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좋다.
알마티의 거리 안내표시
이 많은 나무들로도 알마티의 공기는 완전히 정화될 수 없어보인다.
오페라 극장에서 뭔가 졸업식 행사를 하고 있다.
여기저기 커다란 꽃다발을 든 사람들이 다니고 있고 특별한 날 전용 헤어와 메이크업도 심심찮게 보였다.
* 연말 파티, 회식이나 생일에도 볼 수 있는 '특별한 날' 드레스업.
낮에 보니까 빅토르최의 라이터불이 더 밝다
직관적으로 1956년부터 운영하고 있군!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업은 1958년이라고 한다.
한국에 제로 어쩌고 유행하기 전부터 벌써 시장에 나오고 있던 제로 잼과 소스들
술 구경하러 왔다면서 왜 잼사진인지 의문이 생긴다면 그것은 안에서 많이 헤맸기 때문이다.
입구 들어가자마자 왼쪽을 보면 반층 올라가는 계단 위에 문이 있는데, 거기로 들어가야 비로소 알코올랜드임.
알코올랜드로 진입하자마자 곧장 따라와 도와주신 직원분이 참 인상적이었다.
제품이 정말 많았는데 원하는 맛을 설명하면 바로 제품을 가져와 소개해주시고, 이것저것 가리키며 여쭤볼때마다 즉답을 주셔서 그야말로 전문가 포스가 흘러넘쳤다.
그래서 카자흐스탄 와인도 구매했다.
전문가가 맛있다고 하는데 거스를 이유가 없었다.
실제로 아주 훌륭한 디저트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알코올랜드 계산대에 숙취해소제 컨디션 침투
계산을 마치고 증류주 코너에 벨루가 골드라인이 있길래 구경했는데 러시아가 훨씬 싸다.
맨위 왼편 박스 포장된 제품은 선물용으로 몇 개 사기도 했었다.
전문가님은 한국에서 왔냐고 묻더니 진열된 화요 소주를 보여주셨다.
뿌요소다같아서 찍음.
여우갱단 진이라니
오후 4시가 넘었다.
엊저녁 주문해먹었던 샤슬릭집 Shipudim을 지나 새로 입실한 숙소로 갔다.
리셉션에서 약간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하룻밤 묵을 곳은 아니기 때문에 소모전으로 넘어가기 전에 중단하고 근처 메가마트 구경갔다.
나무조각 아님.
차와 같이 먹을 웨하스(웨이퍼) 까까다.
* 워낙 건조한 기후라 과자 포장을 비닐 한겹으로만 한다거나 먹던 까까봉지를 열어두어도 눅눅해지지 않는다는 건 아주 편리했다. 빨래도 매우 빨리 마름.
좋아하는 초콜릿 중 하나.
봉지에 조금 담고 무게 달아서 샀다.
룸메는 아이스크림을 묵직한 한 덩어리로 저렇게 포장해서 파는 것을 신기해했다.
대용량이 판치는 미국에도 당연히 존재하는 형태인 줄 알았다.
쇼핑몰은 거기서 거기인 느낌이라 오랜만에 레오나르도(문구, 취미용품 판매하는 매장)
역시 전시 제품 디자인에 거리낌이 없어서 마음에 든다.
아이들이 쓰는 노트에도 해골바가지를 심심찮게 박아넣는 곳
해리포터 레시피북
왠지 모양만 그럴싸한 설탕덩어리들일 것 같음.
오후 7시의 메가마트
슬슬 저녁을 먹고 숙소로 가서 씻을 타이밍이 되었다.
다들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아서 푸짐한 것보다는 간단하게 몇 개 주문해서 차나 마시는 것에 합의했다.
그래서 고객님 중 한 분이 지나가다 어떤 이탈리아 식당을 찾아두셨다기에 별 고민없이 따랐다.
결과는 매우 성공적, 생각보다 훨씬 제대로 이탈리안이었다.
자본의 인테리어
실제로 식당 방문객들도 차려입고 오는 듯 했다.
도마도 스프(빵 같이 나옴), 샐러드, 화덕피자, 차 하나 주문했다.
배 안 고팠는데 워낙 맛이 근본에 충실해서 나오자마자 싹 해치워버림.
카운터에서 샤퀴테리 외 이탈리아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다.
오후 여덟시 반 넘어서 다시 숙소 가는 길,
'신발굽(까블룩, каблук)'이라는 말을 영어 단어로 저렇게 써놨다.
미묘한 도용으로 보이는 익스프레스 알리 간판
지나가던 찰나 색감 취저의 느낌을 받아서 찍음.
뜻은 단순히 '수영장'
<돈으로 행복은 살 수 없지만 도네르는 살 수 있다!>
숙소에서 돌아가면서 샤워하고 간식먹고 10시쯤 공항으로 출발
이번 택시는 중국제였다.
기사님은 디스플레이가 온통 외계어라면서 언어 설정을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봤지만, 안타깝게도 중국어 간체자에 익숙한 사람은 없었다.
공항 도착
다시 봐도 리모델링을 싹 한 것 같다.
전에 왔을 때의 인상과 너무 다름
여기까지 따라온 아이란(=묽은 요거트)을 드디어 전부 해치웠다.
아래는 면세점 이것저것
누군가가 우리집 찬장의 잭다니엘 허니를 우유에 타서 모조리 마셔버렸던 기억을 회상하며
* 네스퀵 혹은 제티인 줄
알마티=사과긴 한데 이 녀석 무려 24.90유로였다.
에어아스타나에 탑승하면 바구니를 들고다니며 나눠주던 조그만 사탕이 얘네랑 비슷하게 생겼었음.
* 그로부터 꽤 오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사탕 뿌리기 없다.
이제 남은 잔돈을 다 모아봤다.
500텡게 하나, 200텡게 하나, 100텡게 셋, 50텡게 하나, 20텡게 둘.
1,090텡게가 모였고 잔돈 소진하려던 아이템 가격은 1,100텡게.
이런 10텡게! 를 외치며 온갖 주머니를 다시 싹싹 뒤진 결과 찾은게 사진의 저 작은 10텡게 동전이다.
개선장군처럼 계산대로 척척 걸어갔다.
마침내 모든 텡게를 다 털고 비행기에 올랐다.
근데 저거 아직 포장도 안 뜯은 듯
굉장히 친절하다.
입국신고서 작성 요령도 화면으로 알려주는 비행기
조명이 온통 파랗다
굿즈별로 취항지 코드가 나와있는데 이번에는 HER
어딘지 몰라서 찾아보니 그리스 크레타섬 이라클리온(헤라클리온)이라고 한다.
기내식은 닭가슴살 치맥(맥주는 없고 이름만 치맥), 김치볶음밥, 키쉬 중 하나
그저 씌록(치즈초코바)을 디저트로 줘서 행복할 뿐
10년도 더 전에 쓰던 다이어리 컬러 돋음
회색천에 빨간색 오버로크 ��
영화 위키드 켜놓고 깨다자다 하다보니 인천이다.
확연히 촉촉한 습기에 놀란 것을 마지막으로 알마티 여행 끝.
지금 당장 떠오르는 소감: 여행기는 아무나 정리해서 쓰는 게 아니다.
[진짜 마지막 문장]
귀국 후 첫끼로 고등어구이, 부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