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블락 산책 후 맥주 한 잔
회복의 날로 지정한 것이 무색하게 13,000보 가량 걸었던 날
의도치 않게 또간집
메뉴가 워낙 많고 만만히 나가서 먹기 괜찮은 집이라 여기서 아침식사를 했다.
여름이니까 아끄로쉬까, 초반(чобан) 샐러드, 아침식사용 샥슈카, 오믈렛, 시미트, 상큼스파이시한 모로칸차
전날만큼 햇빛이 엄청나지는 않았지만 지면이 금방 뜨거워졌다.
냉방이 강하지 않은 식당이라 나오자마자 체온도 금방 올랐다.
헨젤과 그레텔처럼 발자국마다 체력을 조금씩 떼어놓고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에서 호출에 응답한 택시는 매우 희귀한 차량이었다.
수동 창문 조작도 오랜만에 보고 차알못이 봐도 고물되기 직전이었다.
그래도 목적지까지 겨우 10분 좀 넘게 걸릴 거라 사이좋게 끼어앉아 출발했다.
러시아계 기사님은 쾌남이었다.
- 와 덥다. 에어컨 좀 틀 수 있을까요?
- 에어컨 고장났는데?
- 예?
- 창문 열면 되잖음?
활짝 열린 창문 4개를 통해 뜨거운 바람이 들이닥쳤다.
머리카락이 녹아 두피로 달라붙는 듯 했다.
알마티 시내 대기질이 정말 나쁘다는 것도 체감할 수 있었다.
지나가는 차들이 뿡뿡 뀌어대는 방구를 온 안면으로 맞았다.
진흙 목욕을 갓 마친 하마같은 덤프트럭들도 지나다녔다.
이윽고 미묘하게 공기가 바뀌었다.
목적지에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정말로 침블락(침불락 또는 싐불락)에 도착했다.
시내에서 바로 오는 버스(12번)를 타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을 지우고 매표소로 다가갔다.
케이블카 세 번 갈아타고 올라갈 것임.
성인 기준 왕복 8천 텡게다.
https://shymbulak.com/info/tariffs
스키 리조트지만 지금은 시즌도 아니고(타려면 풀밭을 굴러야 함) 애초에 스키보다 썰매를 선호한다.
그냥 찔끔 남아있는 만년설을 얹은 산을 보러 왔다.
산세가 듬직하고 멋짐
첫번째 뽀인트 도착
폴(Paul), 마로네로소(Marrone rosso) 포함 카페와 식당, 펍이 있다.
저 위에도 괜찮은 식당이 있었는데 이미 계획한 점심 장소가 있어 패스
두번째 뽀인트 도착
해발고도 표기한 나무 판때기와 아우디 심볼이 꽂혀있다.
세번째 뽀인트 가는 길에 드롱기(DeLonghi) 포착
* 처음에 저거 못 읽어서 델롱히 델롱기 이러고 다녔다.
간판은 커피 관련 라인업을 말하는 것 같지만,
당시 선물받은지 얼마 안된 드롱기 토스터를 귀히 여기고 있으므로 찍어줬다.
이윽고 세번째 뽀인트 도착
홍보용 스크린에 해발고도 3,200미터라고 적혀있었다.
이곳에 인간이 없던 시간들을 상상하면서 넋놓고 돌아댕겼다.
아무렇게나 찍어도 다큐가 되는 매직
그리고 알마티 오면 반드시 들러보려했던 곳, 마로네로쏘(marrone rosso)
이 집 오면 돌고돌아 고르는 메뉴는 한 가지다.
아이스 마로네로쏘
아주 특별하다기 보다는 더위사냥/팀호튼 아이스캡 맛인데 예전 생각이 나서 들렀을 뿐임.
맛은 여전했고 이 시점에 훌륭한 당충전 요소였다.
* 라떼는 맹맹함
카페 층에서 각기춤을 겁나 열심히 추던 꺽다리 청년도 봤다.
틱톡이나 유튜브 촬영하는 듯했다.
침불락에서 다 내려오기 직전, 아예 컴포트급으로 택시를 예약함.
* 이코노미 - 컴포트 - 컴포트플러스 - 비즈니스 순으로 차량이 좋아진다.
점심 장소는 파울라너(Paulaner) 알마티 직영점
모스크바에서 갈 때마다 밀맥 마신 것 같다.
들어가자마자 정면에 파이프, 오른편에 맥주 탱크들 포착
한켠에는 고기 숙성고가 있었다.
일단 샘플러 주문
시식해보고 오늘 당기는 맛으로 메인을 선택할 심산이었다.
설명도 잘 되어있음
결국 이날도 밀맥(바이스비어, Weißbier)
안주는 클래식하게 수제 소시지
(말고기, 소고기, 닭고기 소시지에 감자 퓨레와 사우어크라프트, 버섯, 토마토 소스)
클래식은 훌륭했다.
내가 먹고싶어서 그롄끼(гренки)도 추가 주문함.
처음에는 이게 뭔 맛인가 할 수도 있지만 은근 생각나는 맛이다.
* 마늘맛이 나는 흑빵 튀김이라고 보면 된다. 흔하고 저렴한 안주/간식. 근데 여긴 안 저렴했다.
직원들도 정말 친절하고 인테리어 식물 잎도 싱싱하게 빳빳했던 파울라너
맥주는 병 또는 드럼통으로 포장/배달도 가능하다고 함.
오후 3시께 숙소로 복귀했다가 다시 나섰다.
지난 주에 주문했던 잣을 수령하러 가야했다.
사장님께 연락해서 가게에 계신지 여쭤보고 출발
평화로운 아르바트 거리를 지나간다.
레뚜알 들어갔다가 페이스페인팅 물감인줄 알고 접근해보니 화장품
색감도 패키지도 몹시 튄다. 굿
다양한 취향이 같은 자리에 존재할 수 있다는 건 멋지다.
유행템이나 무난한 것만 깔려있으면 재미없음.
다시 도달한 그린바자르
시식한 체리가 너무 크고 까맣고 달고 탱탱해서 지나칠 수 없었다.
* 품종은 워낙 다양한데, 이쪽에서 체리를 살 때는 제일 까맣고 탄력있는 것을 고르면 성공이다.
아래 살짝 보이는 감귤류는 타슈켄트 레몬인데 타슈켄트 차에 재료로 들어간다.
레몬이라기엔 달달함.
견과류 가게에 도달했는데 현금이 모자랐다.
바자르 근처에도 ATM이 여기저기 있다.
여행 중 처음으로 할릭방크 기기로 뽑았다.
거래를 성사시키고 숙소로 가는 길에 하디스(Hardee's)가 보였다.
카자흐스탄에 살 때 할라피뇨버거 또는 버섯버거에 용수철처럼 생긴 컬리 프렌치프라이를 자주 먹었다.
그 얘기를 하며 룸메에게 미국 하디스에 가봤는지 물었다.
- 응? 그게 뭐임?
- 어 미국 브랜드라던데 모름?
- (으쓱) 텍사스에는 없나봐.
찾아보니 정말로 몇개 주에만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었다.
머쓱
다시 숙소.
복숭아 씨앗은 저렇게 깨끗하게 발라내야 먹을 게 많다.
살구 해체하다가 안에 있던 애벌레가 손가락으로 툭 튀어서 꿈틀대는 통에 칼을 집어던지게 된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대체로 평화로운 저녁이었다.
저녁 식사로는 샤슬릭을 주문했다.
남은 채소는 전부 오븐에 구워먹었다.
그리고 사실상 마지막날 밤이었으므로 또 나갔다.
이것이 앞서 언급했던 아이유(iU) 편의점
두 고객님은 라면 드시는 중
굉장한 스킬로 색소폰 부는 네온 닭이 귀여운 사진
빨간 옷 입은 분은 악토베가 고향이신가봄
밤 11시에 또 서점 구경했다.
현실 반영
할머니들은 모든 것을 먹이고 기르신다.
이날 마지막 사진은 왜인지 고래찻집이다.
매일 지나가던 길인데 꽃이 쏟아지는 컵은 이제 눈에 들어왔다.
밀크티 문화권이라 그런지 여기저기에 버블티 가게가 참 많았다.
이날은 15,800보를 넘겼다.
분명 슬렁슬렁 다니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