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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우 Sep 26. 2023

당나귀와 왜우산풀과 수탉

2022년  모던포엠 4월호


당나귀와 왜우산풀과 수탉

 

 

날고 있는 새를 보며 걷는 나는 당나귀

햇살이 눈동자에 박혀, 찔끔

 

뿔 대신 솟은 귀처럼 실패는 언제나 뾰족합니까

귀는 미완의 주머니

떠도는 말들을 쪼개 넣어둡니다

휘말리지 않게

 

길가에 핀 키다리 왜우산풀 속으로 손을 넣으면

덩달아 커지는 생각들

버려진 우산처럼 가벼운 풀씨처럼, 풀풀풀

흩날리는 생이어서

정직한 기분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까

 

눈을 감고 웃으면 운명이 바뀌겠습니까

 

앞서, 주인 없는 양떼구름을 몰고

자존심을 치켜세운 수탉 한 마리 역동적입니다

망토처럼 바람을 입고 노래하는,

깃털은 화려하고 가벼워서 곧 날아오를 수 있습니까

 

새는 기다리지 않습니까


터무니없이 자꾸 가벼워지는 나와 수탉입니다

 

단봉낙타처럼 태양이 내 등 위로 솟고

흰 빛이 부서지는, 순간

 

완벽한 자세로 새가 될 수 있습니까

 

마지막 페이지까지

높이 날아오를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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