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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선우 Sep 26. 2023

2022년 시와사상 봄호 



 

 

찌그러진 깡통 속엔 땅콩 따윈 없어

껍질이 나뒹구는 바닥은 더욱 발작적이지

 

움켜 쥔 손아귀가 저려오고

너의 안쪽은 몰라도 상관없지

 

재수 옴 붙으면 오래간다는데

배짱은 배꼽에서 나온다는데

 

배꼽에 힘을 주면서

탯줄을 잡고 딸려 나오는 똥고집을 따라가는 것

 

증식하는 두루마리를 통째 태워버린 것에 대해 설명할 필요 없어

위험을 갖고 노는 것, 죽여주는 것이 취미

싸구려 관계일 때 친밀함 쪽으로 흐르지

 

연중무휴 놀이기구는 재미가 사라진 지 오래고

귀가 얇은 것들은 우후죽순 태어나지

 

말문이 막혀 해장국 먹는 날이 많아지는데

때리면 우는 척이라도 하라며,

새우깡 감자깡만 씹는 것은 너의 자유

 

깡그리 잊고 다시 시작하는 것이 규칙이라면

거기까지가 네 생각이고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지독함은 

나의 방식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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