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하일기 북경 답사기 1 - 옹화궁
옹화궁은 옹정 황제의 원당이다. 세 겹 처마로 된 큰 전각이 있고, 그 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부처가 있다. 열두 개의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어두컴컴하여 마치 귀신의 소굴에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누각에 올라 처음으로 햇빛을 보는 건 사닥다리가 끝날 때이다. 누각은 사방을 난방으로 두르고 복판은 우물처럼 팠다. 여기에 올라야 겨우 부처의 하반신에 도달하게 된다. 또 여기서부터는 사닥다리를 밟고 올라 칠흑 같이 어두운 통로를 한참 지나야만 여덟 창문이 환하게 터진다. 누각 속 우물처럼 푹 꺼진 곳은 아래층과 같다. 여기에 와야 겨우 금부처의 등 절반이 보인다. 또다시 어둠 속을 발로 더듬어 올라가면 곧장 위층으로 나갈 수 있다. 이 부분에 이르러야 비로소 부처의 정수리와 나란히 서게 된다.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보니, 바람이 어찌나 세었는지 마치 소나무 숲에서 부는 것 같다.
옹화궁雍和宫, 박지원의 열하일기
이 절에 있는 중 3천 명은 모두 라마교의 승려다. 생김이 험상궂고 추하기 짝이 없었다. 다들 금실로 짠 가사를 질질 끌고 다녔다. 때마침 우중禹中(아침 10시경)이라 여러 중들이 큰 전각으로 줄을 지어 들어간다. 다리가 짧은 바둑판만 한 의자를 늘어놓고 저마다 의자 한 개씩을 차지하여 편하게 걸터앉는다. 종이 울리니 승려들이 일제히 염불을 한다. 역관 이혜적과 함께 대사전에 올랐다. 내심, 아홉 개의 성문뿐 아니라 즐비한 시가와 황성 전체가 눈 아래 깔릴 것을 기대했는데, 막상 창문을 열고 난간에 나서서 바라보니 곳곳에 누대가 겹겹으로 솟아 시야를 가렸다. 난간을 한 바퀴 빙 돌아 봐도 가슴만 답답할 뿐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려 오래 서 있기도 어려웠다.
옹화궁雍和宫,박지원의 열하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