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에서 향내음이 가장 진한 곳

열하일기 북경 답사기 1 - 옹화궁

by 뮤즈


중국은 5월 1일부터 3~5일간 노동절 연휴이다.

5월을 시작하는 큰 연휴로 고속도로 통행료도 무료인데 북경은 2022년 노동절 연휴에 이동으로 인한 코로나 확산을 막고자 4월 29일 7시부터 북경시내 부분 봉쇄에 들어갔다. 내가 살고 있는 차오양구 다른 지역도 봉쇄에 들어갔고 아이들은 다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이제는 분노할 수도 없다. 버티기 위해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도시 전체 봉쇄가 안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여러 번 해봐서 집 밖을 나오지 못하는 일만은 안 하고 싶다. 잘 챙겨 먹고 운동하고 멘털 관리하기,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읽고 쓰는 것이다.

지금 이곳의 현실을 기록하고 연휴 동안 버킷리스트로 얼마 전 아이들과 다녀온 북경 연암 답사기를 적어볼까 한다.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할 동안 나는 책 3권을 펼쳐놓고 답사기를 준비했다.

예전에는 다녀온 발걸음의 순서대로 사진을 올리고 간단한 설명을 붙였었는데 이번에는 스토리를 나누어 적어보려 한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청더,承德)에서 못 본 거대한 목조불을 북경으로 돌아온 후 구경하게 된다.

바로 옹화궁雍和宫 만복각万福阁의 목조 불상이다.

옹화궁(雍和宫,융허궁) 은 '궁' 이 아니다. 연암의 설명대로 옹화궁은 '옹정제'의 명복을 비는 법당이다. 원래 이곳은 청나라의 4대 황제 강희제가 넷째 아들 윤진을 위해 지어준 저택이었는데 그가 황세자로 책봉되자 옹친왕부雍亲王府로 격상되었다. 강희제가 세상을 떠나고 옹친왕은 제위를 물려받는데 그가 바로 옹정제고 옹친왕부는 옹화궁으로 높여졌다. 옹정제를 이은 건륭제가 황제에 오르자 그는 아버지의 잠저이자 자신이 태어나기도 한 이곳을 라마 불교 사원으로 삼았다. 그래서 북경 지하철 5호선 옹화궁역의 영어 이름은 'Lama Temple'이다.

옹화궁(雍和宫,융허궁) 만복각(万福阁, 완푸거)의 목조불상, 높이 18m, 지하 부분이 8m인 이 불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목조 불상으로 1990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옹화궁 대불은 한그루의 거대한 백단나무로 만들어졌다. 1750년 건륭제가 티베트에 병사를 파병하여 반란을 평정해준 보답으로 제7대 달라이 라마가 네팔에서 들어 온 단향목을 선물로 보낸 것이다. 섬세한 조각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불상 제작을 위해 티베트에서 북경까지 목재를 운반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



옹화궁은 옹정 황제의 원당이다. 세 겹 처마로 된 큰 전각이 있고, 그 속에 어마어마하게 큰 부처가 있다. 열두 개의 사닥다리를 타고 올라가는데, 어두컴컴하여 마치 귀신의 소굴에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누각에 올라 처음으로 햇빛을 보는 건 사닥다리가 끝날 때이다. 누각은 사방을 난방으로 두르고 복판은 우물처럼 팠다. 여기에 올라야 겨우 부처의 하반신에 도달하게 된다. 또 여기서부터는 사닥다리를 밟고 올라 칠흑 같이 어두운 통로를 한참 지나야만 여덟 창문이 환하게 터진다. 누각 속 우물처럼 푹 꺼진 곳은 아래층과 같다. 여기에 와야 겨우 금부처의 등 절반이 보인다. 또다시 어둠 속을 발로 더듬어 올라가면 곧장 위층으로 나갈 수 있다. 이 부분에 이르러야 비로소 부처의 정수리와 나란히 서게 된다. 난간을 붙잡고 아래를 보니, 바람이 어찌나 세었는지 마치 소나무 숲에서 부는 것 같다.
옹화궁雍和宫, 박지원의 열하일기


많은 중국인들이 만복각에 줄을서 들어가 절을 하였다.

나도 줄을 서서 들어가긴 했는데 그들처럼 절은 하지 않고 옆으로 나와 거대한 목조 불상을 보고 또 바라보았다. 간절히 절을 하는 저들은 무슨 기도를 하는 것일까 생각했다. 의외로 대학생처럼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아 베이징런들이 합격기도를 하러 오는 곳이 맞는구나 싶었다.

그들이 절을 하며 기도하는 동안 나는 목조 불상을 여러 번 찍었다. 불당 안을 지키는 보안도 있었고, 절도 하지 않고 사진을 찍는 이는 나 혼자였으나 나는 이제 이곳을 다시 오기 힘든 이방인임을 알리는 듯이 열심히 찍었다. 사진으로는 실감나지 않지만 고개를 완전히 꺾어야 두상이 보일만큼 불상은 높았다. 이 나무가 티베트에서 3년이 걸려왔고 황금색의 거대하고 아름다운 불상을 보러 많은 이들이 옹화궁 만복각을 찾는 것이리라. 지금은 올라가지 못하는 저곳을 연암은 겁을 잔뜩 집어먹으면서도 올랐구나. 어둠 속을 더듬어 꼭대기에 올라 불상 전체의 모습을 바라본 연암의 집념에 2022년 4월 옹화궁 만복각을 바라보며 박수를 보낸다.


들어가기 전부터 향 내음이 진하게 느껴졌다.

평소 베이징 시민들이 즐겨 찾는 불교 사원인 옹화궁(雍和宫, 융허궁)은 담장 밖에서부터 신도들이 피운 향 내음이 진동한다. 기도의 효험이 높다고 베이징런들이 부지런히 찾는 절이라 사람이 많고 북적이는 곳이다.

나도 무엇을 빌고 싶었던 건지 올해 초부터 옹화궁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 옹화궁 위챗 계정을 계속 들여다보았다.

옹화궁은 올해 초부터 문을 닫고 좀처럼 열지 않았다. 정초에 검은 호랑이해의 안녕을 비는 중국인들이 몰릴 것을 우려한 옹화궁은 4월 초 청명절 연휴에 드디어 무거운 문을 열었다. 예약이 필요한 옹화궁에 예약을 했다.

문을 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주말 예약은 금방 매진되었다. 음력으로 매월 1, 15, 30일은 법회가 있는 날로 인파가 가장 북적여 그날들을 피한 평일 오전에 다녀왔다. 그리고 옹화궁은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 4월 28일에 다시 문을 닫았다. 언제 다시 열릴지 모르는 버킷리스트 한 곳에 겨우 다녀와 체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후기를 남겨본다. 노동절 연휴가 지나고 언제가 또 열릴 옹화궁, 가려는 이에게는 이 후기가 도움이 되고 다녀왔거나 열하일기에서 본 분들에게는 반갑기를 바라본다.


이 절에 있는 중 3천 명은 모두 라마교의 승려다. 생김이 험상궂고 추하기 짝이 없었다. 다들 금실로 짠 가사를 질질 끌고 다녔다. 때마침 우중禹中(아침 10시경)이라 여러 중들이 큰 전각으로 줄을 지어 들어간다. 다리가 짧은 바둑판만 한 의자를 늘어놓고 저마다 의자 한 개씩을 차지하여 편하게 걸터앉는다. 종이 울리니 승려들이 일제히 염불을 한다. 역관 이혜적과 함께 대사전에 올랐다. 내심, 아홉 개의 성문뿐 아니라 즐비한 시가와 황성 전체가 눈 아래 깔릴 것을 기대했는데, 막상 창문을 열고 난간에 나서서 바라보니 곳곳에 누대가 겹겹으로 솟아 시야를 가렸다. 난간을 한 바퀴 빙 돌아 봐도 가슴만 답답할 뿐이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다리가 후들거려 오래 서 있기도 어려웠다.
옹화궁雍和宫,박지원의 열하일기


나도 들어가는 길에 향을 받아갔다. 향은 무료로 주었다. 당일 재고가 소진되면 문을 닫으니 오후에 가면 향이 없을 수도 있다. 들어오기 전부터 진동하는 향내의 진원지를 발견했다. 한 곳이 아니었다.

옹화궁 대전, 영우전, 법륜전, 만복각 등 모든 곳에서 그들은 향을 피우고 간절히 절을 했다. 젊은 아가씨와 흰머리의 할아버지 모두 절하는 모습이 너무나 간절해 보여 동영상을 찍기가 미안해 사진만 겨우 찍었다.

저들은 무엇을 위해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것일까, 궁금함도 잠시 어느덧 나도 향에 불을 붙이고 있었다.

지금의 무사함과 앞으로의 무사함을 기원했다.

머물렀던 시간은 한나절이었으나 보고 느끼며 맡았던 향내의 양은 한 달 분량이다.

중국에 와서 처음 본 사극인 보보경심步步惊心의 옹정제의 기억이 너무나 강렬해 그가 살았던 옹화궁은 나에게 특별한 곳이었다. 옹화궁, 나의 추억 창고에는 보랏빛 향내음 가득한 라일락이 피어있던 곳으로 남겨지리라.










북경 옹화궁 만복각의 목조불상, 향피우고 절하는 신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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