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잡담 Feb 24. 2024

한강 잡담회 : 취중진담

9호_건축과 성냥_일상잡담


 


중간 크리틱 기간이 끝남과 동시에 녹음이 온 세상을 물들여가던 2019년 5월 11일, 이촌 한강예술공원에서 일곱 번째 잠담회, <취중 진담>이 개최되었다. 참여자들은 여타 다른 잡담회와는 다르게 건축학과 학생으로 사는 삶 전반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안주로, 약간의 술을 나누어 마시며 마감의 기쁨을 만끽했다.


 <취중 진담>에는 주최자 문지예를 비롯하여 강하림, 고베니, 곽승찬, 김예영, 김채윤, 김한별, 민혜주, 박규리, 박유신, 박지원, 이민규, 이정현, 이지민, 이지윤, 이태상, 최서연, 총 17명이 참여했다.


"건축학과를 다니며특별히 힘들었던 순간은?"

"늘. 언제나. 답이 없는 길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들어 힘들어요."

"교수님과의 의견 차이가 생길 때요."

"이유 있는 크리틱은 괜찮은데 가끔 인격 모독적인 크리틱을 받을 때. 가끔은 눈물이 핑 돌아요."



"건축을 공부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동기들이랑 야식 먹을 때요."

"처음으로 평면도를 이해했던 순간이요. 벽과 계단이 왜 그렇게 그려지는지 알게 된 순간의 희열이란!"

"펜 한 자루에서 시작된 그림이 형태를 갖출 때."

"마감하고, 포트폴리오도 제출하고, 진짜 종강한 다음 잠도 매일 자다가 성적을 확인했는데 A+을 받았을 때!"

"너 같은 애는 설계가 아니라 구조를 해야 한다고 했던 교수님이 학기 말에 설계를 하라고 하셨을 때요"


 건축을 공부하는 것이 힘들고 지친다고 말하면서도 건축을 말할 때 가장 웃음꽃이 피는 사람들을 만나 일상을 나누었던 순간이 아직도 뚜렷이 그려진다. 주제가 얼마나 가볍고 무거운지를 떠나서, 건축을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가는지는 단 한 문장에도 담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던 시간이었다.우리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순간이 온다면, 현실에 대한 타협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면. 비극적인 걱정이 현실이 될 순간이 아주 가까이 다가오고 있지만, 언젠가는 현실적인 이유로도 건축을 하게 될 순간이 올 것이라 꿈꿔본다.


어디에서, 어떤 일을 하든 계속해서 건축을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길! 잡담회에 참여한 모두가 그럴 수 있을 것이라 단언하며, 그날 누군가 한 말을 빌려 끝맺어본다.


"건축은 삶에 가장 가까운 예술이니까!"



사진 제공 : 프로잡담러 L

  



게재 : Vol.9 건축과 성냥, 2019년 가을

작성 : 프로잡담러 Z | PJW

매거진의 이전글 짧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