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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22. 2022

불행은 끊임없이 비교하는 데서 온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가 있다. 아는 언니에게 듣기론 그 친구도 꽤나 일이 맞지 않아 힘들어한다고 했다. 순간 든 감정은 어이없게도 ‘안도감’이었다.


'아, 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했단 게 부끄러워졌다. 겉으론 "아 정말요? 힘들어했구나..." 하고 걱정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속으론 안도했다니,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남이 잘됐단 소식을 들으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단 생각이 들어 조급해지고, 남이 힘들어하는 소식을 들으면 나만 힘든 게 아니란 사실에 위안을 삼는 걸 보니 나도 그간 꽤나 힘들어서 마음이 못나졌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오랜 시간 열등감을 모르고 살아왔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혼하시고 재산 분할을 하지 않고 빈털터리인 아빠와 함께하면서 뒤늦게 열등감에 제대로 절어버렸다. 10년간 자취를 하면서 그동안은 나만 생각하면 됐었는데, 잠시 아빠와 함께 지내면서 '가난'과 '열등감'에 대해 생각하는 날이 잦아졌다. 경제활동을 멈춰버리고 스스로 궁핍한 삶을 택한 아빠를 지켜보기가 힘들었다. 어릴 적에 기억하던 말끔한 셔츠 차림의 아빠는 이제 그만 기억 속에 묻어둬야 했다.


 어릴 때는 부모님이 두 분 다 교육자 셨기에 나도 모르게 다른 친구들보다 마음에 여유를 갖고 살았나 보다. 태어나서 기억이 나기 시작한 순간부터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빌라에 사는 친구들의 심정을 몰랐다. 나는 날씬했기 때문에 살집이 있는 사람들의 심정을 몰랐다. 활발하고 친구가 많았기 때문에 조용히 뒤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정을 몰랐다. 그러면서 그때의 내가 세상에서 제일 힘든 사람인 줄 알았다. 인생엔 훨씬 더 거센 파도가 존재하고 판도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단 걸 몰랐다. 하늘은 나에게 이 모든 심정을 느껴보고 성숙해지라고 뒤늦게야 많은 시련을 보냈나 보다. 덕분에 나는 그들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되었고, 내가 가졌던 모든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람의 삶이 좋아 보이고 부러워졌다. 차를 가진 사람,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 부모님과 함께 사는 안전한 집이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사람까지도.... 하지만 그들의 삶이 내 것이 아니란 걸 잘 안다. 어쩌면 이런 나조차도 부러워하는 누군가도 있을 수 있다. 나보다 힘든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나보다 잘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것은 지금보다 멋진 인생을 살고 싶기 때문에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적당한 부러움과 약간의 열등감은 나를 돌아보게 하고 더 노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도가 과해지면 그토록 원하던 것을 가지더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더 원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를 돌아보지 않고 남을 따라가기 위해 끊임없이 바라고 비교하는 것은 걷잡을 수 없는 불행을 일으킬 수 있다.


 살다 보면 돈이 없을 때도, 초라해질 때도 있다. 늘 한결같이 넉넉하고 행복하기만 한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인생은 길다. 오르락내리락 굴곡이 있기 마련이다. 어려운 상황에서 바로 벗어나긴 어려우니 생각을 바꿔보기로 마음먹었다. 생각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로 향했던 시선을 내부로 돌리기로 했다. 내 장점을 떠올려보았다. 엄청난 것이 아니어도 이것만큼은 잘한다고 생각 드는 것을 찾아보기로 했다.


 나는 처음 보는 사람과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다. 경제력이나 생활수준처럼 당장 눈에 띄는 것은 아니지만 지내다 보면 은은하게 느낄 수 있는 장점이자, 짧은 순간에 만들어내기 어려운 능력이다. 내겐 아주 쉬운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바라던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무너질 때마다 내 장점을 떠올리기로 했다. '난 그래도 이건 잘하잖아? 내겐 어렵지 않은 일이지만 누군가에겐 무척 어려운 일일 수도 있어. 그런데 이걸 쉽게 해내는 내가 얼마나 대단해!' 항상 되새기고 나를 칭찬해 주기로 했다. 바깥으로만 향하던 나의 관심을 안으로 돌렸더니 몰랐던 장점들이 꽤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인정하다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훨씬 멋진 사람이었다. 나는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니까, 인생은 누구나 요동칠 수 있으니까, 나를 믿고 스스로 단단한 사람이 된다면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감 넘치는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이젠 더 이상 비교하지 않고, 나를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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