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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의 피해자입니다.

누구의 잘못인가

by 소글남

"선생님, 저희 아이가 학교 폭력의 피해자래요."

"선생님, 저희 아이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래요."


학교 폭력은 예나 지금이나 민감한 주제입니다. 또래 집단이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에 몸과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바로 학교 폭력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접적인 학교 폭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실제 학교 폭력은 점점 지능화되고 다양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더욱 잔인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공부를 안 하고 놀기 바쁜 불량 청소년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은 친구들이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요즘에는 빈번합니다. 이럴 경우, 학교 폭력의 피해자는 도움을 구하기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가해학생의 부모님께서는, 내 아이가 가해자라는 말에 적지 않게 놀라시곤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확대되자, 학교 폭력 가해 기록이 있는 경우 입학을 거절할 수 있다는 조항이 생겨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천종호 판사님의 저서인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에 보면 학교 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설명이 적나라하게 나옵니다. 저는 이 책을 읽고, 아이들과 상담을 하면서 '오늘날 학교 폭력은 지나친 입시 경쟁의 산물(産物) 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아이=착한 아이'. 이러한 시각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잘못된 시각을 길러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입시 상담을 하는 컨설턴트로서, 아이들에게 친근한 쌔앰으로서, 학습 지도를 하고 입시 관련 정보를 전달할 의무가 있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선생 이전에, 사람 대 사람으로서 공부보다는 인성이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목고에 입학한다고 인생이 꼭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특목고에 입학한 것이 특권인 것도 아닙니다. 물론 미래를 위해 열심히 달려온 그 발자취는 너무 귀합니다. 다만 내 아이가 학교 폭력의 가해자라면, 내 아이가 예쁜 만큼 훈육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이지 않을까요?


학교 폭력의 가해자 학생도 책임을 져야 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우리 아이를 가해자로 만든 장본인이 누구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누구의 잘못인가. 단순히 아이의 잘못은 아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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