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잡부라는 조연

by 최무난

나는 잡부이다.

네이버 한국사전 뜻을 빌리자면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맡은 사람>이란다.

괜히 내가 뜻을 표현하자면 <한 공간을 ‘같이’ 만들어내는 조연>으로 칭하고 싶다.

여기서 다시 한번 사전을 빌려서 ‘조연’이라는 뜻을 보자면 <한 작품에서 주역을 도와 극을 전개해 나가는 역할을 함> 어떻게 내가 좀 억지를 좀 부려서 본다면 비슷한 맥락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한 기술에 있어서 전문적인 분야를 맡아 일을 하는 반장님들은 공간을 만들어내는 곳에서는 주인공인 것이다.

(그냥 내가 바라보고 있는 관점이니 가볍게 넘겨주었음 한다.)


그런 나는 이런 주인공들을 도와 하나의 공간을 완성해 나가는 조연의 역할인 것이다.

반장님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들이지만 결국엔 조금이라도 편하고자 조금이라도 귀찮은 일을 하지 않고자 하고 나를 부른 것이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한 공간을 위해 주연을 도우며 내 손길이 조금이라도 닿았으니 같이 만들어낸 공간이지 않는가? (그러니 나는 조연이 맞다! 주연을 위해 같이 공간을 전개해 나가는!)

말은 조연이라 칭했지만 현장에서의 일은 화려하지 않고 시끌벅적하며 늘 위험하다.


현장은 일이 시작함과 동시에 쉴 틈 없이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때는 반장이고 잡부이고 현장소장이고 쉴 틈은 없다. 정해진 일을 위해 반장은 반장대로 소장은 소장대로 잡부는 잡부대로 바삐 움직이기 시작한다. 잡부인 나는 반장님들이 열심히 남기고 간 흔적들인 절단기에서 흩날리며 가득 쌓인 각종 톱밥들 맹렬히 재단하고 남겨진 자투리들 가지런히 찢기고 버려진 몰탈의 흔적들 공격적이게 부서지고 남겨진 철거물들 더 이상 쓰임이 없어진 무겁기만 한 타일 쪼가리들을 열심히 쓸고 담고 치우고 버리고 옮기기 시작한다. 종일을 바쁘게 움직인 덕에 주변은 금세 깨끗해진다. 뿌듯함에 깨끗하게 치워놓은 주변을 둘러보면 놀랍게도 다시 쌓인 흔적들... 마치 18년도의 내 엿같은 군생활을 생각나게 했다.


뜬금없이 내 군생활을 되돌려보자 한다. 지독히 추운 겨울날 하늘에서 눈이 과하게 아니 그냥 미친것처럼 ‘이 정도로 내리는 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많이 내리던 그 지옥 같던 나날에 초병을 스던 나는 제설 작업을 하라는 지시를 받고 전방에 가득하다 못해 산처럼 쌓인 눈을 열심히 죽어라 치우고 나면 뒤로 돌아 가득히 쌓인 눈을 또다시 반복해서 치우다 보면 뼈가 아려오던 추운 날씨에 구슬땀을 흘려 치우고 또 치운다. 다시 뒤를 돌아보면 신기하게도 네가 언제 제설을 했냐는 듯 다시 수북이 쌓여있는 눈들을 보면 나는 항상 ‘하늘에서 내리는 이쁜 쓰레기’라 불렀던 기억이 있었다. (그립다 난로 앞에 편안히 자고 있던 김병장 시X)


아무튼! 공간을 완성해 나가는 현장의 배경에서도 다를 바 없었다. 이쁜 눈을 하염없이 치우고 치워도 쌓이는 것처럼 톱밥과 자투리 그리고 나오는 쓰레기들을 열심히 치우고 치워도 계속해서 쌓이는 것이 마치 추운 겨울날 하늘에 구멍 뚫린 것 마냥 내리는 눈처럼 계속해서 쌓이는 폐기물들은 내게 정신적으로나 몸으로나 힘들다는 것은 말이다. 그래도 나름 일을 함에 있어서 뿌듯함은 같이 따라온다.(급하게 포장하는 거 아님)


내 청춘을 바친 군대에서 하염없이 눈삽을 들고 눈을 푸고 쓸고 제설을 하듯이

지금 바친 나의 청춘 속 현장에서 하염없이 빗자루와 마대를 쓸고 담고 부수고 버리다 보면

어느새 겨울지나 봄이 오듯이 주변이 깨끗해지고 하나의 공간이 완성돼 간다.

비록 내가 한 것은 공간을 위해 치워 주는 일 주연을 위해 한 몸 바치는 일뿐이지만

추웠던 겨울이 지나 따뜻한 봄이 오고 뜨거운 여름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가는 과정일 것이다.

그렇게 나는 여전히 오늘도 내일도 부름을 받고 공간을 완성해 주는 조연의 옷을 입고 출근을 한다.

그러다 보면 힘들었지만 뿌듯했던 하루가 지나고 고생할 내일이 다가오겠지만 은근 묘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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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