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라고 하면
솔직히 "너 무슨 일 해?" "나? 노가다 하고 있어" 한다고 하면 누가 좋게 볼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었다.(물론 이건 나의 노가다에 대한 견해차이이다.)
나 역시도 어릴 적 어른들이 ‘노가다’ 한다고 하면 (아니, 솔직히 한다고 하지 않아도 저 사람 노가다 하는구나라고 보인다)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기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노가다 잡부를 하는 지금 내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다른 사람이 나를 그렇게 바라보고 있으려나 싶다.
내가 괜히 노가다하는 아저씨들을 그런 눈빛으로 바라보고 그런 마음들로 생각해 왔던 이유가 있었다.
첫 번째로 일단 외관적인 모습이었다. 노가다를 하는 아저씨들을 보면 항상 최대한 편하고 시원해야 하기 때문에 입는다는 노가다 아저씨들의 냉장고바지와 허름한 티와 땀에 젖어 헝클어진 머리 그리고 많은 먼지들로 인해 더럽혀진 복장이었는데(때로는 청남방에 청바지에 멋쟁이 아저씨, 형님들도 계신다) 내가 봐도 너무 ‘막노동’이라는 표현이 어우러질 정도의 외관이었다.
그래서 나는 목수일을 통해 외관이 깔끔해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으며, 지금도 깔끔한 옷을 입고 멋쟁이스러운 벙거지 모자를 쓰며 목수 때 신었던 안전화를 지금도 신고 다닌다. 남들이 볼 때는 지저분해 보이고 노가다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나 정도면 노가다 멋쟁이지’ 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다닌다.
아무튼 외관을 보면 노가다스러워보이는 복장이 내가 목수일을 하고 잡부를 하면서 더러워진 옷은 그 사람이 오늘 하루 무사히 보냈다는 하루의 증표인 것이다. 목수는 어쩔 수 없이 톱밥이 묻거나 본드가 묻거나 폼이 묻거나 페인트공은 페인트가 묻거나 미장은 시멘트가 묻거나 하기 때문이다. 방송에 비치는 인물들이 메이크업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나름 공간에 맞는 메이크업이라는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 아빠를 통해서였다. 내가 어릴 적부터 노가다를 시작해 온 아빠는 항상 나에게 노가다는 절대적으로 하지 말라 하였으며, 공부를 해서 취직을 해야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가르침이었다. 아빠뿐 아니라 내가 어릴 적에는 티비에서도 공부를 더욱이 강요했었고, 책에서도 환경미화원 어르신을 가리키며 ‘공부를 하지 않으면 저런 일을 하고 다닌다’라는 비슷한 문구로 나를 몸이 아닌 머리로 교육을 시켰었던 기억이 남아있다. 그리고 내가 처음 잡부로 일하다 1년가량 골조 목수와 내장 목수를 통해 알아낸 사실은 머리가 나쁘면 노가다도 못한다는 거였다.(그렇지만 기술직과 잡부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수 없이 많은 논리를 공부해야 하고 외우기를 정말 잘해야 했으며, 골조는 미국용어를 내장은 일본용어를 수도 없이 외워야 하고 어떻게 하면 몸이 덜 고생하면서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해야 했다.
나로써는 솔직히 일이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어? 나는 운동도 꾸준히 했던 사람이고 지금도 운동을 하고 있고 '체력적으로나 힘으로나 분명 자신 있어!' 하던 내가 얼마나 멍청했고 체력이 없는 놈이었는지는 금방 알 수 있게 되었다.
일머리 따로 공부머리 따로 있다고들 하지 않나? 결론은 노가다도 공부고 노가다도 머리가 빨리 돌아가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더 힘들고 지친다는 것이다.
나도 일머리가 돌았다가 안 돌았다가 해서 많이 힘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거 때문에 내가 목수를 포기하고 잡부로 들어온 건 아니었지만 솔직히 아주 솔직히 말하면 한 10%는 그런 이유가 있어서도 있다… 조금 민망하기도하고 나를 바보로 생각하겠지만 맞는 말이기에 내 일머리 얘기는 여기서 빨리 접어야 할 것 같다.
아무튼 나 어릴 적 노가다를 뛰던 아빠는 항상 노가다판에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최 씨 그 새끼가 욕을 해대니까 맘 같아선 한판 했는데 너 때문에 참는다.’
‘이 씨 그놈은 매일 점심마다 술을 먹고 일을 해서 불안하다.’
‘어제 내가 하고 빠진 현장에서 사람 한 명이 크게 다쳐서 생명에 지장이 생겼다더라.’
항상 비슷한 레퍼토리의 말을 듣고 있으면 어릴 적 나는 노가다라는 판은 성격이 포악하고 술쟁이들만 있는 건가? 자칫하면 죽을 수도 있는데 왜 이런 일을 하는 건가? 했다.
말이 좀 돌았는데, 그래서인지 나는 노가다 아저씨들을 보면 늘 저 사람도 맨날 술을 달고 사는 사람인가? 맨날 욕하고 시비 걸고 다니는 사람인가? 저 사람은 일 하는게 무섭지도 않은가?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스물아홉의 내가 일을 하면서 노가다판을 보고 있으면 아빠가 해준 말들이 다 진실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렇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에게 너무 잘해주던 반장님들, 사소한 거 하나하나 잘 챙겨주던 반장님들, 누구보다 안전규칙을 정확하게 지키는 반장님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솔직히 아빠가 해준 말에는 ‘노가다’라는 단어 때문이기에 더 좋지 않게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다른 배경에서도 사사건건 시비 거는 이 사람 저 사람 욕하면서 다니는 사람이 있고 저녁만 되면 술을 달고 사느라 앞뒤 가림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뻔한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 늘 위험하게 다니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 물론 점심에 술 먹고 일하는 건 내가 생각해도 좀 말이 안 된다. 노가다를 하는 사람으로서도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잘못된 거라고 확신한다.
단지 나는 ‘노가다’라고 한다고 해서 남들과 다른 배경이라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세상 사는 사람들 다 비슷하지 않은가 열심히 일하고 깨지고 성취감을 이루며 땀을 흘리고 누구는 자신에게 누구는 가정에게 하루의 선물을 바치지 않는가? 비록 우리말을 이용해서 막노동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흘린 땀은 괜한 땀방울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배경에 서서 남들과 비교당하고 싶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괜히 너무 진지해졌다.)
여기서 한 번 말하자면 나는 노가다를 옹호하는 것도 노가다를 추천한다는 거 역시 아니다.
단지 나는 ‘노가다’라고 하면, 그들만의 배경에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간 사람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싶다.
누구나 자신의 배경에서 하루 하루 조연을 맡는 것 처럼 나도 하루 하루 조연으로 살아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