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와의 마지막

by 늘품이

겨울에서 봄으로 가는 길목, 입춘 무렵이었을까.....

미처 녹지 못한 눈들이 봄빛에 반사되어 그 어느 때보다 눈이 부시던 그즈음.

여느 날과 다를 바 없는 일상적인 아침이었다.


알람 소리에 피곤한 몸을 간신히 일으키며 아침을 시작한다. 종원 씨가 먼저 출근 준비를 하고 있고, 나는 눈을 뜨자마자 로미를 깨운다. 서너 번 반복해야 일어나기 때문에 미리미리 깨워야 한다. 샤워 후 한번 더 깨우고, 화장을 하고 한번 더 깨우면 아침을 먹을 때쯤 온전한 기상이 이루어진다.


드라이로 머리만 대충 말리고 주방으로 가서 로미의 아침을 준비한다. 에그스크램블에 하트 문양으로 케첩을 뿌려주는 것이 전부지만 나 스스로가 가장 엄마스럽다고 느끼는 순간이다.

때마침, 로미가 눈을 비비며 식탁에 앉는다. 잠이 덜 깬 얼굴로 눈을 깜빡거린다.


"엄마, 오늘 하뚜는 왜 이래?"


"왜? 마음에 안 들어?"


"짝짝이야! 여기랑 여기가 크기가 다르잖아!"


"아.....! 그렇구나. 너무 예리한 거 아닙니까? 그래도 엄마의 성의를 봐서 맛있게 먹어 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알았어. 하지만 내일은 더 노력해야 해. 노력을 하고 또 하면 잘할 수 있어. 엄마도 앞으로 더 많이 노력해야 해, 약속!"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로미의 언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로미도 그거 알고 있었구나. 엄마가 알려주려고 했는데....... 기특하네. 내일은 더 열심히 해보도록 할게. 일단, 서둘러 먹고 옷 입자, 오늘은 엄마가 골라주는 드레스 입을까?"


"아니야! 이따가 할미 오면 입을게."


"오늘은 엄마가 골라주고 싶은데, 엄마가 엄청 이쁘게 입혀줄 건데!."


"아니야! 괜찮아. 이따가 할미랑 같이 입을 거야."


"우와, 로미 너무해. 엄마 너무 서운하고 속상해. 잉잉."


나는 로미 앞에서 우는 시늉을 했다. 마침 출근 준비를 마친 종원 씨가 다가와 우유 한 잔으로 아침식사를 대신하며 대화에 합류했다.


"누구야! 누가 우리 이쁜 엄마를 울린 거야? 로미가 그런 거야?"


"아닌데,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로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종원 씨는 로미의 얼굴을 잡고 장난스럽게 뽀뽀를 한다. 입술에 우유를 묻힌 채로 말이다.


"아잉! 아빠 이거 하지 말라고 했잖아!"


로미는 제 얼굴에 묻은 우유 자국을 닦겠다며 고사리 같은 손으로 볼을 쓰윽쓰윽 문지른다. 종원 씨는 그런 로미의 모습이 귀여운지 다른 볼에도 입술을 부비부비 한다. 그럴수록 로미는 필사적으로 아빠를 피하며 볼을 닦아낸다. 장난기 넘치는 종원 씨의 표정과 짜증 넘치는 로미의 표정이 어우러진 작은 소란.

삶의 행복에 대한 정의는 바로, 이 작은 소란이다. 죽을 때 가지고 갈 수 있는 한 장의 사진이 있다면, 난 지금 이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


종원 씨의 출근 시간이 임박해야 이 소란은 마무리가 된다.


"오늘 멋지게 DNQ 건 마무리하고, 우리 세 식구 일주일 정도 하와이나 다녀오자. 저 DNQ 놈들 때문에 우리 지원이 혼자서 엄마 노릇하느라 회사 다니느라 너무 고생했으니깐."


"하와이 일주일로 되겠어?"


"아? 내가 아직도 멀었고만! 오케이 알았어. 뭐가 됐든 최고로 보상해 줄게."


"할미도 같이 가는 거지?"


"응?"


"할미도 같이 가야 해."


"뭐, 한 번 여쭤보자. 대신 기도 많이 해줘야 해. 로미도 여보도! 오늘 제대로 못 넘기면, 으으으! 생각하기도 싫다. 로미 유치원 잘 다녀오고! 당신도 출근 잘하고."


"다녀와요. 오늘도 그럼 늦어?"


"아마 못 들어올 가능성 99.9999퍼센트? 전화할게!."


종원 씨가 다니는 로펌은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사건을 맡게 되면 보름 이상씩 집을 비우곤 했다. 워낙 일이 많은 직업이어서 남편과 아빠의 부재가 우리에겐 이미 익숙한 것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겐 로미를 잘 돌봐 줄 베이비시터가 절실했다. 지금의 이모님이 2살 때부터 로미를 돌봐 주었는데, 할미, 할미! 하면서 로미가 이상하게 잘 따랐다.

이모님 퇴근 때마다 할미를 따라가겠다고 울고 보채고, 그래서 어느 날은 나의 퇴근이 로미에겐 반갑지 않은 날도 있었다.


가끔 서운할 때도 있었지만 로미가 이모님을 잘 따랐기 때문에 육아휴직 후에 무리 없이 복직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는 항상 감사한 마음이었다.


*****


그날은 회사 분위기가 어수선했다.

태경로 7 구역 현장에서 하청업체 인부의 추락사가 발생한 것이다. 사후 관리부터 과실치사를 두고 대응 방안 논의 때문에 하루 종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법무팀에서 요청한 자료만 제출해 주면 되었지만 나는 자진해서 하루 종일 회의에 참석하였다.


생각보다 회의가 길어졌고 평소보다 퇴근 시간이 두 시간 넘게 늦어졌다. 나의 퇴근이 늦어지는 것은 이모님의 퇴근 역시 늦어지는 것이었다. 회의실에서 나오자마자 급하게 퇴근 준비를 하며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서둘러 이모님께 양해의 전화를 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이모님께서 전화를 스무 통 넘게 하셨다. 퇴근이 늦어졌다고 전화를 재촉하는 분은 아니었는데 무슨 일인지 불안감이 들었다.


"이모님, 죄송해요. 너무 늦었죠? 회의가, "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요!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성난 말투로 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을 가로챘다. 그 말투에서 나는 이미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죄송해요, 회의실에 핸드폰을 두고 가는 바람에."


갑자기 이모님의 숨소리 진동이 달라졌다. 그것은 흐느낌이었다.


-로미가 교통사고가 났어요. 수술을 해야 하는데 보호자가 빨리 와서 수술 동의서를 써야 한대요. 세상에 애가 다쳤는데 무슨 동의서라고 나부랭이고...... 빨리 와요, 제발 빨리 여기로 좀 와줘요. 여기 성전병원 응급실인데......"


더 이상 손이 떨려서 핸드폰을 들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이모님의 목소리에서 이미 로미 상태에 대해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리라, 절망적인 상황은 절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종원 씨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백색소음의 신호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기계음만 들릴 뿐이었다. 스멀스멀 화가 치밀어 올랐다.


"차를...... 어디에......"


침착하게 행동하려고 애쓰고 있었지만 전혀 침착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때 마침 종원 씨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


지하 주차장에 울음 섞인 나의 고성이 울려 퍼졌다.


-지원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종원 씨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울음이 터졌다.


-아침에 얘기했잖아. 오늘 DNQ 인수 건 때문에, 무슨 일인데 그래?


"로미가...... 로미가......"


-왜 그래! 지원아, 진정하고 차근차근 말해봐. 로미가 왜?!


"로미가 교통사고가 났대. 수술해야 한대. 흑흑흑. 지금 빨리 성전병원으로 와. 나도 지금 출발할 거야."


-무슨...... 어쩌다가, 아니 왜 그런......!


"나도 자세한 건 몰라. 가봐야 알아. 빨리 수술해야 한대."


-알았어. 일단 빨리 병원에 가 있어. 지원아! 정신 차리고, 운전하지 말고 택시 타!"


전화를 끊고 나서야 눈물이 쏟아졌다. 그제야 내가 운전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것도 인지할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주차장을 벗어나 택시를 잡아탔다.


*****


응급실은 이미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고통의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빠르게 오가는 의사들과 간호사들까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로미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볼 만한 사람이 없었다.


안을 둘러보면서 고통을 호소하는 신음 섞인 울음 속에 로미의 음성도 섞여 있을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어리바리 갈팡질팡 하는 나의 손을 먼저 잡아 준 것은 이모님이었다.


"로미 엄마! 정신 차려요! 이렇게 넋 놓고 있으면 어떻게 해!"


"이모님! 로미는, 우리 로미는요.....?"


난 이모님의 손을 꼭 부여잡았다. 길 잃은 고양이가 주인을 만난 것처럼 이모님을 따라 보호자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곳 역시 바깥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그나마 이모님과 대화는 가능해 보였다. 이모님은 빈자리를 찾아 나를 앉혔다.


"좀 전에 다행히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그렇게 내가 지랄지랄 할 때는 듣는 척도 안 하고 동의서 가져오라고. 내가 지금 보호자가 연락이 안 되는데 애를 죽일 작정이냐고! 막 난리를 쳤거든. 꿈쩍도 안 하더구먼 그래도 급하게 수술실로 데리고 들어가더라고.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엄마 아빠 둘 다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아?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야? 아까는 진짜 어찌나 성질이 나던지....."


이모님은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셨다. 수술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간이침대에 누워 있는 로미를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기다렸다고만 했다. 작은 아이가 울 힘도 없었는지 누워서 눈만 끔벅끔벅거렸다고 했다. 아플 텐데 아프다는 말도 없이 그저 눈물만 주르륵 흘리며 누워 있는 모습에 당신의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며 눈물을 토해 냈다.


이모님의 눈물 자국과 흐트러진 머릿결에서, 당신의 핏줄도 아닌 로미 때문에 얼마나 고단하고 무서운 시간을 보냈을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이 외로운 공간 속에서 로미의 손을 잡아 준 유일한 분이어서 그저 감사하고 감사한다고! 그리고 너무 죄송하고 면목이 없다고 숱하게 되뇌었다. 이모님의 손을 잡으며 나의 마음이 전해지길 바랐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로미만 무사히 나의 품으로 돌려달라고 쉼 없이 빌고 빌며 또 빌었다. 대상도 뚜렷하지 않은 절대자에게 기도하고 기도했다.


그 순간, "찰싹!" 소리와 함께 머리가 흔들렸다. 상황을 인지하기도 전에 또다시 "찰싹!"소리와 함께 양쪽 볼이 불처럼 타올랐다. 얼마나 강하게 나를 밀치며 때렸는지 나는 의자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누군가 나의 뺨을 후려 친 것이었다. 더 맞을세라 이모님이 나를 감싸 안았다. 이명 때문에 목소리가 명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다만, 남루한 행색의 여자가 내 앞에서 허리춤에 손을 올린 채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얼마나 씩씩 거리는지 어깨가 들썩들썩 거려 보였다.


'뭐지? 무슨 일이지? 누구......?'


"아니, 미쳤나 봐! 미희 엄마 이게 무슨 짓이야? 로미 엄마, 괜찮아? 이를 어째 얼굴이 씨 벌겋네!"


'누구라고? 미희 엄마?'


로미 등원시킬 때 마주치면 가볍게 인사 정도만 나누는 사이였다. 도대체 이 여자가 왜, 죽일 듯한 표정으로 덤벼 드는 이 상황이 납득되지 않았다.


"미희 차례였어요, 이모님! 미희가 먼저였다고요. 수술실 곧 들어갈 거라고, 준비하라고 했다고! 근데 너 뭐야? 도대체 너 뭐냐고!"


무슨 소리를 하는지 도통 이해 할 수 없었다. 극심한 피로감에 그로기 상태였으므로 대응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여자의 발악은 일방적으로 계속되었다. 내 어때를 잡고 흔드는 통에 머리가 웅웅 거렸다.


"미희 엄마! 정신 차려. 왜 엄한 사람한테 화풀이를 하고 그래!"


"이모님은 좀 빠지세요! 다들 여기서 하루 종일 어떤 심정으로 순간순간을 버티고 있는 보셨잖아요. 코빼기도 안 비추다가 도대체 무슨 수를 쓰면 수술도 새치기가 되는 거예요? 이모님, 어디 한번 얘기해 봐여. 내가 정말 억지 부리는 거예요?"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려! 수술에 무슨 새치기 같은 게 있다는 거야? 진짜 그러는 거 아니야. 여기 어디 힘들지 않은 부모 있다고 그러는지 모르겠네. 미희 엄마만 힘든 거 아니야! 부모 마음이 다 같지, "


"같기는 뭐가 같아요! 어떻게 같아요! 다섯 손가락을 깨물어도 아픈 정도가 다른 게 사람이에요. 저렇게 남 손 빌려서 지 할 일 다 하면서 남는 시간에 애 키우는 여자랑 내가 같다고요?"


'뭐가 어쩌고 어째?'


어처구니가 없어서 현기증이 났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남는 시간에 남의 손을 빌려 로미를 키웠다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어떤 발상으로 저런 말을 뱉을 수 있는 것인지, 도대체 저 여자는 어떤 삶을 살았길래 저리도 무식하고 무례한 것일까!


"여보! 그만해. 괜찮을 거야. 괜찮을 거야!"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가 여자를 말렸다. 허름한 행색에 얼마나 급했는지 한쪽 발에는 슬리퍼, 다른 한쪽 발에는 운동화를 꾸겨 신은 모습이었다.


여자를 부축한 채로 나를 쓱 바라보았다. 미안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여자를 말리러 온 것 아니라 힘을 보태러 온 것이었다


"이모님은 알잖아요, 미희가 저한테 어떤 존재인지...... 여보, 나 진짜 미희 어떻게 되면......."


여자는 지 분에 못 이겨 숨을 헉헉 거렸다.


"미희 아빠 가서 뭐라도 좀 먹이던가 링거라도 좀 맞히던가 해. 이러다 정말 큰 일 나겠어!"


남편은 여자를 부축하고 천천히 돌아섰다. 온전하지 못한 둘이 서로를 의지해 간신히 움직이고 있었다.


"이모님, 저 사람들은 도대체 뭐예요...... 내가 대체 뭘 어쨌다고."


반응 한 번 하지 못하고 두들겨 맞은 나는 멍하니 그 둘의 뒷모습을 계속 좇고 있었다. 그럴수록 이명이 짙어지고 시야가 흐릿해졌다.


"종원 씨는 왜 아직이지...... 로미 아빠....."


입안말만 중얼거릴 뿐 목소리가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두통이 심해져 세상이 흔들렸다. 부산에서 KTX를 탔어도, 제주에서 비행기를 탔어도, 이미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지만 종원 씨는 아직도 병원에 오지 않았다.


"로미 엄마? 괜찮아? "


애써 이모님께는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괜찮을 리가 없지 않겠는가. 로미는 수술실에 들어가 있고 난데없이 구타를 당했다. 모든 것이 낯설었다.


"아이고, 뭔 난리인지 모르겠네. 미희 엄마 저런 사람 아니거든. 그냥 무시해요. 결혼하고 10년 만에 얻은 아이라서 그래요. 어디 유명한 대학 박사에 교수까지 하던 양반인데, 미희 키운다고 다 그만두고, 워낙 평소에도 금이야 옥이야 유난스러웠어. 하루 종일 먹지도 못하고 신경이 예민해서 그럴 거야. 괜히 엄한 사람한테 생채기 내는 거지......"


"아......."


가끔은 진심 어린 위로가 비수가 되어 꽂힐 때가 있다. 표현은 달랐지만 미친 여자도, 이모님도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다. 로미를 어렵게 갖지도 않았고, 엄마이지만 로미를 위해 나의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았다. 아빠는 만사 제쳐두고 짝짝이 신발을 신고서라도 달려와야 하지만 그러지 아니했으니, 그러니깐 로미는 미희보다 귀하지 않은 존재라는 건가? 지금 그런 이야기를 내게 하는 것인가?


잠시 정신이 번쩍 맑아지다가 이내 두통이 극도로 심해져 머리카락을 내 손가락으로 움켜쥐었다. 이명은 더 심해졌고 세상 모든 움직임은 정지되고 있었다.


날카로움이 가슴을 쿡쿡 찔러댔다. 그 통증을 진정시키기 위해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통증을 무디게 하기 위해 고통을 가하고 있었다.


이모님이 나의 팔을 잡고 저지했지만 이미 나의 말을 듣지 않는 내 몸이었다.


잠시 후, 수술을 마친 의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의사를 에워쌌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모든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이내 미친 여자가 목이 뒤로 꺾인 채 쓰러졌고 남편마저 주저앉았다. 이모님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렇게 나의 기억은 페이드아웃 되었다


다만 나의 마지막은 실제인지 아니면 꿈의 왜곡인지 정확하지 않은 이미지들이 있다.


하얀 병실과 깨끗한 침대.

평온한 얼굴로 눈을 감고 누워 있는 로미의 모습.

천천히 다가가면 침대 옆으로 힘없이 늘어져 있는 로미의 팔. 조심히 팔을 잡아 침대 안으로 넣어주는데, 보면 울퉁불퉁 물어뜯은 손톱 안에 스며든 핏자국과 손톱 위의 하늘색으로 그린 하트!


이것이 나의 로미와의 마지막이다.





월, 금 연재
이전 01화자발적 감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