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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호 Feb 11. 2022

허리가 아파요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려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우리집은 15층.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추었다. 젊은 부부와 신생아가 친정집에 놀러 왔다가 돌아가는 모습이었다. 할머니는 잘 가라고 하고, 아기의 엄마는 잘 지내시라고 하면서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제 막 돌이 지나보이는 신생아가 아빠의 힙시트에 앉아 있었다. 너무 귀여웠다. 제법 큰 우리 아이들이 징그러울 정도로 느껴졌다. 우리 아이들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빠의 모습에서 오래 전 내가 떠올랐다.

 

나도 아이를 많이 안고 다녔었다. 그때는 무거운 줄도 몰랐다. 아기띠가 편하다고 하는데 아이를 등쳐 업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힙시트를 참 많이 사용했던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을 하면서 엘리베이터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 너무 귀엽네요. 이제 막 돌이 지났나봐요? 우리 아이들도 그럴 때가 있었어요. 잠은 잘 자나요?

  - 아니요. 너무 힘들어요.

  - 맞아요. 저도 그때 너무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다 해결해 주더라구요. 조금만 더 힘내요. 파이팅!

  - (엄마와 아빠는 흐뭇하게 웃었다.)

  - 아빠는 허리 아프지 않아요? 항상 허리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허리가 아프더라구요. 아빠도 파이팅!     

  

짧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엘리베이터는 1층에 도착했고, 젊은 부부와의 짧은 만남은 끝났다. 각자의 길로 돌아갔다. 젊은 부부의 뒷모습을 보면서 행복하게 잘 살기를 기도했다.


  

언제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허리가 아팠다. 돌이 지난 아이를 안고 다니면서 였던 것 같았다. 아직 잘 걷지를 못했고, 유모차는 타기 싫다고 하고, 방법은 안는 수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안을만 해도 시간이 길어지면서 점점 힘이 부치기 시작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어서 였을지 모른다. 내 허리는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번은 어린이 집에 아이를 안고 갔다. 집에서 가까운 곳이어서 자주 그랬다. ‘안아줘~ 안아줘~’라고 말하는데 안아주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시간이 다 지나면 어련히 걷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그날도 안아서 어린이 집에 도착했다. 신발장에서 아이를 내려놓고, 일어서려는 순간에 뭔가 움찔했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어린이 집 현관에서 나는 그대로 누워버렸다. 허리가 아픈 것도 잠시, 부끄럽기 시작했다. 현관에 드러누운 어떤 아빠의 모습을 생각해보면 된다. 솔직한 표현으로 ‘쪽팔려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빨리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만이 내 머리 속에 가득했다. 10분을 드러누워 있었다. 선생님은 괜찮냐며 물어보았지만, 이렇게 아픈 허리는 누가 도와준다고 일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알아서 자기 혼자 일어나야 할 문제였던 것이다. 그렇게 겨우 일어나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병원에 겨우 가서 엑스레이를 찍었다. 특별한 이상 소견은 없었다. 근육을 이완시키는 주사를 맞자 감쪽같이 아픈 통증이 사라졌다. 

  

그런데 이런 문제가 1년 단위로 일어났다. 한번은 침대에서 1시간 동안 일어나지를 못한 적도 있었다. 겨우 겨우 일어나서 지팡이를 대신하여 등산 스틱으로 짚고 병원으로 갔던 적도 있다. 이러다가 내가 평생 침대에서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했다. 그때부터 유난히 허리에 신경이 쓰였다. 아파본 사람은 안다. 몸에서 어떤 불편한 신호가 느껴지면, 그것을 직감적으로 알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내 허리가 아프지 않기를 바라게 되었다.

  

주변의 아빠들을 살펴본다. 가깝게는 직장 동료들, 더 가깝게는 동기들과 허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정말로 많은 남자들이 이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늙어가는 과정일까? 모르겠다. 어디에서 병이 시작되었는지는 모른다. 분명한 것은 허리가 옛날 같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에 제법 컸다. 그렇게 안아달라고 떼를 부리던 첫째는 초등학교 2학년. 절대로 안아달라는 이야기를 입에서 꺼내지 않는다. 6살인 둘째도 이제는 잘 걸어 다닌다. 누나처럼은 아니어서 가끔씩 안아 달라고 하지만, 그때마다 나는 허리를 생각해서 조심스럽게 걷는다. 걷다가 힘들면 “아빠 허리가 아파서 내려놓을게”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앉은뱅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나에게 있기 때문이다. 너희들을 먹여 살리려면 아빠가 아파서는 안 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아이를 안으면 아이에게서 오는 따뜻함이 있다. 언어로 설명하기 힘든 묘한 따스함이 나는 좋다. 그런데 허리가 아프면 안되니까 그 따스함은 서서했으면 좋겠다. 껴안아주기 같은 것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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