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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의 물고기 사랑

by 레일라J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영.유아기 때에 흔히 말에 '꽃히는' 무언가가 다들 있다.

대게 그 종목은 기차, 자동차, 공룡, 공주, 동물 등이 었는데 우리 아이는 그중에서도 물고기.

물고기 였다.


발음도 어눌한 아이가 '무꼬기" 하며 물고기를 그리 찾아대자

서점에서 자그마한 바다생물 피규어가 잔뜩 들어있는 '바다생물백과'를 사다 주었다.

그 후로 아이에게 애착 인형처럼 애착 책이 되어 기관에 등원할 때도 집에서 놀때도 늘, 어디든 가지고 다니며 엄마 읽어죠! 를 외치는 책이되었다.

하루종일 성게, 군소, 거북이, 고래 등을 읽어주다보면 내가 바다동물 박사가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아이는 지겹지도 않은지 읽고 또 읽어달라며 쫓아다녔다. 얼마나 가지고 다녔을까 너덜너덜해져 테이프로 몇번을 붙이고 또 붙인 그 책은 아직도 우리집 책장에 소중히 모셔져 있다.


기관이 여름방학을 했던 어느날은 하원 시켜 데리고 온 아이의 가방에 바다동물백과 책이 없었다.

아이는 난리가 났고 선생님들도 비상이 걸렸다. 가장 소중한 책을 잃어버린 아이를 위해 다시 어린이집으로 달려갔고 아이의 사물한 한켠에 쳐박혀있던 책을 꺼내 오고서야 한바탕의 소동이 끝났다.


시간이 나면 아쿠아리움을 동네별로 다녔다. 태어나 그렇게 많은 종류의 바다생물을 관찰한 건 내 인생에 있어 정말 처음있는 일이었다. 아쿠아리움, 아니 수족관 별로 주력하는 것들이 또 다르다는 것들도 그 때 처음 알았다. 어딜가면 아마존 물고기가 많고, 또 어딜가면 인어공주가 있고, 또 어딜가면 벨루가가 있고, 또 어딘가엔 바다동물 말고도 새와 가축들이 있는 곳들도 있었다. 아이에게 그곳이야 말로 천국이었다.


시간이 흘러 물고기 사랑 아이의 생일이 다가왔다.

아이의 생일에 예쁘게 사진을 찍어주고 선물도 사주려고 아이에게 올해 생일 선물은 뭐가 가지고 싶냐고 물었다.


"씬벵이!"




세상에,

굼벵이, 달팽이, 골뱅이는 들어봤어도 씬벵이라니. 씬벵이는 대체 뭐야...?

남편과 나는 아이의 의외의 선물 요구에 아이가 어디서 이런 것을 보고 달라고 하는 것인가 하며 일단 아이가 읽던 바다동물 대백과를 펼쳤다. 맙소사. 이 책 안에 진짜 씬벵이라는 물고기가 있었다.


태어나 한번도 들어보지도 못한 물고기 이름과 생김이었다. 이게 대체 뭐야..

남편과 아이의 책을 보고 인터넷을 서칭하며 찾아보고 또 찾아보았다. 요즘에야 인터넷을 보니 씬벵이를 키우고 분양하는 사람도 많아졌지만 그 때는 씬벵이에 관한 건 이 물고기에 대한 설명이 전부였고 이 물고기를 소재로 한 책 조차도 절판되어있는 상태였다.

아이가 대체 이 물고기에 이 씬벵이에 꽂힌 것일까를 알아보니 아이는 따뜻한 바다 깊은 곳에서 헤엄을 많이 치지 않고 지느러미를 마치 발처럼 이용하고 기어다니는 이 물고기가 너무 신기하고 귀여웠던 것이었다. 게다가 그때는 씬벵이가 있는 수족관도 있지 않아서 우리 부부는 어디서 만나게 해줄 곳이 있을까를 찾고 또 찾았다.


하고많은 귀여운 물고기들도 많은데 이렇게나 못생기고 희안하게 생긴 물고기를 좋아하는 것일까 싶었지만 그것 또한 아이의 취향이니 별 수 있나. 우리는 아이를 설득하여 생일에 또 다른 수족관을 데려가 주고 씬벵이는 언젠가, 언제가는 꼭 보게 했주겠노라 약속하며 그 생일을 지나고 아이의 씬벵이 사랑은 1-2년이 지속되었다.


후에 아이가 8살쯤 되었을 때 우리가족이 우연하게 들린 수족관에서 씬벵이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때엔 이미 아이의 마음 속에 콕 박혀있던 씬벵이가 사라진지 오래라, 아이는 시큰둥 했지만 우리 부부는 그 못생긴 물고기를 보며 아이의 어린날을 다시 추억하며 웃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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