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책 읽기 습관 만들기
팬데믹 시절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었으니,
아이는 기관에 노출되지 않으니 호흡기 감염의 확률이 낮아져 7살 2월 마지막으로 입원을 졸업했다.
그리고 그 시절 우리는 기관에도 못 가니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찾았고 첫 번째로는 공작활동을 주를 이루는 미술활동이었다. 아이는 프랑스식 미술 수업을 깨나 좋아하고 즐겁게 수업을 다녔었는데 이 또한도 다니지 못하니 집에서 줌 수업으로 미술놀이를 하며 그 시간들을 채워나갔다.
두 번째로는 책과 한글.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잠자리 독서와 낮에 읽어주는 동화책들로 늘 시간을 보냈었다
5살의 12월 즈음 아이는 더듬더듬 나와 함께 번갈아가며 글을 읽을 만큼 한글을 습득했다.
물론 다달이 받아보면 영유아지가 있긴 했으나 8할 이상은 책으로 이뤄진 결과물이었다.
나의 목표는 당시 아이가 좋아하는 '곰솔이 생활동화'를 6살이 끝나갈 즈음 혼자 끝까지 읽는 것이었다.
책의 수준은 두세 마디의 문장이 두줄 정도였기에 이 정도쯤이야, 하며 잡았던 목표였다.
팬데믹으로 기관을 못 가고 집에 있던 6살 상반기. 아이는 엄마의 목표이던 '곰솔이'를 가뿐하게 읽어냈고, 좀 더 글밥이 많던, 우리가 늘 추피책이라 부르던 '추피 생활이야기' 전집도 너끈히 읽기 시작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좋아하고, 영상 보기도 좋아하지만 아이는 책 읽기를 참 좋아했다. 그리고 아이가 책을 즐겁게 읽는 자연스러운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서 나도 아이와 함께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아이가 책을 읽으면 나도 책을 읽으며, 아이와 도서관과 서점으로 열심히 놀러 다녔다.
아이가 7살이 되자, 우리 반 담임선생님이던 내 동생은 우리 반 엄마들에게 올해 꼭 한글을 떼고 받아쓰기 연습까지 충분히 한 후 아이들 학교를 보낼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했다. 같은 반 엄마들. 특히나 남자아이들의 엄마들은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며 어떻게 한글 공부를 시킬 것인가에 대해 걱정하고 전전긍긍했다. 하나둘 학습지를 알아보며 한글을 빨리 뗄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중 가장 태평했던 것이 아이와 나. 우리 아이는 이미 한글을 뗐으니 지금부터 책만 열심히 더 읽어내면 될 일이었다. 이제 웬만한 동화들은 금방금방 읽어내기 시작해서 살살 문고책으로 넘어가고 싶은 욕심이 들었다. 어른들도 갑자기 글씨가 많아지면 책이 읽어지기 싫어지는데 어쩌면 좋을까 고민을 하다 방법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동화책은 그림도 있고 문고 책들에 비하면 호흡이 짧고 글밥이 적어 금세 한 권을 뚝딱 읽어내 줄 수 있는데
문고책들만 해도 한 페이지를 읽는 품이 많이 들었다.
아이가 아침 등원 전 식사를 할 때 하원 후 간식을 먹을 때 저녁을 먹은 후, 잠자기 전, 틈틈이 읽어 아이에게 문고책을 이틀에 나눠 한 권씩을 읽어주었다. 대신 드라마처럼 정말 궁금한 장면에서 감질맛나게 읽다가 뚝! 멈추고 그다음 일과를 지냈다. 아이는 책의 내용이 너무너무 궁금해졌고 어느새 내가 읽어주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어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아이와의 적당한 밀당의 방법이 먹힌 것이었다.
그다음은 청소년들이 읽어도 아이들이 읽어도 좋은 소설 하나를 가지고 와 아이에게 또 일주일에 걸쳐서 읽어주었다. 내가 먼저 책을 읽고 아이에게 읽어주며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울 장면들은 설명도 해주고 그림도 그려주어 가며 읽어주었다. 목이 자꾸만 잠기고 귀찮기도 했지만 내가 들이는 품에 비해 돌아오는 아이의 반응은 배 이상이었기에 이 정도 품은 얼마든지 팔 수 있다 싶었다.
제법 호흡이 긴 책 한 권을 다 읽어주고 나니 아이는 이제 내가 읽는 책들도 무슨 책이냐며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가 읽을 수 있는 책과 없는 책이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엄마가 혼자 읽는 책은 더 커서 읽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아이는 주는 족족 책을 읽었고 좋아하는 책들도 생기고, 책 보는 일을 점점 즐기기 시작했다. 이때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 그동안 꾸준히 쌓아온 습관을 지금부터 진짜 아이의 몫으로 만들어 줄 때가 되었다 생각했다. 그때부터 여러 경로로 책을 사 오고, 도서관에서 아이와 나 남편의 이름으로 회원가입을 모두하여 열심히 책을 대여하기도 하며 집에 늘 아이가 손 뻗을 만한 어딘가엔 꼭 아이가 볼만한 책을 놔두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우리의 책 육아의 서막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