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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Sep 28. 2022

리스타트 51 - (43)

넘버 원


그리고 나는 그다음 날부터 다시 여러 곳의 구인구직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구직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다가 내가 지원할 만한 곳을 발견하면 내 이력서를 송부하는 일을 반복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항상 그랬듯, 내 이메일을 받아보았다는 연락도 받을 수 없었고, 어쩌다 한 번 받는 이메일은 내가 해당 직장에 취직할 수 없다는 내용을 여지없이 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머무르고 있던 창문 없는 3층 고시원 방에서는 내가 당시 가지고 있던 중고핸드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문자나 전화를 받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점심과 저녁을 해결하려 밖에 나갈 때는 물론이고, 그 중간에도 길거리까지 자주 내려가서 내가 고시원 방에 있는 동안 걸려온 전화나 문자가 있었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혹시 그 전날 어디에선가 보냈을 취직 소식이 담긴 이메일이 왔기를 기대하며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했고, 하루 종일 구인 사이트를 여러 곳 반복해서 방문하며 내가 이력서를 송부할만한 직장이 있는지를 검토했으며,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혹시나…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가지고 내 이메일을 다시 한번 체크했다. 그리고는 그 고시원 방안에서는 전화나 문자를 제대로 받을 수도 없는 그 중고핸드폰을 내 침대 옆에 놓고서는, 항상 같은 생각을 하며 잠자리에 들곤 했다.   


'내일이면 무슨 좋은 소식이 있겠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그러던 어느 날, 점심을 먹고 내가 고시원 3층 내 방으로 돌아왔을 때 내 핸드폰이 울렸다. 내가 밖에서 점심을 먹은 이유가 걸려올지도 모르는 전화나 문자를 체크하는 목적이었기 때문에, 지난 몇 주 동안에는 그 방에서 작동하지 않던 내 핸드폰이 울린다는 것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 선생님 되십니까?”  


“예. 접니다만.” 


“여기는 김 선생님께서 일주일 전에 인터뷰하신 직장입니다. 지금 근무하실 수 있겠는지요?”  


“예.” 


“그러면 내일 아침 아홉 시까지 저희 사무실로 오십시오. 저희와 함께 일 하게 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 별말씀을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그분은 전화를 끊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느끼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잘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취직했다는 연락을 받으니 기쁜 것은 사실이었지만, 좀 더 자세히 표현하자면, 기쁨보다는 취직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 더 컸었다. 그래서 나는 침대 위에 앉아서, 내가 서울에 도착한 후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들을 떠올렸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울리지 않던 내 핸드폰이 왜 그 순간에 울렸을까?' 


'내 미래를 걱정하면서 잠 못 드는 밤을 며칠 동안이나 계속 했던가?' 


'저녁마다 아래층 노래방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에 흥얼거리며 이곳저곳으로 내 이력서를 송부하던 날이 도대체 며칠이나 되었는지 세어볼 수 있을까?' 


이제는 그런 질문들이 더 이상 나와는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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