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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다니엘 Sep 29. 2022

리스타트 51 - (44)

넘버 원


나는 그 길로 길거리로 내려가서 미국에 계신 부모님께 내가 취직했다는 소식을 알려드리고, 그다음으로 내 가까운 친구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다. 그리고 가까운 편의점에서 점심 도시락과 맥주 한 캔을 그날 저녁으로 먹기 위해 산 나는 3층 고시원 방으로 돌아와 나만의 조촐한 취직 자축파티를 열었다. 그리고 저녁을 다 먹은 나는 그 다음날 입고 갈 양복과 셔츠, 그리고 넥타이를 다림질했다. 


'드디어 내일부터는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건가?'


그 후 내가 잠자리에 들기 위해 내 핸드폰을 내 침대 옆에 놓았을 때, 나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래층 노래방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와 진동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날 밤만큼은, 그동안 매일같이 들리던 사람들의 꽥꽥거리는 노랫소리나 내 고시원 방을 울려대던 진동소리가, 마스카니의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선율처럼 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는 그제야 한국에서 넘버 원으로 살 수 있는 내 삶을 향해 아주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뎠다고 여겼으니 말이다. 


'그래, 이제 아주 작은 한 걸음을 내디뎠을 뿐이야.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걸음을 더 내디뎌야 넘버 원의 내 인생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새 직장에서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는 일을 주로 맡았었고, 때때로 그 직장을 방문하는 VIP들의 동시통역 업무도 맡아서 근무했다. 그리고 2002년 서울 월드컵의 열기는 대한민국을 한동안 흥분 도가니로 몰아넣었고, 그로 인해 나는 그해 봄, 어느 늦은 오후의 삼각김밥, 새우깡, 소주 한 병, 그리고 <넘버 원>이라는 노래에 대한 기억을 점차 잊고 살게 되었다. 


그러므로 내가 2002년 봄에 고시원에서 머무르며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지고 나간 체류비가 다 떨어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던 그때 그 경험은, 그 당시로서는 나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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