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의 뒷문을 여는 순간, 그가 내 마음속에 들어왔다.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또렷하게 그려지는 몇몇 장면들이 있다.
3월의 첫 등교일.
새로 배정받은 반을 확인하고
교실의 뒷문을 여는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교실 한가운데에서 친구들과 투닥거리는
은테 안경의 그.
나는 한눈에 반해버리고 말았다.
그 아이의 은테 안경에 반한건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는 은테 안경에 어울리게 똑똑했다.
즉, 공부를 잘했다.
그래서 더 좋았다.
성적표가 나오는 날이면
은테 안경이 더 반짝이는 거 같았다.
나의 마음은 더 설레었다.
사춘기의 소녀는 부끄러움이 없었다.
담임선생님께서는 한 달에 한 번씩 아이들에 쪽지를 받았다.
짝꿍이 되고 싶은 아이를 써내는 쪽지였다.
우선권은 여자 아이들에게 있었다.
여자 아이들이 짝꿍이 되고 싶은 아이를 써내면
담임 선생님은 그대로 짝꿍을 시켜줬다.
대부분의 여자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써내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나는 예외였다.
그 아이와 나란히 앉고 싶었다.
나는 늘 그 아이의 이름을 적어내곤 했다.
차례가 바뀌었다.
이제는 남자아이들이 이름을 써낸다.
그 아이는 나의 이름을 써내지 않았다.
그렇게,
짝사랑은 슬픈 거였다.
나의 친구들은 착한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가 내게 표현은 하지 않지만
우리 반에서 가장 대화를 많이 나누는 여자아이는 너라고
너랑 가장 친하다고 말해주었다.
어느 날은 그 아이가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아이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며
그 여자 아이가 너와 많이 닮았다고, 모르긴 몰라도 너 같은 스타일을 좋아할 거라며
내 마음을 더 부풀게 했다.
꼬박 1년의 짝사랑이 지났다.
우린 이제 3학년이다.
그와 나는 다른 반이 되었다.
나는 서운한 마음을 앉고 새로운 교실로 향했다.
교실의 뒷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교실 맨 뒷줄, 은테 안경을 쓴 남자아이가 있었다.
나의 새로운
짝사랑은,
그렇게 다시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