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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용 Feb 21. 2022

"삶" 자체로의 "삶"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서평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이하 본작)는 지독히도 감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표현들로 가득 찬 산문시집이다. 배경지식 없이 무작정 읽다 보면 1장을 벗어나기 힘드니 본작에서 나타나는 니체의 철학 일부를 정리한 뒤 읽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리라 생각한다.

"신은 죽었다."로 표방되는 니체의 철학은 반기독교적인 성격을 띠는 생철학이라 주장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서양 철학의 주류에 있던 플라톤의 이데아론을 정면에서 반박한 것에서 기인한다. 플라톤의 이데아론에 근거한 서양 철학 및 기독교적인 사상들은 현생보다 천국 따위의 사후세계나 원죄 등을 내세운다. 생철학이란 현재 살고 있는 이번 생에 집중하라는 의미로도 이해할 수 있다.


 "보라, 이 순간을!" 나는 말을 이었다." 순간이라는 이 성문 통로에서 하나의 영원한 긴 길이 뒤로 뻗어 있다. 우리 뒤에 하나의 영원이 놓여 있다. (...) 우리는 영원히 되돌아와야 하지 않았겠느냐?


 니체 철학의 근본 개념이라고 불리는 영원회귀에 대한 발췌본이다. 우리의 삶은 영원히 반복되는 매일의 연속이며, 무한한 시간 속에서 개인은 찰나일 뿐이다. 한 번의 생, 그 이전과 이후는 없다. 이런 인식은 삶에 대한 허무로 다가올 수 있다. '차라투스트라'는 니힐리즘(허무주의)을 깨닫고 절망하며 몰락하는 자를 사랑한다 했다.


 "나는 인식하기 위해 살아가는 자, 언젠가는 초인의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인식하려고 하는 자를 사랑한다. 그는 그렇게 몰락하려 한다."


 니체는 본작을 집필했던 당시 유럽의 시대정신에 대해 몹시 비판적인 입장이었다고 전해진다. 반기독교적으로 읽히는 것도 주류 사상에 대한 불신에서 시작된 것이라 볼 수 있고, 선과 악의 명확한 구분을 통해 세상을 양분한 것 자체에 대한 불만이라 볼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봤을 때 '차라투스트라'가 말한 몰락이란 당대에 회의를 품은 사람이라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렇다면 몰락한 자는 현시대에 대한 회의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있는 자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그대들에게 정신의 세 가지 변화에 대해 말한다. 정신이 어떻게 낙타가 되고, 낙타가 어떻게 사자가 되며, 사자가 어떻게 마침내 어린아이가 되는지."


 니체는 본작을 통해 인간은 극복되어야 하는 존재라 말하며 초인(위버맨쉬)에 대해 설파한다. 몰락한 자가 허무를 극복하고 삶을 영위하는 것. 그것이 니체가 말한 초인(위버맨쉬)이라 볼 수 있다. 니체는 초인(위버맨쉬)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정신의 3가지 단계에 대한 유명한 말을 한다. 참을성 있는 정신을 통해 묵묵히 자신의 길을 나아가는 것 낙타, 더 나아가 새로운 창조를 위한 자유를 창출하는 사자, 그리고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어린아이의 정신이라고 했다.


 "어린아이는 순진무구이고 망각이며, 새로운 출발, 유희, 저절로 굴러가는 바퀴, 최초의 움직임, 성스러운 긍정이다."


 어린아이는 삶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 당장 눈앞에 놓인 하루하루에 집중하며 새로운 놀이를 창조하기도 한다. 어린아이가 되어 삶 자체를 즐기고 유희하는 것이 우리가 꿈꿔야 할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은 짐승과 초인 사이에 매인 밧줄, 심연 위에 매인 밧줄이다."


 이런 정신을 함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니체가 말하는 인간은 줄을 타는 광대처럼 늘 아슬아슬한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짐승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고 초인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그렇다. 내게는 상처 입힐 수 없고 땅에 묻어 버릴 수 없는 것. 바위를 폭파시킬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나의 의지라 불린다."


 인간은 줄 아래 심연이 두려워 안주해서는 안 된다. 강인한 의지를 갖고 출렁이는 줄 위에서 공포, 불안 등을 극복해야 하는 존재이다. 그래야 낙타가 되고 사자가 되고 결국 어린아이에 당도할 수 있는 것이다.


 본작은 총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산문시집이지만 전형적인 형태가 아니기에 각각 장마다 서사가 있고 이야기의 흐름이 있다. 이야기는 은둔생활을 하며 깨달음을 얻은 차라투스트라가 산에서 내려오면서 시작된다. 인간에게 초인을 가르치고 몇몇 제자도 얻지만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산에서 내려오고 다시 은둔생활을 하며 일어나는 일들의 반복이다. 이런 반복 속에서 기이하고 환상적인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이야기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러나 서사에 집중하기에는 다소 난해한 표현이 난무한다. 그렇기에 더욱 본작은 정독 후 내용을 이해하고 끝내기보다 두고두고 삶이 흔들릴 때마다 꺼내 문장을 음미하는 것이 더 나은 독서법일 수 있다.


 인생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우문이다. 그럼에도 질문하는 것은 현답을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 받는다고, 경제적으로 남들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성공이라 할 수 없다. 그것보다 '본인이 삶을 이끌었고 결과에 만족하는가?', '나는 손수 빚은 나의 만족을 위해 살아가는가?' 등에 질문에 흔들림 없이 대답할 수 있어야 니체가 말하는 초인(위버맨쉬)에 그나마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배경지식도 없는 비전공자가 본작을 무작정 읽는 것은 하나의 우문일 수 있으나, 굳이 니체의 뜻과는 거리가 있어도 나름의 해답을 찾는다면 그것 또한 현답이 될 수 있다.



-도서 정보


출판사 : 열린책들

옮긴이 : 김인순

구매처 : 교보문고 전자도서관 E-book  대여


-참고자료


서광열, <특집 서양근현대철학, 그 나름과다름  니체의 사유에 있어서 “꿈”의 역할과 의미에 관한  연구>, 2015.


오윤정, <영원회귀사상에거 드러나는 니체 고유의 시간성>, 2016.


브런치 글, https://brunch.co.kr/@petercat/17


[니체의 초인수업]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https://youtu.be/waPstBrHO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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