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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를 감상하며 꽃길을 걷는다

올레8길(상), 약천사에서 대포주상절리대까지

by 정순동 Feb 01.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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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8길은 월평마을 아왜낭목에서 시작하여 대평마을에 이르는 바당올레다. 약천사, 배튼개, 대포포구, 대포 주상절리가 올레8길 전반부를 장식한다.

아왜낭목에서 시작하는 '느리게 걷는 올레길'


송이 슈퍼 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내린다. 우리가 기획하여 쓰고 있는 '느리게 걷는 올레길'과 닮은 간판이 보인다. 느리게 걸어서 올레8길 출발점이자 7길 종착점인 아왜낭목 쉼터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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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왜낭목은 아왜낭(아왜나무)이 있는 길목을 이른다. 월평마을 사람들은 '아왜낭이 달의 형체를 띤 월평을 이어가지 못해 풍수상 허하여(빈틈이 있어) 정기가 빠져나간다'라고 여겼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 지역 출신 재일교포들이 아왜나무 부지를 매입하여 소나무를 심었다. 이후 도로 확장 공사로 아왜나무는 벌채되고 소나무만 남게 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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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아왜낭목'이라는 지명의 뜻을 살리기 위해 몇 그루의 아왜나무를 심어 놓았다. 쉼터 위 길가에 '재일 동포 송덕비', '전기 가설 기념비', '진입로 포장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제주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약천사

약천사 조금 못 미쳐서 사유지를 통과한다. 담앤루리조트에서 제주 올레길로 허용해 준 구간이다. 담앤루리조트 담장이 있는 대나무밭을 빠져나오면 약천사 진입도로와 연결된다. 도로 옆 축대 위의 백년초가 우리를 맞이한다. 절을 찾은 신도들이 많진 않다. 아마 코로나의 영향인 듯하다.

약천사약천사

불기 2565년 사월 초파일(2021. 5. 19) 부처님 오신 날 희망과 치유의 등불을 밝히는 약천사를 찾는다. 밤에 왔더라면 더 좋았을 텐데. 계획을 변경하여 낮에 온 것을 후회한다. 올레8길을 제대로 걷고 싶은 욕심이 앞섰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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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의 야자수와 선인장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딱 보면 제주도 절이다. 제주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약천사는 경북 영천의 대한불교조계종 제10교구 은해사의 말사다. 한라산 관음사 소속이 아니고.

약천사는 무오년(1918) 법정사 항일운동 당시부터 작은 암자로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나, 현 법당의 건립(1996) 이후부터 세상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대적광전대적광전

구례 화엄사 각황전의 웅장함과 금산사 미륵전의 3층 구조를 응용하여 설계한 큰 법당 대적광전은 한국 전통양식의 법당으로는 동양에서 제일 크다.

주불로 모셔진 비로자나불은 국내 최대의 목조 좌불이다. 높이가 9m나 된다. 또 큰 법당 2층에는 많은 벽화와 8만 불이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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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욕의식(좌), 기와불사(우)

아기 부처님 불상을 대적광전 앞에 마련한 불단에 모셔 놓고 아기 부처님 머리에 물을 3번 나누어 흘린다. 아기 부처님을 씻겨 드리며, 삼귀의 참된 뜻을  담아 부처님 오신 날을 축하하는 ‘관욕의식(더럽혀진 몸을 씻는다는 의미의 불교의식)’을 한다.


거룩한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거룩한  가르침에  귀의합니다.

거룩한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대적광전에서 삼배를 올리고 기와불사에 동참한다.


대적광전 뒤로 돌아간다. 높은 곳에 천연동굴을 이용하여 조성된 굴법당에 약사여래불과 좌보처 백의관음, 우보처 지장보살이 모셔져 있다. 조용한 기도처로 많은 불자들이 찾는 곳이라 한다.

굴법당굴법당


배튼개와 말 고깃집​

주차장 옆으로 흐르는 회수천을 건넌다. 올레길은 밀감 밭 사잇길을 지난다. 늘씬한 키의 야자수가 서 있는 산기슭을 돌아 나와 마리조아라는 말고기 전문 음식점 앞에서 이어도로와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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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자수길(좌), 말고기 전문 음식점(우)

말고기 음식점. 제주도에서 맛볼 수 있는 말고기에 호기심이 생긴다. 막상 먹어 볼까 하니 무언가 꺼림칙하다. 바로 인터넷 검색을 한다. 말고기는 단백질과 철분 함량이 풍부하고, 다른 고기에 비해 불포화지방산인 팔미톨레산이 2~3배 많다고 한다. 소고기보다 육질이 연하고 지방이 적으며 고소하단다.


익히지 말고 육회로 먹으라고 권한다. 불고기, 철판구이도 있지만 육회가 맛이 낫다고 추천한다. 자신이 없다. 소고기 육회도 안 먹는데. 간판만 몇 번 쳐다보고 포기한다.


배튼개. 차도를 따라 조금 걷다가 이내 해변으로 내려온다. 배튼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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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튼개 기암괴석. 바위 위에 석부작처럼 자란 소나무배튼개 기암괴석. 바위 위에 석부작처럼 자란 소나무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에 다듬어진 기암괴석이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이곳 바릇잡이(배튼개) 어장은 대포동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어민들의 생활 터전으로, 전복, 해삼, 소라 종묘를 살포한 양식어장이다. 해녀의집은 문이 닫혀 있다. 어촌계에서 구역, 시기 및 시간, 체험 방법 등을 정하여 체험어장으로 관광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해녀의 집에 걸린 테왁해녀의 집에 걸린 테왁

갯강활. 이번 제주여행의 바닷가에서 자주 만나는 꽃을 또 만난다. 해변을 뒤덮고 있다. 검은 돌 틈을 비집고 올라온 줄기의 겉에는 어두운 자주색의 줄이 있다. 흰색의 작은 꽃은 여러 개가 모여 달려 있다.

갯강활 군락. 산형과 당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모정, 굳은 의지, 기약' 등이다갯강활 군락. 산형과 당귀속의 여러해살이풀이다. 꽃말은 '모정, 굳은 의지, 기약' 등이다


대포포구와 대포연대


대포포구.  대포포구는 예로부터 '큰 개(큰 포구)'로 불리며, 지형적으로 천혜의 양항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큰 개는 규모면에서 타 포구보다 크다는 뜻도 있지만, 기능면에서 위상이 다른 포구라는 의미도 포함한다. 과거에 중요한 물화와 큰 인물들이 출입했던 큰 포구였던 것이다.


고려의 국찰이었던 법화사를 중건할 때 개경에서 건축자재를 실어 나르던 포구다. 일제 때는 일본과 제주 간을 운항하는 선박의 기착지로 중문 일대의 승객이 드나들던 관문 역할을 했다.

대포포구대포포구

해방 후 대포포구를 개수하다 해저의 모래와 돌덩이에 뒤덮여 있든 주춧돌 3개가 발견된다. 석질이 제주 현무암과 확연히 달랐고, 법화사의 주춧돌과 동일했다. 하나가 대포항에 전시되어 있다. 주춧돌 유물과 지명 유래로 미루어 볼 때 대포포구는 제주도 고대 교사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주정된다. (현지 안내문 참조)

대포포구에 전시된 법화사 주춧돌(추정)대포포구에 전시된 법화사 주춧돌(추정)

대포연대. 연대는 해안 구릉에 자리하여 적의 동태를 감시하는 시설이다. 옛날에 위급한 일이 발생하면 낮에는 연기로 밤에는 횃불로 연락을 취했던 통신시설이다. 대정현에 소속된 대포연대는 동쪽으로 마희천연대, 서쪽으로 별로천연대와 교신했다.

대포연대대포연대

우리들의 숙소가 대포동이다. 우리 동네인 셈이다. 법정동명은 대포동이고 행정동명은 외지 사람들에게도 잘 알려진 중문동이다. 중문과 대포라는 지명이 함께 쓰이니 혼란스럽다.

대포연대 쉼터의 잠녀상대포연대 쉼터의 잠녀상


꽃길을 걷는다.

대포연대 쉼터의 잠녀상이 협죽도 터널 사이로 이어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중문대포주상절리대와 컨벤션 센터 사이의 산책로는 잘 정비되어 있다. 산책로 북쪽 담장 밖, (주)부영의 부지에는 난대성 식물들이 출입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거져 있다.

잘 정비된 주상절리 산책로잘 정비된 주상절리 산책로

울타리 주변으로 식재된 아열대성 수목들이 키재기를 하고 섰다. 키가 늘씬하게 큰 야자수, 3~4m 정도의 협죽도, 그보다 더 낮은 병솔나무가 울타리를 차지하고 있다. 

협죽도(夾竹桃). '푸른 대나무의 형상은 군자를 닮았고, 홍도(紅桃)처럼 아름답다'라는 ‘협죽도’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늘 푸르고 아름다운 붉은 꽃을 피우는 협죽도는 잎, 줄기, 뿌리, 그리고 꽃까지 모두 알칼로이드 계열의 ‘강심배당체(cardiac glycosides)’라는 성분을 가진 유독식물이다. 한편 협죽도는 약재로 사용되기도 한다. 잎이나 줄기를 말려서 심장의 기능을 향상하고 강심제나 오줌을 잘 나오게 하는 이뇨제로 쓰인다.

협죽도. 상록 활엽 관목이며, 꽃말은 '위험, 주의, 방심은 금물, 위험한 사랑' 등이다.협죽도. 상록 활엽 관목이며, 꽃말은 '위험, 주의, 방심은 금물, 위험한 사랑' 등이다.

병솔나무. 이제 막 꽃이 피기 시작한 협죽도 사이사이에 꽃 모양이 마치 병 닦는 솔처럼 생긴 병솔나무가 붉은색 꽃을 달고 있다. 긴 가지는 버들처럼 늘어져 있다. 호주 지역에서 잎을 향신료로 사용한다고 한다.

병솔나무. 원산지는 호주다. 도금양과의 멜라레우카속의 상록 활엽 소교목이다. 꽃말은 '결백, 사랑의 편지' 등이다.병솔나무. 원산지는 호주다. 도금양과의 멜라레우카속의 상록 활엽 소교목이다. 꽃말은 '결백, 사랑의 편지' 등이다.

서양금혼초. 키 큰 나무 밑에는 꽃과 잎이 민들레와 비슷한 서양금혼초가 일대를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유럽이 원산지인 귀화식물로 여러해살이풀인데, 얼핏 보기에 민들레와 같다고 개민들레라고도 하는 생태계 교란식물로 다른 식물의 성장과 발달을 억제하는 골칫거리다.

서양금혼초.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마지막 사랑, 나의 사랑을 드릴게요' 등이다.서양금혼초.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말은 '마지막 사랑, 나의 사랑을 드릴게요' 등이다.

주상절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먼저 꽃과 나무에 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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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절리(위), 거북등 절리(아래)주상절리(위), 거북등 절리(아래)

해당화. '미인의 잠결' 같은 장미과의 붉은색 꽃, 해당화가 '온화'한 모습을 기묘한 돌기둥이 서 있는 해변을 향해 살짝 드러내 보지만 존재감은 약하다. 수많은 들꽃과 키 큰 야자수, 동백나무, 협죽도, 병솔나무 사이에 묻혀 이름값을 못한다.

해당화해당화

벌노랑이. 빠르게 영토를 넓혀 가고 있는 서양금혼초에 대적하듯이 토종 콩과식물 벌노랑이가 세력권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향이 좋아 밀원식물로 쓰이기도 하고, 지피식물로 활용할 수도 있는 벌노랑이의 어린잎은 나물로 먹기도 하고 한방에서는 꽃과 뿌리 등을 약재로 쓴다. 꽃말은 '다시 만날 때까지'다.

벌노랑이벌노랑이

끝없이 이어지는 들꽃들이 발걸음을 끌어당긴다. ​


엉겅퀴. 꽃잎이 서로 달라붙어 대롱 모양으로 생긴 붉은 꽃이 가지 끝에 달려 있다. 엉겅퀴를 찧어서 바르면 지혈효과가 있다. 피를 엉기게 한다고 하여 엉겅퀴라 한다.

엉겅퀴.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꽃말은 '고독한 사람, 건드리지마'엉겅퀴.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 꽃말은 '고독한 사람, 건드리지마'

덩이괭이밥. 분홍색의 덩이밥이 산책길을 덮고 있다. 우산 모양으로 달려있는 꽃송이는 노란 꽃밥을 담고 있다.

덩이괭이밥. 남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 꽃말은 '빛나는 마음, 경사'덩이괭이밥. 남아메리카 원산의 여러해살이풀. 꽃말은 '빛나는 마음, 경사'


중문대포 주상절리대

천연기념물 제443호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는 매표소를 통과해야 그 위용을 드러낸다. 앞쪽으로 산방산과 박수기정이 보이고, 주상절리는 용암의 두께와 온도, 냉각 속도, 파도의 침식 등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장엄한 주상절리. 멀리 산방산과 박수기정이 보인다.장엄한 주상절리. 멀리 산방산과 박수기정이 보인다.

중문대포 주상절리대는 대포동에서 중문동에 이르는 해안을 따라 약 2km에 걸쳐 발달해 있다. 인근에 있는 '녹하지악'오름의 분화구에서 흘러나온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류에 의해서 형성된 것이다. 용암의 두께와 온도, 냉각 속도, 파도의 침식 등에 따라 다양한 모양이 만들어진다.

수직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수직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

용암류가 지표에서 서서히 식으면서 부피가 줄어들어 수직의 기둥 모양으로 쪼개진 주상절리, 6 각형으로 갈라져 형태가 거북 등의 모양과 비슷한 '거북등 절리'가 비경을 이룬다.

거북등 절리거북등 절리

대포 주상절리의 기묘한 괴석들을 만든 녹하지악에는 현재 깔때기 엎어 놓은 듯한 오름만 있고 분화구는 없다.

주상절리대의 기암괴석주상절리대의 기암괴석

월평 아왜낭목에서 출발한 올레8길은 종점인 대평포구까지 19.6km이다. 한데 4.9km 지점인 대포주상절리 관광 안내소에 올레 중간 기착지 스탬프 찍는 곳이 있다. 4분의 1인 지점에  중간 기착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미처 못하여 그만 놓치고 지나갔다.




며칠 후,

우리가 한달살이 하는 집에 아들이 아이를 데리고 휴가 차 왔다. 손녀를 유모차에 태워 다시 대포주상절리 꽃길을 산책한다. 아인이는 야자수와 주상절리, 울긋불긋 핀 꽃을 보고 '바위가 크다', '이건 무슨 꽃이고'하며 속 재갈거린다.

대포주상절리대 앞의 대형 소라 조형물에서대포주상절리대 앞의 대형 소라 조형물에서

아인이는 매표소 앞의  대형 소라 조형물에서 놀다 간다. 아이들에게는 주위의 모든 것이 장난감이 된다. 소라 안에 들어가서 돌멩이를 모아 놓고 하나하나 숫자를 헤아리며 놀이를 한다.

"완 리틀, 투 리틀, 쓰리 리틀 돌멩이, 포 리틀ㆍㆍㆍㆍ"


동요를 즉석에서 개사하여 부르며 즐겁게 논다.

우리는 지난번 못 찍었던 중간 기착지 스탬프를 찍는다. 스탬프에 목숨을 건다. 올레 완주증 받으려고.


대포마을 숙소에 들어서는데 아인이가 '할머니 하늘이 복잡해요.' 한다. 노을이 지고 있다. 해질녘 서쪽 하늘은 구름 속에서 붉게 타오른다. 여지껏 우리는 무심코 지났는데 아름다운 하늘을 아이가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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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동 더바른오피스텔 옥상에서 본 서쪽 하늘대포동 더바른오피스텔 옥상에서 본 서쪽 하늘

구름바다다. 멀리 군산과 산방산, 박수기정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해변처럼 보인다. 하늘의 복잡한(?) 구름은 붉은 파도가 되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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