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는 한라산, 아래로는 제주의 남쪽 바다와 서귀포 전역을 조망할 수 있다. 기암절벽과 천연 난대림이 둘러싸인 중산간의 비경이 감탄을 자아낸다」고 (사)제주올레가 극찬한 길이다.
서귀포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올레7-1길을 시작한다.터미널 건너편 공원 입구에 서귀포시 도로원표가 있다. 여기서 제주 42km, 서울 486km, 부산 310km, 광주 251km다. 서귀포 중앙도서관 앞 공원을 통과하여 김정문화로를 따라 대림 제주 서호아파트, 서호 현대맨션 2차 등의 서귀포 신도시를 지난다.
서귀포버스터미널 맞은 편, 공원 들머리의 도로원표
서귀포 대신중학교로 가는 오르막을 오르다가 계단에 앉아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본다. 대신중학교 정문 맞은편에 소나무 분재 석부작을 많이 전시한 식당이 있다. 이 식당 옆으로 난 삼나무 길로 들어선다.
대신중학교로 오르는 계단에서 서귀포 앞바다를 바라본다.
천연 난대림 사이에 숨겨진 기암절벽 엉또폭포
강창학 종합경기장을 오른쪽에 두고 야트막한 구릉을 지나면 중산간서로를 만난다. 월산교 근처에서 올레 표식을 찾아 두리번거리는데 봉고트럭이 멈춰 선다. 친절한 농부가 악근천 옆으로 난 산책하기 좋은 엉또폭포 가는 길을 가르쳐 준다. 엉또폭포 950m 지점이라는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과수원길이라고.
고마운 분이다. 올레는 월산교를 건너가는 차도를 따라 엉또폭포 입구까지 이어지지만,그 길은 차도라 따분하고 엉또폭포를 놓치고 지나칠 수 있다고친절히 일러준다.
월산교에서 악근천을 따라 가는 과수원길 입구
엉또폭포 가는 길, 악근천 계곡에는 큰 돌에 항아리 입구처럼 구멍이 뚫려 있는 '항구리소', 장어가 서식했다는 '장이소', 수심이 깊은 '심방소', 겨울철에 청둥오리가 찾아드는 '올리소' 등 소가 많아 여름철 더위를 피해 이곳을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엉또폭포 가는 길
엉또폭포. 보일 듯 말 듯 숲 속에 숨어 지내다가 한바탕 비가 쏟아질 때면 그 위용을 드러낸다. 약 50m 높이의 이 폭포는 주변의 기암절벽과 울창한 천연 난대림 사이에 감춰져 있는 비밀의 폭포다. 엉또 산장 주인은 엉또폭포가 높이로는 나이아가라와 엇비슷하고, 물 내리지 않는 폭포로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물다며 세계 4대 폭포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천연 난대림으로 우거진, 물줄기가 없는 엉또폭포
평소에는 건천으로 물줄기가 없으며 산간지역에 70mm 이상 비가 내리면 웅장한 폭포를 볼 수 있다. 폭포 주변 계곡을 뒤덮고 있는 늘 푸른 천연 난대림의 이국적인 풍치가 이곳을 지나는 올레꾼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엉'은 작은 굴, '또'는 입구를 표현하는 제주어다. '엉또'는 작은 굴 입구를 뜻한다. 기암절벽에서 떨어지는 이 폭포는 주변의 천연 난대림과 조화를 이루어 엉또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한껏 드러낸다. 폭포 절벽에는 천연기념물 323호, 정지 비행의 명수 '황조롱이' 가족이 살고 있다고 한다.
2023. 4. 5 호우경보가 내린 날 촬영한 엉또 폭포
평소 건천이던 약근천에 급류가 맹렬한 기세로 흘러내린다.
서귀포 칠십리 야경 조망 명소, 고근산
엉또폭포를 나와 고근산으로 향한다. 서귀포 신시가지를 감싸고 있는 오름이다. 산 중턱에는 삼나무, 편백나무, 해송, 상수리나무, 밤나무 등이 조림되어 있고, 특히 삼나무 둘레길이 조성되어 웰빙 산책길로 신시가지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리는 경사진 나무계단을 이용하여 곧바로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삼나무 숲. 사이로 오르는 나무 계단
제주에는 산이름이 '오름'이나 '봉'이 아닌 '산'인 곳은 한라산을 비롯하여 모두 7개가 있다. 그중 하나가 고근산이다. 표고 396m, 비고 171m로 야트막한 봉우리지만 탁 트인 곳이라 전망대에 오르면 멀리는 마라도, 가파도로 부터 가깝게는 섶섬, 문섬, 범섬, 지귀도까지 제주바다와 서귀포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근산에서 보는 서귀포 칠십리 야경은 밤바다와 어울려져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고근산 전망대에서 본 서귀포시 전경
산꼭대기에 원형의 분화구가 있고, 올레는 원형 굼부리를 한 바퀴 돌아서 산불감시초소로 간다. 설문대할망이 심심하여 장난기가 발동하면 한라산 꼭대기를 베개 삼아 길게 눕는다. 고근산 굼부리(분화구)에 궁둥이를 얹어 놓고 범섬에 다리를 걸쳐 물장구를 쳤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고근산 굼부리
근처에 산이 없이 외롭게 서 있다 하여 고근산(孤根山)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굼부리 둘레길 북쪽에서는 한라산이 막힘없이 가까이 다가온다.
고근산에서 본 한라산
산 정상에는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좀 특이한 꽃말을 가진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풀꽃인 엉겅퀴가 무리 지어 자라고 있다. 정상을 온통 자주색으로 물들였다.
또 정상 부근의 자연석 사이로 가막살나무, 찔레꽃, 산철쭉, 사스레피나무, 예덕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어 자라고 있다.
고근산 정상의 엉겅퀴
삼나무 둘레길로 내려간다. 서호마을 게이트볼장에서 고근산 길을 벗어나 서호근로를 만난다. 농원이 이어진다. 제남 아동복지센터를 못 미쳐 석목원이라는 빗돌이 서 있어 들어가 본다. 정원을 공사 중이다. 석물과 수목으로 꾸며져 있어 사진 몇 장 찍는다. 무엇을 하려는지 규모가 제법 크다.
석목원
중산간동로를 건너호근마을로 들어선다. 호근마을회관, 서호초등학교를 지나간다.
은행나무 높은 집, 이끼로 덮인 돌담이 멋있는 집, 담쟁이가 덮인 돌담, 창문을 타고 오르는 시계꽃이 건물벽을 덮은 집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덧 일주동로에 이르다.
호근마을
잃어버린 마을, 하논 분화구
봉림사 버스정류장에서 '잃어버린 마을' 하논 마을로 내려간다.
봉림사. 분화구 들머리에 봉림사가 있다. 1929년에 용주사로 세워진 절이다. 4ㆍ3 사건 때 토벌대는 용주사와 하논 마을에 불을 질렀다. 건물이 전소되고 수행자들이 수난을 당하는 법난이 있었다. 이후 중창 불사하여 봉림사로 개명했다.
봉림사
하논 마을.4ㆍ3 때 잃어버린 하논 마을 옛터에는 주민들의 삶의 흔적인 올레와 대나무 숲, 팽나무 등과 서귀포 지역 천주교 선교의 산실이었던 옛 하논 성당 터가 남아 있다. 2012년 제주도가 마을의 비극을 전하고 다시는 아픈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기원하며 세운 표석이 잃어버린 마을을 지키고 있다.
잃어버린 마을, 옛 하논 마을 터
옛 하논 성당 터
하논분화구. 서귀포시 서홍동, 호근동 일대에 위치해 있는 한반도 유일의 Maar형 분화구와 퇴적층으로 형성되어 있다. 5만 년 전에 생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분화구는 화산체가 형성된 후에 대폭발이나 산정상부의 함몰에 의해 2차적으로 형성된 분지(칸델라)의 지름이 1km 이상이다. 둘레 3.7㎞, 면적 126만㎡, 깊이 약 90m로 한반도 최대 규모의 분화구다.
하논 분화구 경작지
하논은 제주말로 '논이 많다'는 뜻이다. 분화구 바닥에서 1일 수천ℓ의 용천수가 분출되어, 이곳은 500여 년 전부터 벼농사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분화구 한쪽을 허물어 원형이 훼손되었다. 현재 이곳은 60만㎡가 사유지로 주택 여러 채와 창고 , 비닐하우스 등이 들어서 있다. 호수가 있었던 습지에는 논농사가, 분화구 가장자리에는 감귤농사를 하고 있다.
하논 분화구 논과 수로
지리적 여건과 빼어난 경관은 각종 난개발을 불러와 하논분화구의 외형 파괴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2년에는 분화구에 야구장 건설이라는 기가 막힌 계획을 세웠다가 환경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취소하기도 했다. 과거 5만 년 동안 기후ㆍ지질ㆍ식생 등 환경정보가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생태계 타임캡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하논분화구는 2006년 이후 복원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분화구에서 다시 일주동로로 올라선다. 서귀포여중 건너편이다. 분화구 방문자센터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 일시 폐쇄되었다. 올레길은 바로 가는 일주동로를 버리고 분화구 둘레길을 따라간다. 분화구 안에 마을이 보인다. 옛 시골 마을에 해그름 녘 풍경이다.
하논 마을
갈매 생태공원.올레는 갈매 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갈매 생태공원은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으로 연결되고 연외천은 천지연 폭포로 흘러든다. 그 연외천 변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축구장, 농구장, 게이트볼장, 야생조류 관찰원을 갖춘 갈매 생태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오늘의 지난 일정을 정리한다.
갈매 생태공원
법장사 인근 벽화 골목
'꽃향기 가득한 풍경, 오솔길. 우리 함께 걸어요.' 벽화와 옛 서귀포 모습의 사진이 전시된 골목을 지나, 법장사 정문을 나서면 서귀포 구시가지다. 서귀동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올레 6, 7길을 만난다. (2022. 1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