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8길의 후반부는 베릿내 오름을 올라 서귀포 바다와 한라산을 조망하고, 중문 색달해수욕장, 중문관광단지를 통과한다. 예래생태공원을 지나 예래해안로를 걷는 바당길은 난드르 박수기정에서 일정을 마감한다.
대포주상절리대를 나와 왼편 담벼락을 따라 걷는다. 오른편으로 컨벤션 센터가 가까이 보이고, 한라산 정상은 흰 구름에 싸여 구름 모자를 쓰고 있다.
대포 주상절리대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한라산(상), 컨벤션 센터(하)
부영리조트 옆, 토끼풀 밭에서 멀리 군산과 중문대포주상절리의 대미를 장식하는 박수기정을 바라본다. 그 앞이 색달해수욕장이다.
대포주상절리대 산책로에서 바라보는 군산과 색달해수욕장
토끼풀. 지력을 높이고 다른 식물의 생장에 도움을 주는 또 다른 콩과식물인 토끼풀이 해변을 융단처럼 뒤덮고 있다. 긴 줄기 끝에 여러 개의 흰색 꽃이 공 모양으로 달려 있다. 토끼풀은 유럽이 원산지인 여러해살이풀로 클로버라고도 부른다. 꽃말은 '약속, 행운, 평화'이다. 대략 만 번에 한 번꼴로 생기는네잎클로버는 '행운을 가져다준다'라는 속설이 있다. 혹시 네잎클로버가 있는지 살펴본다.
토끼풀
부영리조트 울타리를 따라 중문관광로를 향해 올라간다. 조각가 이재효의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수십년ㆍ수백년 동안 콘크리트 건물을 떠받치고 있다가 제 수명을 다 하고 제철소로 가기 위해 고물상에 모여 있는 녹슨 철근들을 이용하여 '버려질 것들, 사라질 것들, 죽어가는 것들을 되살리는 즐거움'을 표현하고 있다.
버려질 것들, 사라질 것들, 죽어가는 것들을 되살리는 즐거움
은하수처럼 흐르는 베릿내 옆에 솟은 성천봉(베릿내오름)
중문관광로를 건너 천제2교 앞에서 베릿내오름을 오른다. 베릿내오름 정상까지는 1.4km, 35분 걸린다. 오름 입구부터 경사가 심한 나무 계단길이 버티고 있어 오름을 오르려는 사람에게 겁을 준다. 하지만 베릿내오름은 주봉이 해발 100.2m (비고 61m)다. 그렇게 부담스러운 산은 아니다.
오름 들머리 부터 경사가 심한 나무 계단이 겁을 주지만, 베릿내오름은 그렇게 부담스러운 산은 아니다.
올레8길 안내를 따라 쉽게 정상을 오를 수 있다. 중간에 쉼터가 있다. 마스크도 쓰지 않고 뒤에 따라 오르는 두 사람이 신경이 쓰인다. 대체로 마스크 안 쓴 사람은 말을 많이 한다. 쉬기도 할 겸 먼저 보내주고 해변을 내려다 본다.
오름의 중간 쉼터에서 본 풍경. 베릿내 포구, 산방산, 박수기정이 보인다.
우거진 숲 사이로 베릿내 포구와 쉬리언덕, 중문관광단지 일대의 풍경이 멀리 산방산, 박수기정과 함께 그림처럼 펼쳐진다. 등산로는 경사가 완만해지고 갈림길이 나온다. 올레길 화살표가 양쪽에 표시되어 있다. 오른쪽의 순방향 표시를 따라 오른다.
베릿내오름은 동오름, 섯오름, 만지섬오름으로 불리는 세 봉우리가 있다. 삼태성형(三台星形, 큰곰자리에 있는 자미성을 지키는 별 모양)인 오름 옆으로 은하수처럼 베릿내가 흐른다 하여 성천봉이라고도 부른다.
섯오름 전앙대
정상은 세 개의 봉우리 중 주봉인 섯오름이다. 전망대와 쉼터가 마련되어 있다. 보통의 산 정상과는 달리 커다란 소나무가 몇 그루 서 있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식혀준다. 주변 경관을 둘러본다.
일영성봉(日迎星峯). 베릿내오름에서의 해맞이는 장관이다. 범섬과 문섬 사이로 떠오르는 해는 서귀포 시가지를 붉게 물들인다.
일영성봉
앞으로 내려다본다. 컨벤션 센터와 대포 주상절리대 앞바다가 보인다.
컨벤션 센터와 대포 주상절리대 앞바다
북쪽으로 한라산을 쳐다본다.
북관설산(北觀雪山). 베릿내오름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눈 덮인 한라산 모습은 중문10경 중 하나다. 초여름이라 눈은 아니라도 운무에 싸인 한라산도 볼만한 풍경이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 그 왼쪽으로 윗세오름이, 오른쪽으로 사라오름이 위용을 드러낸다.
베릿내오름에서 북쪽으로 보이는 눈 덮인 한라산 모습은 중문10경 중 하나다.
천제연 계곡. 섯오름은 서사면이 천제연 계곡으로 깎아지르고, 올레는 오름을 왼쪽으로 감아 돈다. 오름 서쪽 천제연 계곡 구역은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27호(제주도 무태장어 서식지)와 제378호(천제연 난대림 지대)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무태장어가 서식하고 솔잎난과 담팔수 등이 자생하고 있는 희귀 동식물의 보고다.
천체연 계곡
코로나 때문에 광명사로 가는 길은 막혀 있고 내리막길은 천제연계곡을 따라 돌아 등반 초반에 만났던 갈림길에서 베릿내 입구로 내려간다.
베릿내. 천제연의 깊은 골짜기 사이로 은하수처럼 물이 흐른다고 해서 성천(별이 내린 내)라고 부르던 것이 베릿내가 되었다.
베릿내
올레는 베릿내공원을 돌아 천제2교 밑으로 이어진다. 베릿내를 돌아 나와 천제2교 앞에서 퍼시픽 랜드로 내려가면 퍼시픽 마리나 요트계류장이다.
베릿내 공원
엉덩물 계곡에서유채꽃과 함께 산책을
요트투어 싱그릴라를 지나 언덕으로 올라간다. 퍼시픽 리솜 언덕에서 앞으로 이어질 올레, 예래해안을 조망한다.
퍼시픽 리솜은 뷰가 특별난 곳이라 그런지 코로나와는 별천지의 관경이 펼쳐진다. 파라솔 밑에 편하게 눕고, 앉아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려니 마스크는 당연히 하지 않았고. 차를 한잔할까 하다가 그냥 사진만 찍고 간다.
요트투어 싱그릴라와 퍼시픽 리솜
유채꽃이 필때면 색달해수욕장 주차장 위의 엉덩물계곡을 꼭 놓치지 말고 들렀다가자. 아무리 바쁘더라도. 새로 떠오르는 유채꽃 명소다.
엉덩물계곡은 큰 바위로 이루어진 험준한 지형이다. 물 먹으려 왔던 사나운 짐승조차도 고개를 함부로 내밀지 못한다. 엉덩이만 들이밀어볼일만 보고 그냥 돌아갔다 하여 엉덩물계곡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제주의 다른 유채꽃 명소는 대부분 넓은 평지의 들녘에 펼쳐져 있다. 이와는 달리 울퉁불퉁한 계곡에 여기저기 흩어져 피어난유채꽃 사이로 산책길이 나 있다.아치형 나무 다리에 올라 계곡을 가득 채운 유채꽃을한눈에 담는다.
색달 엉덩물계곡, 새로 떠오르는 유채꽃 명소(2023. 3. 9 촬영)
제주올레는 여건에 따라 간혹 노선이 변경되기도 한다. 퍼시픽 리솜에서 색달해수욕장 내려가는 입구는 자주 길이 바뀐다.지난번에 길을 놓쳤던 장소다.올레표지도 이상하다. 우회하라는 표지판이 있지만 무시하고 이번에는 색달해수욕장으로 내려간다.
중문 색달해수욕장. 철이 이른데 물놀이 하고 있다.
중문색달해수욕장은 겨울철에도 펑균 수온이 12°C를 상회하고 모래 온도 역시 높아 붉은바다거북이 부화하기에 적당한 환경을 갖추고 있어 보존가치가 높은 곳이다. 이러한 기온 여건과 깊은 수심은 사철 서핑하기에 좋다. 서핑학교가 개설된 곳이다. 아직은 늦은 봄인데도 물에 뛰어든 성급한 사람들이 제법 있다. 천막을 치는 것도 규제하지 않는다.
중문 색달해수욕장 서핑학교(2020.12. 4 촬영)
쉬리언덕 아래 사구에는 노란 꽃의 금계국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꽃말같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금계국은 국화과에 속하는 한두해살이풀로 원산지는 북미 남부이고, 요즘은 주로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이곳의 금계국은 근거가 확실하진 않으나 심은 것 같지는 않다.
쉬리언덕 아래 해안 사구를 뒤덮은 금계국 군락
백사장을 지나면, 숲속 산책길이 나온다. 쉬리언덕으로 올라가는 데크도 잘 조성되어 있다. 익살스러운 돌하르방이 길손을 반긴다.
나무계단이 설치된 좁은 언덕길을 올라선다.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개다리 폭포, 해병대길을 거쳐 해식동굴 들렁궤, 갯깍주상절리대까지의 해안절벽으로 가는 길은 막혀 있다. 낙석 발생에 따른 사고가 우려되는 지역이다.
백사장 끝자락의 익살스러운 돌하르방
더쇼어 호텔이 리노베이션 공사를 하고 있다. 공사장 임시 담장이 나오지만 길은 좋다. 전혀 위험한 곳도 아닐 뿐 아니라 오른쪽으로 신라호텔 출입로는 개방되어 있는데 길을 막아놓았다.
더쇼어 호텔 옆 계단에서 본 중문 색달해수욕장
일본조팝나무, 자주괭이밥, 수국, 개망초 등이 만개한 신라호텔 옆 꽃길을 걷는다.
개망초는 북미가 원산지인 국화과에 속하는 두해살이풀이다. 개망초의 이름에 얽힌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나라의 철도를 처음 건설할 때 침목을 미국에서 수입해 왔다. 개망초는 이때 침목과 함께 묻어온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철로를 따라 흰색 꽃이 핀 것을 보고 일본이 조선을 망하게 하려고 이 꽃의 씨를 뿌렸다 하여 망국초라 불렀고 다시 망초로 부르게 되었다. 그 후 망초보다 더 예쁜 꽃이 나타났는데 망초보다 더 나쁜 꽃이라 생각하여 '개망초'라고 불렀다.」(출처 : 국립중앙과학관)
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국, 일본조팝나무, 개망초, 괭이밥
물 따라 길 따라 예래생태공원
올레8길은 들렁궤, 해병대길의 폐쇄로 신라호텔, 여미지식물원, 중문관광단지 안내소를 거쳐서 그랜드조선의 골프장을 우회하여 예래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예래 입구 교차로에서 여래로를 따라 내려간다. 지루한 길을 걷는데 익살스러운 허수아비들이 분위기를 바꿔 놓는다. 감귤따기 체험장이다.
감귤따기 체험장의 허수아비
물 따라 길 따라 예래 생태마을이 시작된다.
예래마을은 청동기시대 선사유적과 통일 신라시대 시설물도 보유하고 있는 오래된 마을이다. 지난 2003년부터 환경부로부터 생태마을로 지정되어 ‘대왕수천’이 생태체험 공간으로 변신했다.
물 따라 길 따라 예래 생태마을
올레꾼들은 '올레8코스의 하이라이트는 대왕수천 예래생태공원이다'라고 되새기며 생태공원을 들어선다. 이곳의 대왕수라는 산물(용천수)은 가뭄을 타지 않는다. 대부분 건천인 제주의 하천과는 달리 사시사철 물이 넘쳐흐른다. 예래동 인근에서 가장 큰물이라 대왕수라 불렀다.
예래생태공원은 벚꽃 명소로 유명하다.(2023. 3. 23 촬영)
예래생태공원은 벚꽃 명소로 알려져 있지만, 벚꽃으로 끝나지 않는다. 대왕수천 주변 저습지에는 수련, 꽃창포 등 각종 습지 수생식물들이 자라고 있고, 반딧불이 보호 지역이다. 탐방객을 위해 씻을 수 있는 용천수 노천탕도 갖추고 있다. 다소 인공적인 분위기는 있지만 야외무대도 만들고, 산책로도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예래 생태공원 산책로
산딸나무. 十 자 모양을 한 여러 개의 흰색 꽃이 꽃대 끝에 모여서 달려 있다. 예수님이 이 나무에서 운명하였다고 하여 성스러운 나무로 취급되어 기독교인들의 사랑을 받는다. 원산지는 한국, 일본, 중국 등지며 층층나무과의 낙엽 활엽 교목이다. 꽃말은 '희생'이다.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산딸나무, 담팔수, 줄, 창포
담팔수. 마치 단풍나무처럼 붉게 단풍이 든 잎 때문에 멀리서도 식별하기 쉽다. 원산지는 제주도이다. 제주도에는가로수로 담팔수가 많이 심어져 있다. 단풍이 들었지만 상록 활엽 교목이며, 산림청 지정 희귀식물이다. 꽃말은 '부부의 사랑'이고.
창포. 저습지에 천남성과의 창포가 자라고 있다.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단오가 되면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속이 있다.
왼쪽 위로부터 큰금계국, 노랑꽃창포, 약모밀, 염주
습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줄과 염주가 바람에 하늘거린다. 연꽃, 맥문동, 산수국, 애기범부채, 동의나물, 꽃창포, 동의나물 등 다양한 식생을 관찰할 수 있다. 대왕수천에 물새가 논다. 카메라를 들이대니 급히 달아난다. 물새 따라 발걸음을 옮겨 보지만 촬영은 실패한다
멀리 대왕수천 건너편 언덕 위에 짓다만 건물들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개발사업 승인 무효로 수년째 방치된 서귀포시 '예래휴양형주거단지'이다. 제주 난개발의 현장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수년째 방치된 서귀포시 '예래휴양형 주거 단지'
다시 대왕수천을 따라 느릿느릿 걸어 예래해안로에 닿는다. 뒤로 돌아보면 독특한 모습의 군산이 내려다보고 있고 하예 환해장성이 시작된다.
대왕수천 하구에서 본 군산(좌), 하예 환해장성(우)
드라이브 명소, 예래 해안로
논짓물. 대왕수천 하구에 논짓물이 있다. 논짓물은 용천수가 바다로 흘러들면서 바닷물과 만나 만들어진 천연 해수욕장이다.
'바다가 가까이 있는 논에서 나는 물'이라 '논짓물'이라 한단다. 또 바다로 바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물을 그냥 버린다(논다)'라는 뜻에서 '논짓물'이 되었다는 설도 있다.
바다로 흘러드는 용천수의 수량이 많아 둑을 막아 풀장과 샤워장을 조성해 놓아 논짓물은 여름 물놀이 장소로 인기가 높다. 논짓물 카페에서 쉬어간다. 탁자 밑에 고양이가 졸고 있다.
논짓물
예래 해안로는 동쪽으로 범섬으로부터 서쪽으로 박수기정까지 맑고 푸른 서귀포 앞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탁 트인 조망명소다. 깻깍 주상절리대와 들렁궤 쪽에서부터 난드르 쉼터까지 이어지는 바당길은 멋진 드라이브 코스로도 알려져 있다.
동쪽으로 뒤돌아보니 멀리 범섬, 섶섬, 문섬이 조그맣게 떠있다. 간결미가 돋보이는 조망이다.
마녀의 언덕에서 본 서귀포 앞바다
예래해안로. 하예해안로. 열리해안로. 여러 명칭이 혼용되고 있다. 한번 정리하고 가자.
1981년 서귀읍과 중문면이 서귀포시로 통합된다. 하예리, 상예리, 색달리의 법정동은 하예동, 상예동, 색달동이고 행정동은 예래동이 된다. 즉, 예래동은 옛 하예리, 상예리, 색달리를 모두 포함한다. '열리'는 예래의 다른 이름이다.
용이 승천하는 문턱, 용문덕이 최고의 조망을 자랑한다.
'마녀'촬영지. 언덕에 올라서니 카페 '마녀의 언덕'이 올레꾼을 유혹한다. 액션 영화 '마녀' 촬영지라고 한다. 마녀의 언덕은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특히 해질녘 노을이 아름다운 곳이다. 반딧불이가 별처럼 반짝이며 수놓은 서귀포 밤바다는 생각만 해도 환상적이다.
마녀의 언덕
예래(하예)포구. 배낚시 체험을 위한 낚싯배가 정박해 있는 작은 포구다. 주변에 진황등대, 해신당, 당포연대 등의 유적지가 있고, 박수기정 절벽과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동난드르 쉼터가 있다.
진황등대. 예래포구의 진황 등대에 얽힌 사연은 이러하다. 일본에서 자수성가한 강진황 씨가 자신의 고향 하예리에는 하얀 등대를, 아내의 고향 사계리에는 빨간 등대를 세웠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하얀 등대를 남편 등대, 빨간 등대를 아내 등대라고 불렀는데, 그중 예래포구의 하얀 등대를 '강진황' 씨의 이름을 따서 '진황 등대'라 한다.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는 큰코지와 진황등대
대평 해녀의집에서 박수기정과 그 뒤로 살며시 모습을 들어내는 산방산을 바라본다. 용머리 해변이 길게 뻗어 나와 있다.
대평 해녀의집에 바라본 박수기정과 산방산, 용머리 해안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잡은 해물들을 손질하고 있다. 마중 나온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짊어지고 온 망태기를 받아 경운기에 싣는다. 아내는 망태기에 뭐가 들었는지 살펴본다.
"할머니 물질을 몇년이나 하셨습니까?"
아내는 요즘 부쩍 궁금한 걸 못 참는다.
"65년째 들었네요. 참 오래 했지요."
할머니는 이제 근력이 부대낀다고 푸념을 한다. 15세 물질을 시작하였다고 하더라도 80세다. 아직까지 물질을 하다니 정말 놀랍다.
해녀 할머니
정겨운 이름의 난드르 마을
난드르 쉼터를 지나 대동천을 건너면 안덕면 대평리이다. 올레는 난드르로로 이어진다. 대평리는 용암이 굳어져 만들어진 넓은 암반에 펼쳐진 들이다. 예전에는 '용왕 난드르' 라고 불렀다. '난드르'는 '평평하게 뻗은 넓은 들'이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대평마을보다 난드르마을이 훨씬 정겹다.
해질녘의 난드르 해변
대평포구에 들어서니 병풍처럼 펼쳐진 박수기정의 웅대한 모습이 다가온다. 해질녘 구름 사이로 삐져나오는 노을과 바다에 내려앉은 노을은 절벽과 어우러져 신비로움을 펼친다. 웨딩 촬영하는 신랑 신부가 환상적인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노을 속의 박수기정을 배경으로 한 쌍의 에비 부부가 웨딩 촬영을 하고 있다.
박수기정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아늑한 호수 같은 대평포구로 들어간다.
박수기정은 샘물을 뜻하는 ‘박수’와 절벽을 뜻하는 ‘기정’이 합쳐진 말이다. 바가지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샘물이 솟아나는 절벽, 박수기정은 대평포구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 특히 일몰 명소로 유명하다.
대평포구와 박수기정
대평마을은 예쁜 펜션과 카페가 많다. 이곳에 숙박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노을을 감상하기에 좋은 곳이다. 박수기정을 올려다보며 오늘 일정을 마친다. (2021. 5.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