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 리본은 군산오름을 내려서면서 안덕계곡으로 이어진다. 안덕계곡이 품은 창고천은 1100 도로변 삼형제오름 인근의 고산습원에서 발원하여 창천리와 감산리를 거쳐 흐른다.
재미있는 이름의 게스트하우스 '뜻밖의하루' 앞의 양재교에 선다. 다리 밑에 창고천 저류지가 있다. 길이가 80m, 폭이 40m, 깊이가 25~30m인 양재소다. 재물을 기른다는 뜻의 양재소는 가뭄이 들면 논에 물을 공급하는 저류지다.
무태뱀장어, 참게, 반둥어, 새우 등이 서식하는 양재소
추사가 부러워한 창천
저류지인 양재소,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생수가 솟아나는 도고샘, 수영할 만큼 깊은 샛소로 이어지는 창고천은 너럭바위 위로 유유히 흐른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이 솟아나는 도고샘
올레는 '추사 유배길 하천'을 따라 도고샘, 남반내의 심산계곡을 지나간다.
추사는 "다경에 이르기를 산(山)물이 상등이고 강물은 하등, 우물은 최하등이다" 라고 했다. 차를 좋아하던 추사는 이러한 상등의 물을 구할 수 있었던 창천에서 귀양살이하던 권진응을 부러워하면서 자신의 처지를 안타까워했다.
추사가 부러워한 창고천의 심산계곡
물이 좋은 창천은 임관주, 권진응, 임징하 등이 거쳐간 유배지다. 이들 모두 영조의 탕평책을 비판하다가 유배된 공통점이 있다. 추사 역시 유배가 끝날 무렵 창천으로 거처를 옮겼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덕계곡 탐방로
올레 리본만 따라 걷다 보면 안덕계곡의 비경을 놓친다. 계곡으로 내려가 물에 발을 담그고 천 길 협곡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갖지 못하면 반듯이 후회할 것이다. 안덕계곡이 괜히 안덕계곡이 아니다.
안덕게곡 생태탐방로 안내판
남덕사 절 입구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안덕계곡 탐방로로 내려가야 비경을 본다. 올레 리본이 없다고 걱정하지 마라. 안덕계곡 주차장 입구에서 올레 리본을 다시 만나 함께 간다.
이 곳, 남덕사 절 입구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안덕계곡 탐방로로 내려가야 비경을 본다.
대부분 건천인 제주의 다른 하천과 달리 창고천은 상시 물이 흐른다. 하류인 안덕계곡을 마을 사람들은 올랭이소라 부른다. 겨울과 봄에 올랭이(오리)가 찾는 물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암반의 너럭바위는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시 한수를 남길 만한 곳이다.
기암절벽과 맑은 물이 흐르는 암반의 너럭바위
심산유곡의 난대 상록수림
안덕계곡은 조면암으로 형성된 양쪽 언덕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하천은 바닥이 훤히 들여다 보인다. 평평한 암반 위로 맑은 물이 천천히 흐른다. 그 물의 움직임이 한가하고 여유가 있다. 계곡 양쪽 기슭에는 상록수림대가 형성되어 있어 신비함을 자아낸다.
조면암으로 형성된 양쪽 언덕의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다.
안덕계곡은 식생이 잘 보존된 상록수 숲이다. 구실잣밤나무, 참식나무, 후박나무, 보리장나무, 녹나무, 동백나무, 종가시나무, 남오미자, 바람등칡 등의 난대 상록수와 희귀 식물 담팔수, 상사화, 후추등 등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제주 안덕계곡 상록수림'(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377호)
나무 아래에는 솔잎난, 자금우, 긴잎도깨비쇠고비, 갈퀴덩굴, 고사리류 등의 난대성 양치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희귀한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는 안덕계곡은 '제주 안덕계곡 상록수림' 구역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 제377호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다.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침 도는 방향으로 자금우, 개고사리, 갈퀴덩굴, 긴잎도깨비쇠고비
또 후추등, 콩짜개덩굴 등의 덩굴식물들이 햇빛을 찾아 키 큰 나무를 타고 오른다. 대신 덩굴식물은 나무를 보호한다. 서로 협력하며 살아간다.
후추등(좌), 콩짜개덩굴(우)
바위 그늘집터. 주상절리가 발달한 기암절벽 밑 부분에 아취형 형태의 동굴이 있다. 굴 입구에서 안쪽까지 깊이가 3.4m이고, 입구 직경이 6.5m, 높이가 2.8m 규모다. 이곳에서 "곽지 2식 적갈색 토기"와 곡물을 빻는 데 사용한 '공이돌"이 출토되었다.
주상절리와 바위그늘
이를 미루어 보아, 화산지형이 만들어낸 천연 동굴은 탐라시대 후기(A.D 500~900)의 주민들이 거주하던 '바위 그늘집터'였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산섬 제주도만의 독특한 주거유형이다.
"곽지 2식 적갈색 토기"와 곡물을 빻는데 사용한 '공이돌"이 출토된 동굴
동굴 앞에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이 지피를 덮고 있다.
바위틈에서 흘러나오는 샘물을 받는 수조에 동백꽃이 떨어져 있다. 재래종 동백나무가 군락을 이룬 곳이다. 만개 시기는 지났지만 아직 동백꽃이 남아있다.
샘터
S 계곡이 끝나는 안덕계곡 하류에 샛소가 있다. 마지막으로 식수가 솟아나는 샘터다. 샛소라고 부르는 것은 수영을 할 수 있는 정도로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태 뱀장어와 참게, 송사리, 반둥어, 새우 등이 서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고이다.
샛소
산천은 의구한데 추사가 부러워한 깨끗한 물은 없다. 수목이나 기암괴석은 보존이 잘 되고 있고 탐방객의 높은 시민의식으로 주변 탐방로에 쓰레기는 보이지 않는다. 또 자원봉사하는 노인들이 지켜서서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수질이다. 옛날의 맑은 물을 생각했다간 실망한다. 발를 담그기도 꺼림직하다. 농업폐수, 생활폐수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이 눈으로도 확인된다.
왕개물
출렁다리를 건너 진모루 동산으로
안덕계곡의 끝자락에 창고천을 건너는 제법 긴 출렁다리가 있다. 이 다리를 건너면 과수원 길이 나온다.
창고천을 건너는 제법 긴 출렁다리
노란 하귤이 달려있는 밭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진모루 동산으로 내려간다. 능선이 긴(진) 언덕(모루)이 '진모루'다. 보목초등학교 동쪽의 '큰동산'에서 해안가까지의 긴 능선을 이룬 야트막한 곳을 진모루동산이라 한다.
올랭이소 정상부분의 하귤 농장
진모루동산에서 예전 올레길을 다시 만난다. 예전 길은 해안절벽 박수기정 위의 농지, 수풀지대를 지나 월라봉을 감싸고돌았고, 월라봉 서쪽의 일제동굴 진지를 거쳐 진모루동산으로 이어졌다.
진모루동산에서 본 산방산
진모루동산 풀밭에 소를 방목하여 소똥이 널려있다. 내리막길 멀리 화순 화력발전소가 보인다. 개끄리민교를 건넌다. 다리 밑으로 지나는 물이 '바윗 속으로 개를 끌고 들어가는 것처럼 깊이 파인 소(沼)'라 하여 '개끄리민소'란다.
화순 화력발전소가 보이는 진모루 동산 풆밭
검은빛의 부드러운 모래가 돋보이는 해수욕장이 보인다. 산방산이 바짝 다가왔다. 조용한 해수욕장이다. 텐트와 캠핑카가 많다. 화순 금모래해수욕장에 도착하여 오늘의 일정을 마친다. (2022.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