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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용머리 지오트레일

올레10길(상), 금모래해수욕장 / 썩은다리 / 황우치 해변

by 정순동

올레10길은 산방산을 바라보며 시작하여, 산방산을 돌아보면서 끝나는 코스다. 전반부는 '산방산 용머리 지오트레일', 중반부는 하모리층과 사계 해안사구, 하반부는 송악산에서 섯알오름, 알뜨르로 이어지는 다크 투어리즘 탐방길이다.

제주올레 10코스 공식 안내소


해양레저 파크와 캠핑장으로 알려진 금모래 해수욕장 ​

제주올레 10코스 공식 안내소는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좌우의 화순항 사이에 백사장이 있다. 모래는 검은빛으로 부드럽고 고운 편이나 항구에 싸여 있어 해수욕장의 입지로는 좋은 편이 아니다.

금모래해수욕장과 화순항

하지만 서쪽으로 산방산이 서있고, 바다에는 가파도, 마라도, 형제섬 등이 한눈에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이다. 그래서 해양레저 체험파크를 조성하여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상 지질트레일, 수상 스포츠를 특화하였다. 카약, 호비 요트, 바다 자전거, 스노클링, 래프팅, 패들 서퍼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데크를 깐 캠핑장과 넓은 캠핑카 주차장, 용천수를 이용한 야외 수영장과 족욕탕이 있다.

캠핑카 주차장(상), 야영장(하)

왜 썩은다리일까?​

올레는 해수욕장 서편, 화순항 뒤로 썩은다리로 이어진다. 다리가 있는지 둘러보지만 다리는 없다. 다리로 건널 천이나 계곡도 없다. 왜 썩은다리일까? 궁금해진다.


썩은다리(사근다리)는 해발 42m인 작은 오름이다. 썩은다리는 화산의 분화에 의해 쏟아져 나온 화산재, 자갈 등이 물과 반응하여 쌓인 응회암 화산체다.


옛 제주인들은 화산재가 쌓여서 굳어진 응회암을 '돌이 썩었다(삭았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들판이나 언덕을 의미하는 제주어 '다리'를 붙여 이 오름은 '썩은(사근)다리'라고 불리게 되었다.

썩은다리오름 오르는 길

썩은다리는 데크와 야자 매트로 잘 정비되어 있다. 나무 계단을 이용하여 5분 정도 걸으면 정상부에 올라선다. 조망이 훌륭하다.


뒤로 돌아본다. 금모래 해수욕장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구름 밑에 박수기정이 'ㄱ' 자로 깎아지른 듯한 모습이다. 남부전력 건물이 풍경을 가린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

남쪽으로는 바로 발치에 현대화 개발사업 중인 화순항이 있다. 화순항 개발로 보존 가치가 높은 썩은다리 응회암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있다. 개발과 보존의 상반된 가치를 함께 지켜나가야 할 지혜가 필요한 현장이다.

썩은다리에서 내러다 본 화순항

올레는 마라도와 가파도를 왼쪽에, 산방산과 오름 군락을 오른쪽에 두고 용머리해변을 바라보며 나아간다. 꽤 긴 숲길이 이어진다.

썩은다리 오름 숲길에서 본 형제섬

숲 속을 나서니 산방산이 턱 하니 버티고 섰고, 밭에 소철이 줄을 맞추어 심어져 있다. 화순 응회암 폭발의 중심부로 추정되는 곳이다. 올레길 이정표와 '화순 곶자왈 가는 길'을 알리는 이정표가 갈림길의 길 안내를 한다. 오른쪽으로 돌면 화순 곶자왈이다. ​

썩은다리 응회암 폭발 중심부


소금막 용암


소금막 일대는 제주도에서 가장 젊은 용암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소금막은 약 5천 년 병악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에 의해 이루어진 화산체이다.

소금막 용암

소금막 일대의 용암의 상부는 먼저 굳은 용암의 껍질들이 엉겨 붙어 글링커 층이 발달해 있다. 그 사이로 액체 용암이 흘러들어가 굳어졌다. 상대적으로 풍화에 약한 클링커 층이 파도의 침식작용에 의해 먼저 깎여나가고 용암들만 수직으로 서 있다.

소금막 일대

소금막 퇴적암 지대를 지나면 형제도, 마라도, 가파도가 모습을 바꾸어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산방산이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는 호젓한 산길과 해변의 검은 모래사장이 번갈아 나타난다


이즈음에서 검은 백사장과 산방산·용머리 지오트레일 탐방로로 이어지던 해안 올레는 해안경비단 건물 인근으로 우회하는 오솔길로 변경되었다.

이전 올레길(좌), 해안경비단(우)

지난 2000년 겨울, 길을 놓쳐 봉변을 당했던 곳이다. 철계단에 이어 밧줄을 잡고 올라갔다 돌아오는 우여곡절 끝에 해안에 바짝 붙은 절벽 밑의 바윗길을 겨우 찾았던 험한 길이었다. 우리 처럼 길을 잃은 사람이 여럿 있을 법한 길이었는데 걷기 편한 길이 새로 생겼다.

산방산·용머리 지오트레일 탐방로(2020. 12. 1)


황우치 해변(항망대)과 산방산​


숲을 빠져나오니 황우치 해변이다. 카페에 젊은이들이 북적인다. 뒤로 산방산이 지붕처럼 바짝 다가온다.

카페 원앤온리 앞. 뒤로 산방산이 지붕처럼 바짝 다가온다.

황우치 해변(항망대)​

황우치 해변에 젊은 연인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밀짚모자 모양의 형제섬, 바람에 휘날리는 억새풀, 햇빛이 반사된 바다, 밀려오는 파도가 잘 어울린다.

멀리 황우치 해변에 젊은 연인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산방산 줄기가 용머리 해안으로 뻗어 내리는 길목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올라 숨을 돌리며, 황우치 해변과 화순항의 아름다운 풍광을 바라본다. 황우치 해변은 한국 전쟁 당시, 미군 수송선이 드나들던 군사항이었고 그 군사항을 항망대라 불렀다. 항망대를 통해 모슬포 제1훈련소와 인근 미군 부대에 물자와 병력을 실어 날랐다고 한다.

황우치 해변(항망대)

제주도의 랜드마크는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산방산이다. ​

제주도 남서부 지역 어디에서나 불쑥 나타나는 산방산은 해발고도 395.2m(비고 345m)로 제주의 오름 중 가장 높다. 산꼭대기가 종 모양을 하고 있는 거대한 암골로 이루어진 제주 유일의 종상화산이다. 제주에서 가장 먼저 생긴 화산체로 독특한 생김생김이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다.

삼방산의 암골

산방산에는 '옛날 한 포수의 실수에 노한 산신이 한라산 봉우리를 뽑아 던져 날아와 산방산이 되고 뽑힌 자리는 백록담이 되었다'라는 전설이 있다.


그리고 산방산에는 고려 말 혜일 선사가 창건한 산방굴사라는 절이 있다. 산 이름이 절 이름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여신 산방덕의 눈물이라는 전설이 얽힌 낙수샘이 있다.


봄이 되면 산방산 일대는 노란 유채꽃으로 뒤덮인다. 이곳의 유채꽃은 키가 크고 튼실하여 제주 제일의 유채꽃 명소로 알려져 있다.

2023년 봄, 사계리 유채밭


하멜기념탑과 하멜상선 전시관​

산방굴사 입구의 산방산 휴게소 쪽에서 내려왔으면, '용이 머리를 들고 바다로 들어가는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 텐데.

산방산 휴게소에서 본 용머리해안

용 허리 부분에 하멜기념탑이 서 있다.

1653년(효종 4) 하멜 일행이 탄 네덜란드의 무역선 스페르베르(Sperwer)호가 심한 풍랑으로 제주도의 대정현 차귀진 대야수 해안에 표착한다. 13년간 억류된 하멜이 고국으로 돌아가 ‘난선제주도난파기(하멜 표류기)'를 출판하여 조선을 서방 세계에 알린다. 이 책은 우리나라를 소개한 서양인의 최초의 기록이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1980년에 세워진 기념탑이다.

하멜기념탑

하멜상선 전시관. 용머리 입구에 하멜이 표착할 당시 타고 왔던 상선을 재현한 하멜상선 전시관이 있다. 월드컵 4강 신화로 네델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2003년, 하멜 제주표착 350주년을 맞아 서귀포시는 하멜상선 전시관을 건립했다.

하멜상선 전시관

하지만 '대정현 차귀진 대야수 해안'이란 표착지를 놓고 대정읍 신도2리와 진위 논란에 휩싸이던 하멜상선 전시관은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하위 'E 등급' 판정을 받아 철거 중이다.


용머리해안(천연기념물 제526호)​


산방산 휴게소에서 사계 바닷가로 10여 분 걸어내려가면 수려한 해안절경의 용머리 해안과 마주치게 된다. 이곳은 수천만 년 동안 쌓이고 쌓여 이루어진 사암층 중 하나이다. 길이 30~50m의 해안 절벽을 오랜 세월 동안 모진 파도가 때려서 만들어 놓은 해안 절경이다.

소금막에서 본 용머리해안

제주도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화산체는 120만 년 전에 태어난 '용머리 해안'에 있는 세 개의 수성화산이다. 세 개의 화산이 황우치 앞바다에서 아래 그림과 같이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폭발한다. 이렇게 하여 모여 있는 세 개의 화산을 '용머리 화산체'라고 하고, 이 세 개의 화산이 풍파에 깎여서 지금의 용머리 해안이 되었다.

용머리 응회환의 구조와 생성과정. <출처 : 현지 안내판>

밀려오는 파도가 포말로 부서지는 바닷가의 용머리해안 탐방로는 하멜 상선 전시관 해체공사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용암 수형. 용머리 해안 입구에 용암 수형이 전시되어 있다. 용암류가 덮쳐서 나무를 태우고, 타버린 나무가 용암 속에 구멍의 형태로 남아있다. 한림읍 월령리에서 용암 수형 군집을 관찰할 수 있다.

용머리 입구에 전시된 용암 수형

하멜 상선 전시관 해체공사로 어수선한 분위기의 용머리 해안 입구를 지나 사계항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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