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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천 저 멀리에 노인성 반짝이고"

올레7길(상), 서귀포 칠십리 공원 / 삼매봉 / 남주해금강 / 외돌개

by 정순동 Dec 06. 2022

레7길은 서귀포 구도심에서 시작하여 삼매봉, 빼어난 절경의 외돌개, 염소가 다니던 자연생태길인 수봉로, 법환포구, 강정 평화마을을 거쳐 월평까지 이어지는 해안 올레로 많은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길로 꼽는다.


서귀포시 서귀동 제주올레여행자센터에서 시작한다. 여행자 센터는 올레꾼과 제주도민의 쉼터로 여행자 숙소와 올레 식당, 카페, 체험공간, 각종 행사를 위한 세미나실도 있다. 이곳에서 제주올레 완주 증서를 발급해 주고 완주 메달도 지급한다. 제주올레의 본부인 셈이다.

제주올레 여행자 센터제주올레 여행자 센터

서귀포 칠십리 공원. 서문로터리를 지나 연외천 위의 서귀교를 건넌다. 이내 연외천변의 서귀포 칠십리공원으로 들어선다. 제주를 노래한 시인들의 시비를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서귀포 칠십리 시공원

무엇보다도 공원에서 내려다보는 천지연 폭포가 장관이다. 자매도시 가시마시와의 한일 우호 친선 매화공원이 끝나는 지점에 포토존이 있다. 시를 읽으며 걷다보면 난대림 속에 숨은 비경을 놓치기 쉽다.

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에서 내려다본 천지연폭포서귀포 칠십리 시공원에서 내려다본 천지연폭포


남극 하늘에 뜨는 노인성을 보던 삼매봉​


이제는 삼매봉을 오른다. 삼매봉(해발 153.6m)은 북쪽으로 하논분화구와 접해있고, 동쪽으로 서귀포 시립미술관과 삼매봉 도서관, 남쪽으로 외돌개 사이에 솟아 있어 도심 속의 근린공원이다. 들머리에서 KBS제주 삼매봉 중계소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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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제주 삼매봉 중계소(좌), 남성대 시비(우)

정상에는 설송 현화진 님이 짓고, 소암 현중화 님이 쓴 시비 남성대가 세워져 있다.

한라산 정기 뻗어 이룩된 큰 봉우리
세 송이 매화 닮아 삼매봉 되었던가
ㆍㆍㆍㆍ ㆍㆍ
남극천 저 멀리에 노인성 반짝이고

 는 시구가 쓰여 있다.


매화처럼 아름다운 세 봉우리가 연이어 있어서 삼매봉이라 하였다는데, 그 봉우리의 형체는 확인이 안 된다.


또 삼매봉 정상은 예로부터 남극노인성을 관측하던 조망대였다고 한다. 그래서 정상의 팔각정 이름이 남성정이다. 밤에 남성정에 올라 손을 뻗으면 인간의 수명을 관장하는 남극노인성에 닿는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조선시대 이곳에 봉수대가 있었다고 하나 그 흔적은 찾을 수 없다. 또 하논 분화구와 연결된 하논오름의 정상으로 보는 설도 있다.


폭풍의 언덕, 동너븐덕(남주해금강​)


삼매봉 남쪽 들머리로 내려서면 외돌개로 가는 길목이다. 먼저 황우지 12 동굴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 들른다.


황우지해안 판상절리에 12개의 동굴이 있다. 태평양전쟁 말기에 일제가 자살 특공대의 소형 잠수함을 숨기기 위해 만든 것으로 내부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일제가 파놓은 황우지해안 12동굴일제가 파놓은 황우지해안 12동굴

황우지 선녀탕. '황우지'는 '황고지'로 불리다가 황우지로 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고지'는 무지개의 제주 고어다. 무지개 모양의 둥그런 해안 절벽이 선녀탕으로 연결된다.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목욕하려 내려오는 모습을 상상한다. 선녀들이 지상으로 내려오면 한 번쯤 들렸을 법한 절경에 선녀탕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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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지 선녀탕황우지 선녀탕

돔베낭길. 외돌개 가는 길은 기암절벽 위에 상록수가 울창한 숲이다. 동쪽의 문섬과 새섬, 남서쪽의 범섬이 바라보는 곳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바뀌어 가며 옆으로 넓게 펼쳐지는 곳이다. 돔베는 제주어로 도마, 낭은 나무를 뜻한다. 예전에는 도마처럼 잎이 넓은 나무가 많았다고 한다.

외돌개 가는 돔베낭길은 기암절벽 위의 상록수가 울창한 숲길이다.  외돌개 가는 돔베낭길은 기암절벽 위의 상록수가 울창한 숲길이다.  

동너븐덕.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바다를 향해 돌출된 모습을 하고 있는 언덕이다. 그 위에 서면 옥빛 바다 위에 문섬, 범섬, 섶섬, 새섬이 곱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습을 조망할 수 있어 '남주해금강'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동너븐덕은 바람이 거세다. 그래서 폭풍의 언덕으로 불리기도 한다.

삼매봉을 오르면서 본, 동너븐덕, 황우지 선녀탕과 범섬삼매봉을 오르면서 본, 동너븐덕, 황우지 선녀탕과 범섬

동너븐덕 한가운데에는 남인수가 노래한 '서귀포 칠십리' 노래비가 있다. 돌탑으로 만들어진 것이 독특하다. 남주해금강의 주변 풍광은 "바닷물이 철석 철석 파도치는 서귀포", "미역 따던 아가씨는 어디로 갔나"라는 노랫말이 저절로 묻어난다.

동너븐덕에는 '서귀포 칠십리' 노래비가 서 있고, 뒤로 새연교와 새섬, 섶섬, 문섬이 차례로 보인다.동너븐덕에는 '서귀포 칠십리' 노래비가 서 있고, 뒤로 새연교와 새섬, 섶섬, 문섬이 차례로 보인다.

동너븐덕 바로 아래 떠있는 긴 바위섬, 기차바위 끝에 낚시꾼들이 서 있다. 아찔하다. 그 모습을 보자니 어지러움을 느낀다.

기차바위기차바위

고개를 서쪽으로 좀 더 돌리면 무근덕에 연결되어 튀어나온 우두암, 쇠머리코지와 서너븐덕이 들락날락하며 해안선을 이어간다. 그 해안선 안쪽으로 외돌개가 지키고 섰고, 멀리 범섬이 외곽 수비를 맡은 경비초소처럼 수평선 위에 떠 있다.

우두암우두암


외롭게 서 있는 섬, 외돌개​


동너븐덕과 건너편의 서너븐덕으로 이어진 해안 절벽은 외돌개를 에워싸고 사발 모양으로 가운데가 움푹 들어가 있다. ​

서너븐덕에서 본, 동너븐덕과 외돌개서너븐덕에서 본, 동너븐덕과 외돌개

외돌개는 화산이 폭발하여 분출된 용암지대에 파도의 침식작용으로 만들어진 높이 20여 m, 폭 7~10m의 돌기둥이다. 이곳의 바위들은 검고 구멍이 많은 현무암에 비해, 회색이며 구멍이 작고 조밀한 조면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12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안은 파도의 침식으로 만들어진 절벽과 동굴이 함께 어우러져 주변 경관이 매우 빼어나고 아름답다.

외돌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9호외돌개.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79호

뭍과 떨어져 바다 가운데 외롭게 서있다 하여 '외돌개'란 이름이 붙여졌는데 여러 가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할망바위. 옛날 바닷가에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다. 어느 날 고기잡이 나갔던 할아버지가 갑자기 불어닥친 폭풍우에 휘말려 죽고 만다. 돌아오지 않는 할아버지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돌로 굳어 그만 외돌개가 되었다는 할망바위 전설이 있다.


장군바위. 또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범섬으로 달아난 원나라 묵호를 토벌하기 위해 외돌개를 장군 모습으로 변장시켜 세력을 물리쳤다 하여 장군바위라고 부른다고도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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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곳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는 외돌개

외돌개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다. 항상 사람이 많아 번잡했는데 이렇게 차분히 촬영하긴 처음이다. 단체 관광객을 가이드가 모아놓고 설명을 하는 덕을 보기는 했지만. ​


옥색 바다, 깎아지른 절벽, 모자 쓴 듯한 아열대성 수목, 제주도만의 풍경에 심취해 느릿느릿 걷는다.

키 큰 야자수를 덩굴식물이 감아 오른다.키 큰 야자수를 덩굴식물이 감아 오른다.

봄이 되면 돔베낭길 길섶에 다양한 풀꽃들이 얼굴을 내민다. 살갈퀴, 장딸기, 두껑별꽃, 금창초, 개불알풀, 광대수염 등이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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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에서부터 시계침 도는 방향으로 살갈퀴, 장딸기, 두껑별꽃, 금창초(봄 풍경)

멀리 범섬이 소나무에 걸려있는 그림 같은 길, 동화 속의 아름다운 정원과 같은 돔베낭길은 카페 60 빈스 앞에서 멈춘다. 사유지라 주인이 길을 막았다. 올레길이 알려져 많은 사람이 찾자, 여러 가지로 불편했던 모양이다.

돔베낭길은 막혀 있고 올레는 카페 안으로 우회한다.돔베낭길은 막혀 있고 올레는 카페 안으로 우회한다.

사유지를 내어준 소유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길을 조용하게 깨끗이 사용하자는 호소문과 함께, 400m 6분 우회하라는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덕분에 카페는 장사를 잘 하지만 역시 불편한 것 같다. 카페 손님 외에는 돔베낭골 공영 화장실을 사용하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여러모로 생각게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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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게 꾸민 정원이 있는 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천천히 쉬었다 간다. 남은 이야기는 올레7길(하)에서 이어 쓴다. (2022. 1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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