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소깍 다리를 출발하여 이중섭거리를 거쳐 제주올레 여행자센터까지 이어지는 해안ㆍ도심 올레다. 전반부는 쇠소깍, 소금막, 게우지코지를 지나며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고, 서귀포 칼호텔 바당길, 허니문하우스 전망대 길은 제주올레가 내세우는 명소로 푸른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탐방 후반부에는소암 기념관, 이중섭 거리, 올레시장 등 서귀포 도심을 통과하며 서귀포의 문화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오늘은 지방선거 사전 투표일이다. 사전투표소를 검색한다. 걷다가 투표하기에 6코스가 가장 편리하다. 6코스는 숙소와 가까운 곳이라 한결 여유가 있다. 버스도 많은 편이다. 이번 차 놓치면 다음 차 타면 된다. 위미마을에서 201번 버스를 이용하여 하례 1리 입구에서 내린다. 소남물곶을 거쳐 쇠소깍 다리로 이동한다. 올레 6코스 출발점이다.
효돈감귤로 유명한 효돈마을
백록담에서 발원하여 서귀포 쪽으로 나아가 해수와 담수가 만나 생긴 웅덩이, 쇠소깍으로 흐르는 효돈천. 비록 건천이라 바닥이 드러나긴 했지만 그 위용은 예사롭지 않다.
하례교 위에서 쇠소깍을 바라보며 찍은 효돈천
효돈천 계곡 일대는 난대 상록활엽수림대, 온대 낙엽활엽수림대, 아고산 관목림대 등 해발 고도에 따른 다양한 희귀 식물들이 자생하는 생태 보고로 유네스코 제주도 생물권 보전지역이다. 잘 정비된 효돈천 산책로를 따라 상쾌하게 길을 나선다.
쇠소깍
쇠소깍. 효돈천 하구 깊은 소(沼)의 양쪽 절벽은 병풍을 두른 듯하고, 바위 위의 푸른 소나무와 파란 하늘은 소의 녹색 물빛과 잘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이다. 효돈천 하구의 천연 어항을 우돈이라 하였고 이 지명을 따서 소를 우소라 하였다. 우소 즉 쇠소이고, 쇠소깍은 쇠소(우소)와 바다가 만나는 곳(깍)을 이른다. 쇠소깍에는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하효 본향당, 하효동 해녀들의 안녕과 풍요를 관장하는 해신당이 있다.
효돈동의 옛 이름은 '쉐둔' 또는 '쉐돈'이다. 쉐돈을 한자로 효돈(孝敦)으로 표기해서 효돈동이다. 예전부터 상효리, 하효리, 신효리로 내려오다가 서귀포시로 승격되면서 상효리는 영천동에 소속되고, 하효리와 신효리는 효돈동이 되었다. 효돈동은 효돈감귤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진상품으로 사용될 만큼 깊은 맛이 있다.
하효 쇠소깍 해수욕장의 검은 모래가 인상적이다. 멀리 지귀도가 바다 위에 떠 있다. 지꾸섬이라고도 부르며, 섬 전체가 평지인 무인도다.
하효 쇠소깍 해수욕장의 검은 모래와 지귀도
소금막. 하효 쇠소깍 해변의 끝자락인 하효항 일대는 소금막이라 불린다. 소금이 귀하던 시절, 가마솥을 걸고 바닷물을 끓여 소금을 생산하던 곳이다. 소금 저장고를 지키는 병사의 막사도 있던 곳이다. 지금도 소금막 호스텔, 소금막 식당, 소금막 해변, 소금막 정자 등의 지명이 곳곳에 남아 있어 옛 해안가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강수기 바위. 소금막 포구를 지나 서남쪽으로 300m쯤 떨어진 곳, 웃수물과 알수물 사이에 있는 외바위를 '강수기 바위'라 한다. 태풍으로 파도가 심해지면 물이 솟아 올라 하늘에서 물이 떨어진다 하여 降(내릴 강) 水(물 수) 起(일어날 기)를 써서 강수기 바위다. 주변으로 넓은 암반이 펼쳐져 있고 수심이 깊어 낚시꾼들이 자주 찾는다. 지금도 두 명이 갯바위에 앉아 있다.
강수기 바위
알수물. 게우지 코지 바로 위쪽에 있는 해안가다. 현무암이 기이한 모양으로 굳어진 해안이다. 앞에 떠 있는 두 개의 돌섬에는 물새가 날아와 앉는다. 썰물 때는 용천수가 많이 나온다. 하효마을 전체로 볼 때 아래쪽에 위치해 있어 알수물이다.
알수물
게우지코지와 생이돌
하효마을 바닷가에 전복 내장(제주말로 게웃)처럼 튀어나온 곳을 게우지 코지라 부른다. 게우지 코지의 기암들이 그려내는 풍경과 탁 트인 전망은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게우지 코지 가운데 우뚝 솟은 두 바위는 생이돌이다. 생이(새의 제주말)가 앉는 돌이란 뜻으로 실제로도 새가 많이 앉는다고 한다. 바위는 새똥 자국으로 하얗다. 먼바다에 고기잡이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와 아들, 모자바위라고도 한단다.
게우지코지와 생이돌
이곳은 해국이 자생하는 곳이다. 지난가을에 왔을 땐, 밀려와 포말로 부서지는 파도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검은 바위틈에 핀 해국이 장관을 이루던 곳이다. 그 자리에 해국, 털머위, 왕모시풀이 녹색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다.
게우지코지의 봄(좌)과 가을(우)
소금 코지와 큰업통. 바다로 길게 뻗어 나간 곶부리 중간 부분의 평평한 곳에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증발하면서 소금이 하얗게 남는다. 그래서 소금밭이다. 임시 포구 배내듯개, 해녀가 물질을 배울 때 이용하는 큰업통을 지나 보목동으로 들어간다.
소금코지
작은 제주도, 보목마을
제지기오름. 오름 중턱에 굴이 있다. 이 굴에 절과 절을 지키는 절지기가 있었다 하여 절 오름 또는 절지기오름이라 불리다가 제지기 오름이 되었다고 한다. 급경사의 오름이다. 들머리는 지그재그로 오르다가 중반 이후부턴 바로 치고 오른다. 10분 정도면 오를 수 있으니 경사는 급해도 오를만하다.
제지기 오름 정상.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는 정상부는 개민들레와 엉겅퀴가 뒤덮고 있다. 가장자리에 키 큰 소나무가 둘러싸고 있어 전망을가린다. 소나무 사이로 지귀도와 섶섬, 서귀포항을 볼 수 있는 곳은 있다.
보목포구. 오름을 내려서면포구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때인 지난번과 비교하니 포구가 생기가 돈다. 점심시간이라 보목포구의 식당들이 붐빈다. 스킨 스쿠버 교육을 하는 곳도 있다. 다이빙하여 바닷속 체험을 할 수 있다.
보목마을은 작은 제주도다. 제주도가 포구와 오름, 섬이 있듯이, 마을 앞으로 섶섬, 뒤로 제지기오름을 함께 갖춘 포구가 있다. 구두미재를 넘는다.
구두미 포구.서쪽 전경초소에서 보면 마을 형상이 거북이 머리와 꼬리를 닮았다 하여 구두미가 되었다 한다. 여기서 보니 숲섬, 삼도라고도 하는 섶섬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섬 주위는 높이 50m의 주상절리가 형성되어 있다.
구두미 포구 바로 앞에 섶섬이 있다.
섶섬지기 카페
섶섬지기. 섶섬의 서쪽에 새섬 문섬 범섬이, 동쪽에 지귀도가 있다.포구 위에 있는 섶섬지기는 청정지역 섶섬 환경보호와 보목동 해안의 자연경관 보존을 위해 보목마을에서 운영하는 카페다.
섶섬지기옆의언덕에 조형물이 보인다. 카페 옆 소로로 올라서니 해녀들이 물질할 때 쓰는 '구덕'을 형상화 한 전망대가 있다.
섶섬지기 옆 언덕에 세워진 '구덕'모양의 전망대
해안 절경을 보며 걷는 명품 산책길
제주대학 연수원. 활엽교목과 아교목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고즈넉한 분위기의 돌담길 오른쪽이 제주대학 연수원이다. 연수원을 기막힌 곳에 잡았다.
그 인근에 소천지가 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전망대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라 사람이 모인 장소는 외면하기쉽다. 오늘도 아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하며 꺼리는 눈치다. 지난번에도 그 때문에 지나친 곳이다. 오늘은 한번 내려 가보자.
소천지. 현무암이 둘러싼 가운데에바닷물이 들어와 못 같이 생겼다. 소천지는 백두산 천지를 축소한 모습을 하고 있다. 날씨가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는 소천지에 한라산이 비친다고 한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긴 하지만 한라산이 투영된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의 바위는 산맥처럼 바닷물에 투영된다. 뒤로 한라산이 보인다.
소천지
하수처리장. 멀리 대포 주상절리가 위용을 드러내는 명품 산책길을 지나니 깨끗하게 정돈된 공원과 운동기구가 마련된 곳이 있다. 체육공원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어딘지 모르게 환경시설이 아닌가 하고 살펴본다. 하수처리장인 것 같다. 침사지를 거쳐 유입되는 하수를 균등하게 분배하는 분배조가 있다.
대포 주상절리가 보이는 산책길의 야영장
국궁장과 올레꾼이 만드는 돌탑. 오솔길을 지나서 국궁장이 있다. 검은여 해안에 돌탑이 쌓여가고 있다. '가시는 길에 돌멩이 하나 얹어 쌓아 놓고 가시면 언젠가는 기쁨이 배가 되지 않을까요.' 하는 격문 옆에 크고 작은 돌탑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다. 자투리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운동기구도 몇 개 있고 느린 우체통도 있다. 한통 부쳐볼까 했더니 엽서함에 엽서가 없다. 그네에 앉아 왼쪽 가까이 섶섬, 오른쪽 멀리 문섬을 바라본다. 또 다른 모습이다.
검은여. KAL호텔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펼쳐지는 해안지대를 검은여(거문녀, 거믄녀)'라 한다.바위 군집으로 이루어진 해안 전체가 검다고 하여 유래된 말인 것으로 보인다. '여'는 순우리말인 제주어로, 밀물 때 물속에 잠겨있다가 썰물 때는 모습을 드러내는 바위를 말한다.
검은여
검은여 해녀의 집을 지나면 올레는 KAL호텔 남쪽 울타리 밖 검은여 바당길과 호텔 안 산책로 우회길로 나뉜다. 제주올레는 날씨가 거칠 때나 노약자를 위해 기존의 험한 바당길보다 우회로를 권장하고 있다. 우회하는 길은사유지라걸으면서 예의를 지켜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는다.
소정방 폭포. 우리는 지난번과 달리 검은여 바당길을 선택한다. 제주올레가 자랑하는 올레6코스의 명소다. 허니문 하우스 전망대 길을 지나면서 대포 주상절리, 밀려오는 하얀 파도와 기암절벽, 소정방의 빼어난 풍광을 감상하느라 코스 막바지에 쌓여오는 피로가 싹 가신다.
소정방 폭포
소라의성. 폭포와 파도가 만나는곡선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자연친화적인 소규모 건축물이다. 곡선과 직선 요소에 의해 4면이 각각 다른 표정을 갖고 있는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은 주변의 자연 풍광에 거슬리지 않게 자리한 멋들어진 건물이다. 바닷바람이 거세다. 대나무 밭의바람소리가 세차게 들린다.
소라의성
소라의성 대나무 밭에서 부는 바람소리
6코스 전체 길이의 절반이 훨씬 넘는 거리인 이곳에 중간 기착지 스탬프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의 이야기는 올레6길(하)에서 이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