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숨비소리 12화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

원동 매화마을을 걸으며 내일을 생각한다.

by 정순동


강남일지춘. 강남에서 매화나무 가지 하나에 봄소식을 실어 보낸다는 뜻으로, 친구에게 소박한 정표를 보내 우정을 전하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삼국시대 오(吳) 나라의 육개(陸凱)와 범엽(范曄)은 아주 가까운 친구 사이였다. 육개가 강남 태수로 있던 어느 봄날, 활짝 핀 매화를 본다. 그 순간 아직 춥고 황량한 곳인 북방(北方)에 있는 친구 범엽이 생각이 난다.


육개는 매화 한 가지를 꺾어 사람을 시켜 범엽에게 보낸다. 시도 한 수 써서 봄소식을 함께 전하며 우정을 나누었다는 이야기에서 '강남일지춘'이란 말이 비롯되었다.


折梅逢驛使 ( 절매봉역사 )

奇與朧頭人 ( 기여농두인 )

江南無所有 ( 강남무소유 )

聊贈一枝春 ( 요증일지춘 )


매화 꺾다가 역사(驛使)를 만나

농두(朧頭) 친구에게 부치노니

이곳 강남에는 달리 보낼 것 없어

매화 한 가지에 봄을 실어 보내오



매화나무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다. 열매는 매실(梅實), 뿌리는 매근(梅根), 가지는 매지(梅枝), 입은 매엽(梅葉), 씨는 매인(梅仁)이라고 하여 그 모든 것이 식용, 약용으로 이용된다.


매실은 주로 덜 익은 청매 상태에서 수확하여 장아찌나 과실주를 담근다. 매실청을 만들어 음식을 조리할 때 넣기도 한다. 목마름, 설사, 만성기침 등을 치료하는 약재로도 쓰인다.






박형, 나는 오늘 아내와 함께 원동 매화 마을을 다녀왔소. 작년보다는 꽃이 늦게 핀 데다 엊그제 봄비가 내려 만개하지도 못한 채 떨어지는 꽃잎이 많아 매화의 풍성함이 예년만 못 하다오.


코로나로 힘든 나날을 보내지요. 코로나로 빼앗긴 봄인데도 꽃은 어김없이 피는군요. 막혀 있던 왕래가 오미크론의 극성으로 더욱 어려워졌소. 방역 지침은 완화되었지만 주위에 확진자가 늘어나니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가 만날 수 있을는지 걱정이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 한 주는 정말 최악의 컨디션이었소.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매화가 피었으니 봄은 왔는데 봄이 아니었소.


뉴스에 귀와 눈을 막고 살 것 같은 박형에게 잘 있나는 인사는 못 하겠소. 뜻밖의 상황에 당황했지만 이 상황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요. 언제 우리가 넉넉하게 뜻을 이룬 적이 있었소. 어려운 시절이 기다리고 있지만 이젠 옛날처럼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 믿고 있소.


추운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고 봄이 오면 꽃이 피지 않는가. 매화나무는 (겨울에 잎이 지고 나면) 농부들이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을 감안하여 가지치기를 한다오. 농부는 다음을 준비하지요. 겨울에 가지치기하여 새로 난 가지에는 기존의 가지보다 꽃이 더 풍성하게 핀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낮고 넓게 퍼진 매화나무에 많은 꽃이 달리지요. 오래되어 높이 자란, 가지 많은 나무보다도 말일세. 또 사람의 눈높이에서 피는 꽃은 보는 이의 사랑을 듬뿍 받는 법이요.


이긴 쪽이 긴장하고 있소. 벌써부터 웃음이 사라지고 있소. '10% 이상 표차로 이길 것이다. 호남에도 30% 이상 득표할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던 이들은 50%가 넘은 진보표에 긴장하고 있소. 압도적 표차로 이겨서 열세인 국회 의석을 어떻게든 만회하려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으니. 이기고도 진 것이지요.


역대 유래 없는 문 대통령의 높은 국정 지지도, 또 상반되게 과반을 훨씬 웃도는 정권교체 여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선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헷갈렸지요. 국민들이 절묘한 선택을 한 것이지요. 정권을 교체하면서도 압도적 표차를 허용하지 않은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소.


물론 이재명 후보의 개인적 역량에서 선전의 원인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은 180석을 가지고도 개혁 입법을 하지 못하는 여당에 회초리를 들면서도 발목만 잡던 야당의 능력에는 여전히 신뢰를 보이지 않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지요. 역설적으로 압도적인 국회 의석을 가진 세력이 개혁에 적극성을 띨 수 있도록 억지로 동력을 부여한 셈이지요.


대장동 비리가 이재명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대장동의 몸통이길 바라는 세력. 문재인이 빨갱이가 아닌 걸 알면서도 빨갱이이길 바라는 세력. 이재명의 강력한 추진력에 겁먹은 세력. 이들은 대선에서 47.8% 득표율을 기록한 이재명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고요. 이재명에게 47.8%의 표를 몰아준 유권자를 두려워 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이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에서 '이재명'이라는 간단치 않은 정치인을 발견한 것이지요. 이 47.8%의 표는 절대 흔들리지 않는 표심이라는 점이 이재명을 반대했던 여야의 모든 세력이 두려워하는 진짜 이유 아니겠어요.


박형, 다시 시작합시다. 그 엄혹했던 시절도 우리는 견뎌낸 저력이 있지 않소. 절망하여 움츠린 몸을 떨치고 일어납시다. 그리고 밭을 일굽시다. 추운 겨울날 매화나무 가지치기를 하듯이 차근차근 새 봄을 준비합시다.


퇴계 이황이 '저 매화나무에 물 줘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는 일화가 있소. 희망의 끈을 놓지 맙시다.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강남일지춘’을 보냅니다. (2022. 3. 14)


강남일지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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