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엄마 성을 따르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의 성도 결국 할아버지의 성이었다. 엄마가 할머니의 성으로 바꿔도 결국 증조할아버지의 성일 뿐이다.
울화가 치밀었다. 여자들은 대체 언제부터, 얼마나 희생하고 빼앗기며 살아온 것인가. 본인이 낳았음에도 자기 성 하나조차 물려주지 못했다. 모계사회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무당은 원래 여성의 직업이다. 할머니 - 엄마 - 딸로 세습된다. 무당의 시조라고 하는 바리데기 또한 여성 신화다. 바리데기는 버려진 아이, 버려진 공주라고 하는데 이마저도 현 사회와 너무 잘 어울리는 이름 아닌가.
그리고 1392년 조선이 건국되며 유구한 혐오의 역사가 시작된다. 고려시대만 해도 남편이 부인 집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처가살이하며 수평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조선시대부터 ‘열녀’라는 말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조와 절개를 지킨 여성. 이게 여자에게 있어 최고의 미덕이라고 부르던 시기이다. 미친 거 아닌가.
하이에나와 범고래도 모계사회로 돌아간다. 하이에나는 암컷의 권위가 제일 높다. 암컷의 남편과 아들이 있다면 아들의 권위가 더 높다. 아들에게 암컷의 피가 섞였기 때문이다. 범고래는 암컷이 무리의 리더 역할을 한다. 할머니, 엄마, 이모, 딸이 무리 지어 다닌다.
최근 화병에 대한 *논문을 봤다. 환자 중 80%가 여성이었다. 그것도 부계사회에서 가장 끝 순서인 40-50대가 대부분이었다. 논문에선 가장 주된 유발 요인이 가족 내 갈등이었다. 남편의 외도, 술, 폭행 등. 그다음이 결혼으로 인한 시댁 식구들과의 갈등이다.
여자가 권력을 갖는 모권사회가 돌아오기를 바란다.
*(지역사회간호학회지 제12권 제3호(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