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돌아오는 추석은 엄마의 생일이다.
나에게 있어 제사는 엄마가 미역국 대신 소고기뭇국을 먹던 날로 기억된다. 엄마의 생일을 비롯해 제사의 문제점들을 인지한 후로 제사마다 말 그대로 염병을 떨었다. 고모가 오든 말든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로또 번호라도 불러주냐며 화냈다. 덕분에 아빠랑도 많이 다퉜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나마 간소화된 수준이다.
나중에 인센스스틱 정돈 꽂아줄 수 있겠다. 그 시대 추석에 딸을 낳아 모진 폭언을 다 들었을 나의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외가나 친가나 할아버지를 챙기는 모습들을 보면 남자는 남자랑 결혼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찐사랑이지 않나 싶고. 그런데 또 시대가 바뀌며 여자들 때문에 명절 문화가 사라진다고 말한다. 여자들 때문에 사라질 거였다면 사라지는 게 맞다. 지들이 하면 되는데 없어지는 거 보면 답이 나와 있는 문제 아닌가. 진작 없어져야 했다.
제사 자체를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니다. 이런 식의 제사라면 필요 없다는 말이다.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어이가 없었던 말은 “제사 차리라고 돈 주잖아.”였다. 개새끼. 노예문화랑 다를 게 뭔가.
설이나 추석이 되면 내 친구 중 몇 명은 가출을 시도한다. 잔소리가 싫어서 아니면 혼자 고생하는 엄마를 보기 싫어서. 후자에게 비난하는 사람이 없길 바란다. 그마저도 대부분 다 도와주고 나온다. 비단 내 주변인으로 한정되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