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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림진 Jul 17. 2023

떼쓰는 아이들 vs 무조건 수용하는 엄마

한계설정을 못하는 건 나다.

유치원 상담에서 아이와 지내는 게 힘들다고 하소연을 한적이 있다. 아이가 많은 요구사항과 하고 싶은 게 많고 관심을 많이 요구해서 충족해주기 힘들다고. 그에 대한 선생님의 답변이 한계를 명확하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님도 말씀하신 한계설정. 

한계설정? 한계라는 단어는 사물이나, 능력 책임 따위가 실제 작용할 수 있는 범위. 또는 그런 범위를 나타내는 선이다. 예시어로 한계를 극복하다. 가 있다. 이 예시어도 웃긴다. 

왜 웃기냐면, 나는 한계는 극복해야 하는 거로 배웠다는 것이다. 설정하는 걸 모른다는 것에 있다. 

한계가 어디까지인지도 모르는 게 두자녀를 키우는 나, 엄마다. 

아이들의 에너지가 많아 해줄 수 있는 걸 충족시켜야 하는 데 내가 모잘라서 극복해야 되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극.뽁!


한계설정 육아란
아이에게 무엇은 되고,
무엇은 안 되는 지,
어디까지는 가능하고,
어디서부터는 불가능한지
'한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아이를 지도하고 훈육하는 방식입니다. 


흡사 물놀이 할때 안전수칙을 알려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공사현장에서라던가 주의사항을 말하는 것 같은. 그런데 나는 물놀이할때도... 그러면 안되지만 발에 물부터 담궜고, 불이 정말 뜨거운지 만져봤으며, 그것이 말랑한게 맞는지 만져보던 사람이었지 않나. 

우리 아이들도 그런 호기심 가득한 아이였던 것. 이로인해 키우다보니 힘들다. 


아이를 키운지 6년차가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어렵고, 이번에 직면하게 된 한계설정. 


주말 또는 하원 후 가장 힘든 시간들을 위한 규칙.

첫째, 무분별한 간식은 안되. 

아이들이 놀다보면 출출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주머니 가득 마이쮸, 젤리 등을 가지고 다니게 된다. 나도 그렇고 동네에서 놀이터, 키즈룸 등에서 달라는 데로 주었다. 아무래도 단순 당분이 건강한 음식 섭취를 방해하게 하고 식사량을 줄이고 요새 첫째아이는 조금 컸다고 가벼운 장염증세 또는 복부팽만감이 있나보다. 

그래서 제한하게 되었다. 건강한 간식이 많은데 어른인 나도 한순간 풀어지니 과자, 초콜릿, 사탕, 젤리, 과당음료 무분별하게 주게 되는 점을 인식했다. 더불어 내뱃살도 돌이킬수 없는지경.


둘째, 엄마가 가자고 할때 가자.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있는데 아이들이 놀다보면 계속 놀고 싶은 마음. 사실 노는데 집중되면 배고픈지도 모르게 되는 것도 이해한다. 그렇지만 저녁을 먹어야 하는 시간에 먹지 않으면 여러모로 지장을 준다. 가장 큰게 집에 들어오자마자 소리지르며 떼쓰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여유없이 밥상을 차려야 하는 내가 제일 불쌍하고,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 배가 고프고 신경질이 나니 엄마를 부여잡고 배고프다고 운다. 


셋째, 안전하게 놀기. 

얼마전에 첫째와 둘째가 싸우다가 넘어졌다. 이십여일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상처 치료중이고 이건 아이나 나한테도 좋은 일이 아니다. 더구나 여름 아닌가, 물놀이도 해야 하는 시기인데 상처가 덧나거나 흉이 지면 어쩌나 싶은 걱정으로 속이 타들어간다. 유치원에서 매일 안전은 소중하다는 노래를 부른다는 데, 정말 한순간에 나는 게 사고인것 같다. 안전하게 놀기. 몇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넷째, 엄마한테 의존해서 놀지 않기. 

우리 자매들은 그네를 정말 좋아한다. 동네에서 그네 잘 타기로 소문이 나있다. 어린 아이가 엄마 "높이높이"라고 말하면서 높이 올라가도 꺄르륵 좋아하는 데 이게 5분여정도는 괜찮은데 10분이 넘어가면 기다리는 아이가 있을때도 난감하지만 이제 아이들 무게가 올라갔는데 내 팔도 힘들고, 땡볕이고, 엄마의 내가 지친다.

엄마는 그네 밀고 뛰고 난 뒤에 집에가서 밥도 해야하고 청소도 해야하고 가방정리도 빨래도 해야하지 않나.



이렇게 규칙을 정해서 갔더니 정말 아이들이 약속을 지키자는 말에 지킨다!! 

정말 놀라웠다. 

동네 엄마가 간식을 주셨는데도 "엄마랑 약속했자나" 그랬더니 베시시 웃으면서 도로 돌려드렸다!!!

그래서 집에 와서 조금은 여유로운 저녁식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떼쓰는 아이들 vs 무조건 수용하는 엄마 는 질 수밖에 없는 거였다.

그러니까 떼쓰는 아이를 만드는 건 엄마였다.  

무조건 수용하는 엄마는 너무 만만하다. 

머리를 짜내서 내가 뭐가 힘든지, 내가 아이와 무엇을 약속해야하는 지 엄마인 내가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잘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아이들과 비교해 내 체력은 한계가 있어서 보완하고 있는 게 매일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서 뛰쳐나가는 수영 활동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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