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종이에 적힌 나의 취향지도
살아 있는 한, 우리는 늘 소비의 선택지 앞에 선다.
빵 하나, 티셔츠 하나, 스마트폰 하나.
필요에 의해서든, 욕망에 의해서든, 선택은 반복된다.
크든 작든, 모든 선택은 순간의 망설임을 품고 있다.
빵 진열대 앞에서는 30초
오늘은 어니언 베이글에 크림치즈냐, 푸짐한 베이글 샌드위치냐.
반면 오래 두고 싶은 가방 앞에서는 몇 달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알게 된다.
소비라는 건 결국, 크기만 다를 뿐 모두 같은 질문이다.
특히, 비싼 물건을 사는 건 언제나 긴장되는 일이다.
“이걸 사도 되나?” 하는 순간,
통장은 나를 노려보며 헛기침을 한다.
(가끔은 그 소리가 실제로 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제 안다. 사치는 꼭 나쁜 게 아니라는 걸.
감당할 수 있는 정도라면, 그건 영화관의 팝콘 같다.
없어도 영화는 볼 수 있지만, 있으면 훨씬 더 즐겁다.
사치도 그렇다.
삶에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있으면 일상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예를 들어,
힘들었던 주말에 스스로에게 주는 만 원짜리 케이크 한 조각.
그건 사치지만 동시에 정신 건강비다.
세상에, 정신 건강이야말로 가장 저렴한 보험 아닌가.
그러니 꽤 합리적이다.
좋은 물건을 써보는 경험은 단순한 ‘비싼 소비’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한 번쯤은 맛봐야 할 연습이 된다.
내 경우엔 그렇다.
나는 재정적으로 결코 튼튼한 사람은 아니지만,
일 년에 한두 번은 값비싼 물건을 구입한다.
다만 한 가지 원칙이 있다.
‘오래 붙잡고 있을 만한 것’에만 쓴다.
가방이라면 십 년 뒤에도 멋있을 것.
신발이라면 닳아도 이야기가 남을 것.
그럴 때 비로소 사치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삶의 표정이 된다.
돈 쓰는 건 쉽다.
하지만 잘 소비하는 건 조금 다른 문제다
현명한 소비란 뭘까?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당연 가성비지~”
하지만 나는 ‘현명한 소비’가 단순히 가성비 따지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짜 현명한 소비는,
물건을 앞에 두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다.
“이건 단순한 물건일까, 아니면 내 일상의 일부가 될까?”
“내가 지불하는 건 단순히 돈일까, 아니면 시간과 경험까지일까?”
이 질문을 건너뛰는 순간,
광고의 문구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자본주의라는 커다란 기계 안에서
그저 작은 부품 하나로 굴러가게 될 뿐이다.
그리고 나는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하며 알게 되었다.
세상에 완벽한 물건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플루언서들이
“샤넬 원단과 똑같은 원단으로 자켓을 만들었어요.” 라고 공구를해도
하지만 그건 샤넬이 아니다.
가성비와 품질은 똑같다’는 말에 기대어 사더라도,
입어보면, 다른 공기가 난다.
또 누군가는 자랑한다.
“이거 만들려고 공장장님과 백 번 싸웠다니까요.”
하지만 막상 사 보면, “차라리 싸우지 말지” 싶은 물건도 있다.
물건은 늘 그렇다.
편리함과 디자인은 종종 충돌한다.
어떤 가방은 아름답지만 너무 무겁고,
어떤 신발은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 같지만 발이 먼저 항복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고른다.
왜냐하면 그 불완전함 속에서 자기 삶과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이 연재에서 하고 싶은 말은 단순히
“이 물건 좋아요”가 아니다.
그저 작은 질문 하나를 건네고 싶다.
“당신의 취향은 뭔가요?”
“당신은 왜 그 물건을 고르나요?”
소비는 단순한 지갑 열기가 아니다.
그건 세계를 읽는 연습이자,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즐길 수 있다면,
소비는 피곤한 숙제가 아니라
은근히 재미있는 놀이가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자신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관찰하는 일이다.
내 결핍이 뭔지,
내가 욕망하는 이미지가 무엇인지.
그걸 알아내는 순간, 소비는 단순한 지출이 아니라
작은 실험이 되고, 훨씬 더 즐거워진다.
나는 바란다.
이 글을 읽고 난 당신이
조금씩 나만의 기준을 세워가길.
“나는 왜 이걸 고른 걸까?”
빵 하나에도, 셔츠 하나에도,
심지어 편의점에서 집어 든 삼각김밥 하나에도
그 질문은 숨어 있다.
결국 소비는 ‘나는 누구인가’를 말해주는 가장 솔직한 언어다.
그 언어가 모여 당신의 스타일을 만든다.
그리고 그 스타일은,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
삶의 표정이 된다.
그동안 〈허세도쿄〉를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 주부터는 〈허세도쿄 시즌 2〉로,
조금 더 솔직하고, 조금 더 유쾌하게,
도쿄의 또 다른 표정을 전해드리겠습니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 앞에서
다시 만나길 고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