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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리 Oct 21. 2024

내 몸은 내가 챙겨야 한다.

결혼 후 정신 차리고 보니 10년이란 세월이 지나갔다. 애들도 어느 정도 커서 일 좀 하려고 했지만 나이와 몸뚱이가 도와주질 않는다.

더 일찍 일을 하고 싶었지만 애들 잔병치레가 너무 많아  일하다 말고 애를 데리러 가야 해서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다 집에서 하는 부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못도 모르고 그냥 했다.


시간이 갈수록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가격이  터무니없었다. 그래서 양으로 승부를 보니  그런대로 쏠쏠했지만 내 체력은 고갈되고 있었다. 나의 법칙대로 일할 땐 확실히 일하고 애들과의 시간과 집안일을 구분해서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주로 오전과 애들 자는 밤에 했더니 잠이 모자라서 아프기 시작했다.

  모든 걸 잘 해내고 싶은 마음에 바닥을 치는 줄 모르고  없는 체력을 벅벅 싹싹 끌어모아 쓰고 있었다. 그러다 결국 바닥을 드러내고 한계를 넘어 쓰러졌다.




오른쪽 팔뚝에 빨간 반점이 생기더니 하나 둘 숫자가 많아지며 긴 띠처럼 무늬를 만들었다. 몸은 축축 쳐지고 팔에 극심한 통증과 가려움을 느끼며 참으려 했지만 너무 힘들어 병원에 갈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몸살이  인 줄 알고 소아과에 갔다가 피부과에 가보라는 의사말에 뭐지? 왜?

뭔지 모를 불안감에 피부과에 갔다.


환자분 아프지 않으세요?
많이 아팠을 텐데...
예? 아프긴 아팠는데 참을만했어요.
너무 심할 땐 진통제 먹었고요.
근데 계속 아파서 왔어요.


내 진단명은 대상포진이었다.

추석을 겨우 버티고 며칠 후 일어난 일이다.

그때 겨우 43살이었는데 어이가 없었다.

건강하다 자부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렇게까지 허당일 줄이야. 무력감에 병원을 나와 집에서 한참을 혼자 멍하게 앉아있었다.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 애들이 학교에서 오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시간이 갈수록 고통은 극 심해서 처방된 약을 먹어도 아팠다. 누가 내 팔을  끄집어 떼어내는 듯 어깨가 빠질 것처럼 아파서  다시 병원에서 진통제를 더 처방받아왔다. 

  

지쳐 쓰러져 자는 내게 눈치 없는 남편은

밥은 안주나? 애들 밥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눈물이 났다.  남편은 대상포진을 모르고 있었다. 그냥 내가 몸살로 누워있다고 생각했다. 울다가 순간 버럭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나, 대상포진이라고 아프다고!
알아서 애들이랑  저녁 먹으면 되잖아!
애 낳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병이라고
나 좀 놔둬  제발!



그때 이후로는 매년 가을바람이 불면 포진이 생겼던 오른쪽 팔과 손가락이 살살 아파온다.

 건강이 최고다. 다른 사람 그만 신경 쓰고 나를 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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