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는 고프지만, 먹을 게 없다. 맛난 게 먹고 싶지만, 맛난 게 뭔지 모르겠다.
혼잣말하는데 남편이 답한다.
"아, 맛있는 거 먹고 싶다."
"사줄 게 뭐가 먹고 싶어?"
"맛난 거"
"그니깐 뭐?"
"몰라! 그냥 맛난 거!"
"당신은 늘 그래, 말로만 맛난 거라면서 그게 뭔지도 모르고 답답해."
나도 알고 싶다. 나에게 맛난 게 뭘까?
최근에 맛있게 먹었던 게 뭐지? 한참을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는다. 늘 그냥 허기져서 배 아프지 않으려고 입 쏙으로 쑤셔 넣었다. 먹는 즐거움이 없는 나는 배가 고프다. 밥 한 공기를 뚝딱 먹어도 두세 시간이면 허기 가져서 먹을 것을 찾는다. 간식도 안 좋아해서 그저 밥만 먹는다.
2년 전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나는 반찬보다 밥을 두 배로 먹는다. 같이 식사하던 동료가 내 식판을 보며 물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언니는 왜 그렇게 반찬을 적게 담아요?"
"나, 왜? 반찬이 적다고?"
그제야 주변의 식판들을 들여다보니 대부분이 나와 반대였다. 밥은 3분의 1을 담고 3분의 2가 반찬이었다. 내 식판 위의 밥은 남들의 두 배 반찬은 그들보다 2분에 1일이 적었다. 왜 몰랐지?
잘 생각 보니 나는 밥 한술 뜨고 반찬 하나 먹고 밥 한술 더 먹는다. 그래서 반찬이 많이 필요치 않았다.
못 먹는 음식이 많아서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하지만 쉽지가 않아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했더니 내 주변 친구와 동료들은 더 좋아했다. 나랑 먹으면 그들은 두 배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베풀 수 있어서 나 또한 좋았다.
예를 들면 알탕에서 알은 상대에게 주고 나머지를 먹었다. 선짓국에 선지를 빼고, 뼈해장국에서 뼈를 빼고, 골뱅이무침에서 골뱅이 빼고 먹었다. 회사 동료와 친구들은 나와 함께 먹는 걸 좋아하며 신기하게 쳐다봤다.
메인을 못 먹는 나는 늘 밥으로 대체하다 보니 밥알이 끼니때마다 배속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배가 고팠다. 면을 먹든 고기를 먹든 맨밥이라도 밥이 먼저 들어가야 속이 편안하고 허기가 사라진다. 그래야 잠도 편히 잘 수 있다. 밤이 늦어도 나는 조미김에 밥을 싸 먹는다.
배가 고파도 못 자고 배가 불러도 못 잔다. 적당히 조금 먹고 1시간 반 소화를 시킨 후 잠든다. 그래서 되도록 빨리 자려고 노력하지만, 실패할 경우 이 일을 반복해야 한다. 참 어렵게 사는 거 같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이게 나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