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살아오면서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본 기억이 있나요?
저는 안타깝지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는 잘해야 하고’,
‘부모님과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하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야 하며’—
사랑받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마치 게임의 플레이어처럼
저는 ‘사랑받기’라는 퀘스트를 완수하기 위해
하나씩 과업을 해결해나갔습니다.
그래야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으니까요.
그 덕분이라면 덕분인 걸까요.
그래도 재능이 공부에 조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던 걸까요.
소위 말하는 3대 명문대 중 하나에 입학했고,
전문직 중 하나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밥벌이는 해결됐지만,
청춘의 과업—사랑과 관계의 영역은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처럼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어릴 적 '사랑받기 위한 조건'들이
이제는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한 조건’으로 바뀌었습니다.
‘끌리게 하려면 ~해야 한다’,
‘사랑받으려면 ~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들.
그 조건의 목록은 여전히 끝이 없군요.
"아직 인연이 오지 않아서 그래."
주변 사람들의 위로는
허공에 흩어져버리는 먼지처럼 사라집니다.
그 말들은 어느새 내 안에서 메아리 없이 잠잠해집니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관상가에게 묻죠.
"내가 왕이 될 상인가?"
문득, 저도 조물주에게 묻고 싶군요.
정말 나는,
사랑받아 마땅한 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