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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Jan 16. 2024

아이와 코타키나발루라면 시티투어 비추

그랩에서 두 번이나 토하다

아이와의 여행은 늘 변수가 있다. 남편과 둘이 여행할 때는 관광지, 맛집 등 책도 읽고 나름 정보도 찾아서 일별로 계획을 짜서 갔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다니고부터는 그 계획이 필요가 없다. 많이 여행하기도 어렵고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이와 가니 휴양지로 정하면서 수영만 하는 건 아쉬우니 구체적인 계획은 없이 관광을 하루에 하나씩은 하려고 생각하고 여행을 떠났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여행의 이벤트는 시티투어였다. 둘째가 그랩에 토를 두 번이나 한 것이다.


 아이와 관광지를 찾아다니는 자유여행은 무리이기에 현지투어를 이용했었다. 괌에서는 한국인과 함께 차를 타고 설명도 듣고 사진도 찍어주시니 나름 예쁜 사진도 많이 남겼었다. 세부에서도 하루 시티투어를 했었는데 하루종일 관광지도 소개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며 밤까지 잘 보냈었다. 나는 코타키나발루에서도 그런 투어를 기대했었다. 제 셀튼에서 섬투어, 반딧불투어와 함께 예약한 시티투어는 그냥 그 장소에 데려다 주기만 하는 거였다. 사진 찍어주는 것도, 설명도 없었다. 그냥 그 장소에 데려다주면 우리끼리 구경하고 차로 다시 가면 되는 거였다. 사실 그건 투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시티투어 코스는 시청- 핑크모스크- 블루모스크- 전망대- 선셋투어였다. 선셋을 보는 것이 낫다며 오후를 추천해 주셔서 우리는 오전, 오후 중에 오후를 택했다. 하필 토요일이어서 도로에 차도 많았다. 리조트에서 나와 점심을 먹고 차를 기다렸다. 현지투어는 예약하면 끝이다. 그 뒤로 신경 써주지 않는다. 차 번호가 뭔지도 내가 먼저 물어봐야 했다. 차가 밀린다며 10분 늦게 도착하였다. 그렇게 시청부터 시작하였다. 시청이라고만 말해주고 앞에서 사진 하나 찍고 다시 차에 탔다. 남편이 인터넷에서 봤는데 다른 나라 시청을 왜 시티투어에 넣는지 웃기다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나름 거기서 제일 멋져 보이는 빌딩이라고나 할까? 그때부터 둘째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멀미가 난다며 나에게 계속 기대어 있었다. 오전에 수영하고 피곤한 데다가 더우니 아이가 지친 것 같았다. 



다음은 핑크모스크로 갔다. 나는 코타키나발루를 선택할 때 다른 문화를 아이에게 체험하는 것이 좋은 것도 하나의 이유였기에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전정보가 없는 우리만 내려주고 주차장에서 기다리니 어찌할 줄을 몰랐다. 알고 보니 거기는 대학교 안의 하나의 시설이었다. 그리고 대학교 내부는 상당히 커서 계획을 세우고 왔어야 했다. 대강 지도를 보아도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더워서 다니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았다. 그런데 아쿠아리움이 있는 걸 보고 첫째가 너무 가고 싶다는 것이다. 대강 사진 몇 장 찍고 기사에게 가서 아쿠아리움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해진 장소만 데려다주는 그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장소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2~3분 거리면 되는데 추가 요금을 원한 것인지, 융통성이 없는 것인지 결국 가지 못했다.

 


그리고 블루모스크로 이동했다. 이곳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사원 주변으로 물이 있어 더 멋졌다. 안에 들어가려면 히잡을 입어야 했다. 가족 모두 히잡으로 갈아입고 사진도 찍었다. 아이들은 더운 데 잘 참여해 주었다. 둘째는 힘이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잘 다녀주었다. 사원 안을 둘러보고 더워서 슈퍼로 가는 길이었다. 히잡이 길고 좁으니 첫째가 가다가 발이 빠져 넘어졌다. 나중에 보니 정강이 전체가 멍이 들 정도로 다친 것이었다. 그렇게 블루모스크까지 보고 전망대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거기까지 가는 길이 오르막길에 구불구불했다. 갑자기 둘째가 토를 하는 것이다. 정말 난감했다. 다행히 기사는 자기도 아이가 자주 그런다면서 이해해 주었다. 남편이 가방에 있던 물티슈로 닦아주었다. 그러나 전망대도 그날은 잠겨 있어서 구경을 못했다. 우리는 선셋투어는 하지 않겠다 하고 쇼핑몰로 내려달라 하고 헤어졌다. 아이가 힘드니 시원한 곳에서 쉬면서 저녁을 먹고 다이소 구경도 했다. 토하고 나더니 둘째는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남편이 필리피노 마켓을 가보자 해서 쇼핑몰에 있다가 그곳으로 이동했다. 항구로 가니 또 분위기가 새로웠다. 조금 지저분한 면이 있었지만 시장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주스 사 먹고 망고도 사러 갔다. 한국인이 많이 오니 한국어로 장난치는 필리핀 사람들이 웃겼다. 맛있다며 허니망고, 말레이시아망고 잘도 받아먹는 아이들이었다. 그렇게 망고를 사서 다시 리조트로 돌아가기 위해 그랩을 잡았다. 역시 토요일이라 차가 많이 밀렸다. 그런데 거의 리조트를 다 와갈 때쯤 열심히 먹었던 둘째가 또 토를 한 것이다. 이번 기사는 대놓고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이제 물티슈도 없어서 치워줄 수도 없었다. 남편은 우리나라 돈으로 3만 원을 주며 미안하다고 했다. 내 옷에도 토가 다 묻어와서 치우느라 정신없는 저녁이었다.  

  


 아이와 시티투어는 힘들 수가 있다. 코타키나발루에서 시티투어를 한다면 한국인을 통한 투어나 설명을 덧붙여 주며 아이의 상태도 고려해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투어를 하는 걸 추천한다. 아니면 갈 장소만 그랩을 통해 이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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