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루틴 잡고 픽업하다 소진되는 내 체력
첫째가 올해 3월 2일에 입학을 했다. 3주째 학부모로 지내고 있는 요즘... 정신없고 몸이 힘든 이 삶은 뭐지 싶었다. 첫째가 태어났을 때 밤낮없이 재우고 먹이고 내 시간은 갑자기 없어졌던 시간으로 느꼈었던 기분이었다. 나는 없어지고 아이를 위한 인생만 사는 것 같은 그 기분말이다. 3주 정도 지나고 생각하니 아이와 함께 엄마도 변화와 새로운 방향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유치원까지는 사교육 없이 정규과정만 하고 집에 오게 했다. 아이가 마음껏 놀고 책도 많이 보고 그렇게 자유롭게 지내길 바랐다. 초등학교 입학하면 운동하나, 악기하나는 시키겠다는 나의 로드맵이 있었다. 이것저것 접하기보다는 하나를 제대로 꾸준히 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2월에 집 근처 학원들 중 체험학습을 해 보고 피아노학원, 태권도를 정해서 보내기로 했다. 그러면서 아이의 픽업 시간들이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되고 있었다.
단지 안에 초등학교가 있지만 아이는 아직 엄마랑 등, 학교를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하교 시간에 학교에 가 아이를 피아노 학원까지 데려다준다. 그리고 다시 데리러 가서 집에 같이 와 도복을 갈아입히고 간식 먹인 후 태권도에 데려다준다. 그 사이 둘째를 유치원 버스에서 픽업해 오고 시간을 보내다 태권도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 나면 정말 녹초가 되어 버린다. 어느 날은 아이들이 놀고 있는 틈을 타 침대에 누워있다가 잠이 든 적도 있다. 그러면서 든 생각이 나는 지금 불필요한 노동으로 나를 혹사시키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이 기분을 남편과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그때 남편이 말해 주었다. 지금 잘하고 있고 내가 책도 읽고, 글도 쓰기 때문에 헛되이 보내는 시간들은 아닐 거라고, 아이가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아서 정서적으로 안정되게 크는 게 중요하다고 해주어 큰 힘이 되었다.
나는 아이가 이것저것 다 잘하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대신에 어떤 변화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자신의 꿈이 있어 그것을 위해 나아가길 바란다. 그래서 아이에게 기본바탕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학습지나 문제집을 유치원시기에는 시키지 않고 놀이를 해 주고 책을 꾸준히 읽어준 것도 그 이유다.
그런데 신기한 게 입학을 딱 하고부터 나의 머릿속에 놀이는 사라지고 “학습루틴”에 대한 생각만 자리 잡았다. 불과 입학하기 며칠 전만 해도 무슨 놀이해 줄까를 고민했었는데 말이다. 이제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진짜 문제집은 꾸준히 풀어야 하고, 아직 읽기 독립이 안 되었으니 한글책도 읽혀야 하고 왠지 영어도 이제 집중 듣기는 꼭 해야 할 것 같았다. 더불어 아직 한자도 접하지 않았는데 한자도 해야 할 듯해 교재까지 구입했다. 나름 엄마의 조바심을 감추고 아이와 계획을 세우고 이거는 지키자고 했다. 엄마와의 루틴을 다 마치면 다이소에 가자니 신경도 안 쓰던 아이가 포켓몬빵을 거니 의욕을 마구 나타내었다. 그렇게 우리는 토요일에 포켓몬빵을 목표로 일주일 루틴을 지켜가고 있다. 이제 일어나서 국어, 수학, 영어나한자를 1~2페이지 하는 걸 루틴으로 잡았다. 그리고 학교 가기 전에 해 놓으니 다녀와서 자유롭게 놀아서 편하기도 하다. 다녀와서는 놀고 자기 전에 한글책 읽기, 영어책 듣기, 그림 그리기 정도만 하니 아이도 나도 훨씬 수월해졌다.
갑작스러운 생활의 변화와 적응으로 몸이 힘들기는 했지만 생각해 보면 그 안에 좋은 점도 있다. 아이 둘이 함께 유치원에서 왔을 때는 둘을 함께 케어하다 보니 각자의 욕구를 채워줄 수가 없었다. 특히 입학을 앞둔 첫째에게 초점을 맞추게 되고 둘째는 신경을 써 주지 못한 부분도 있고, 둘을 키우다 보면 둘째를 첫째와 같은 나이로 대하게 되기도 한다. 또, 첫째는 엄마가 동생 편을 든다고 자기편이 아니라고 말한 적도 있고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하기도 했다. 이렇게 둘을 키우다 보니 다른 부분에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했다. 그런데 서로의 스케줄이 다르다 보니 각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좋기도 하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데려다주면서 첫째와 소소하게 나누는 이야기 시간, 형이 학원에서 오기 전에 둘째와 하는 놀이, 대화시간이 생각해 보면 너무 소중하다.
아이가 입학 이후로 갑자기 변한 일상으로 정신없는 2주를 보냈다. 픽업해 주고 학습습관 잡는 게 힘들어서 생각이 많았다. 그런데 1주 지나니 좀 낫고 2주 지나니 또 좀 낫다. 엄마도 아이처럼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또 새로운 변화에 틈새를 잘 이용하여 나의 성장도 해야 할 것 같다. 또, 어떤 일이든 힘든 점이 있지만 그 안에서 또 좋은 점도 있다는 걸 다시 알게 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