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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포형제맘 Apr 18. 2024

빗살무늬토기 지겨워 죽겠네

엄마가 아는 만큼 보이는 박물관


 “아, 빗살무늬토기 지겨워 죽겠네.” 

 어느 날 박물관을 가서 둘째가 한 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처럼 박물관이 주목적이었던 적도 있지만 주로 어디 여행을 가면 박물관을 가는 편이다. 역사박물관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박물관이라 해도 발굴된 유물이 전시되어 꼭 빗살무늬토기를 볼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이 입장에서는 지겹게 느껴지기도 했나 보다. 그 말이 너무 웃겨 기억에 남았다. 처음부터 내가 박물관을 많이 다녀야지 한 건 아니었다. 어느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아이와 함께 한 두 군데를 들르다 보니 박물관을 가게 되었다. 또 그렇게 박물관을 다니다 보니 깊이 있게 알지 못하더라도, 아이가 그냥 지나치더라도 남는 것들을 보고 어렸을 때부터 다니는 게 좋다는 걸 느끼고 있다.     




 요즘의 아이들처럼 내가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지도, 무언가를 깊이 있게 공부하지도 않았다. 특히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는 고3 때만 역사를 배워 말 그대로 암기식 공부만 하였다. 역사는 나에게 어렵다는 인식 때문인지 아이들은 일찍부터 접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나마 잘 아는 시대가 선사시대였고 그중 기억에 남았던 것이 “빗살무늬토기”라 아이들에게 그걸 중심으로 설명했을 수도 있다. 역사의 시작에서만 열심히 했던 엄마의 한계다. 엄마가 먼저 공부해야 한다. 엄마가 아는 만큼 아이와 다니며 설명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가 궁금해서 물어보았을 때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가 있다.  아마 조금 있으면 내가 먼저 공부해서 함께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9살, 7살 형제이기에 아직은 내가 역사를 열심히 공부해서 알려줄 필요까지는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박물관을 자주 데려가고 관련 책을 읽어주려고 한다. 또, 박물관을 갈 때마다 자료를 뽑거나 관련 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준비까지는 하지 않는다. 박물관을 갔는데 활동자료가 있으면 이용하거나 책을 읽을 때 박물관에서 봤던 장면이 나오면 연관시켜 주는 정도이다. 무엇이든 너무 잘하려고 하면 시작조차 못하게 될 수가 있고, 조금 하다 말게 될 수도 있다. 아이를 키우는 데 정답은 없기에 박물관도 역시 한 번 가서 제대로 알고 아이가 배우기를 원하기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자주 가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

 유아기 때 역사는 이르다고 생각해서 전집을 따로 읽지는 않았다. 대신 역사의 기초가 되는 위인전은 많이 읽어주었다. 얼마 전에는 조금 역사를 접하게 해주고 싶어 도서관에서 <그림책으로 읽는 나의 첫 역사책>을 빌려 한번 쭉 읽어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들이 조금 연대에 대한 감이 온 것 같았다. 그전에는 박물관을 데리고 가면 전시품에만 단편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얼마 전 강화역사박물관에서는 시대의 변화를 느끼고 그 안에서의 그릇이나 무기의 달라짐을 알아채는 것을 보았다. 또, 책을 통해 일제강점기나 몇몇 전투를 접해서 그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 곳은 집중 있게 보는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박물관 가기 전, 후에 책을 읽어도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도 아이들은 흩어진 지식을 스스로 결합한다. 



 어느 날은 박물관에 들어가서 휙 지나가기만 하고, 어느 날은 집중 있게 보기도 한다. 선사시대를 열심히 보는 날도 있고 삼국시대에 관심을 갖는 날도 있다. 가기 전에는 박물관 가기 싫다고 해도, 가서는 지겹다는 표현을 해도 일단 가면 아이들에게는 남는 게 있다. 지나쳤을지라도 책이나 영상에서 보면 기억을 해낸다. 그렇게 남은 지식은 아이에게 의미 있게 다가올 것이다. 박물관 한 번으로 많은 것을 얻으려 하기보다, 부모가 먼저 지루한 장소라고 생각하기보다 편하게 자주 방문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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